[AI 반도체 스타트업은 지금 ④] “AI 반도체는 개발자가 쓰기 쉬워야” 모빌린트

AI 반도체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반도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국내에서도 독자 기술과 전략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각자의 색깔로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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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쓰인다.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가전이나 스마트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고도 스스로 AI의 기능을 활성화하게 하는 데도 AI 반도체를 집어 넣는다. 이런데 들어가는 AI 반도체를 ‘엣지형’이라고 부른다.

이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모빌린트다. 주로, 엣지형 AI 인터페이스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한다. 모빌린트가 보기에 좋은 AI 반도체는 “개발자가 쓰기 쉬운” 제품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거나 저렴한 칩이라도, 개발자가 다루기 어렵다면 제대로 된 AI 서비스를 만들기 요원해서다.

모빌린트는 ‘개발자가 쓰기 쉬운 반도체’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AI 반도체를 만들 때, 아예 개발자가 쓰기 편한 도구를 함께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모빌린트가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다.

AI 반도체로 구동할 앱이나 AI 모델을 만들 때, 개발에 필요한 라이브러리와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미리 최적화하고, 사용자가 개발 환경을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가 없게끔 사전 제작된 SDK를 제공하는 것을 경쟁력 삼았다. 또, 코드 오류를 비롯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관련 문서를 지원하는 것도 개발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회사는 말했다.

널리 사용되는 상용 AI 모델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준엽 모빌린트 사업개발팀장은 “모빌린트는 자체 개발한 풀스택 SDK ‘큐비(qb)’를 통해 300개 이상의 상용 AI 모델을 자사 칩으로 구동하도록 경량화·최적화할 수 있으며, 경량화 이후에도 원본 모델의 정확도를 99.9% 이상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모델 배포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고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등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모빌린트의 주력 제품은?

모빌린트가 주력하는 엣지형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연산 성능이 좋고 전력 효율이 우수한 칩이 좋은 AI 반도체로 평가되는 추세다. 모빌린트는 ‘에리스(ARIES)’와 ‘레귤러스(REGULUS)’ 두 가지 NPU를 통해 ‘좋은 AI 반도체’ 제조사로 자리매김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모빌린트의 주력 제품 ‘레귤러스’와 ‘에리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에리스와 레귤러스는 모두 온디바이스 AI 구동에 초점을 맞췄다. 기기에서 AI 모델을 구동하므로 지연 시간이 짧고,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 없으므로 정보가 유출될 걱정도 덜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아 혼잡하거나 원활한 통신이 어려운 장소, 혹은 아예 통신이 불가능한 곳에서도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 삼았다.

에리스는 높은 성능과 다양한 시스템 적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연산 성능은 최대 80TOPS(초당 80조회), 소모 전력은 25W(와트)다. 폼팩터는 PCIe 카드 형태인 ‘MLA100 MXM’과 ‘MLA100 로우 프로파일’, 독립형 AI 박스인 ‘MLX-A1’까지 세 종류로 나뉘어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하기 용이하다.

레귤러스는 낮은 전력으로 AI를 구동하는 데 특화됐다. 연산 성능은 10TOPS로 에리스의 8분의 1 수준이나 소모 전력이 3~5W로 훨씬 적다. 로봇, 드론, AI CCTV, IoT 기기 등 전원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거나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적은 환경에서 AI 추론 작업을 수행하기 쉽다.

사업 근황과 계획은?

모빌린트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소식을 꾸준히 전해왔다. 지난 3월 드론쇼 전문 기업 다온아이앤씨를 비롯한 여러 기업으로부터 구매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한 데 이어, 5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엣지 컴퓨팅 플랫폼에 모빌린트 NPU 연동할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 여러 곳과 기술 검증(PoC) 진행하는 중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김성모 모빌린트 상무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5(NextRise 2025)’에서, 모빌린트는 LG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슈퍼스타트’ 부스에 참가해 LG의 AI 모델 ‘엑사원’ 기반 챗봇을 에리스 기반 시스템으로 시연했다. 김준엽 사업개발팀장은 “LG그룹과 원하는 점이 일치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빌린트는 당분간 신제품 발표 없이 에리스와 레귤러스의 양산·판매에 집중할 방침이다. 모빌린트 측 관계자는 “올해 에리스의 양산과 출시를 마치고 판매하는 중이며,레귤러스는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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