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직구 시장의 가려운 점 긁겠다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
제5회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본선 진출팀 릴레이 인터뷰 ⑦ AI 기반 글로벌 셀링 자동화 툴 만드는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
“한국 상품은 많은데, 중소기업이 글로벌에서 ‘직접’ 파는 건 정말 어렵다. 마켓마다 상품 정보를 새로 입력하고, 번역하고, 관세를 신고하고, 배송 연동까지…. 한두 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역사 상 한국 제품이 이렇게 인기 많았을 때가 없었다. 심지어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이 글로벌로 대박 내기도 한다. 물건을 파는 이한테 최고의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글로벌 판매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는 상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일명, ‘역직구’ 상인을 대상으로 AI 기반의 글로벌 셀링 자동화 툴인 ‘팝인보더(Popinborder)’를 만들어 공급한다. 클릭 한 번으로 상품 정보를 여러 글로벌 플랫폼에 맞춰 자동 등록, 번역, 수출신고, 물류 연동 등을 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아마존이나 큐텐, 쇼피, 틱톡샵, 티몰 등 여러 다른 플랫폼 별로 상품을 하나씩 등록해야 했고, 국가마다 복잡한 정보 입력과 수출신고, 물류 연동을 거쳐야 했다. 팝인보더는 이 골치아프게 복잡한 절차를 AI와 자동화로 바꿔내고 있다.
창업자는 스타일 인덱스, 브랜드 인덱스 등을 만들었던 김민식 대표다. “누구나 글로벌 셀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는, 이를 현실화 하려 했다. 그러나 솔루션을 만들어 공급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 올해 든든한 우군인 나영호 전 롯데온 대표를 영입했다. 나영호 공동대표는 롯데온 이전에도 국내 온라인 쇼핑몰 초창기 시절부터 이베이, 지마켓 등을 거치면서 역직구 시장을 거의 처음부터 겪어온 현장 전문가다.
나영호, 김민식 두 대표를 지난 11일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서 만났다. 씨티케이이비전네트웍스는 올해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서 본선 진출 10팀에 이름을 올렸고 우수상을 탔다. 두 대표에게 역직구 판을 더 키우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전략을 물었다.

조금 전에, 홍요섭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디지털유통센터장이 “롯데온 나영호 대표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이거 자체가 큰 뉴스”라고 말하더라. 어떻게 스타트업에 합류할 생각을 했나?
나영호 대표= 올해 합류했다. 첫 직장이 현대자동차였고, 이후 대홍기획으로 옮겼는데 그때도 창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PDA형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셀빅개발에서 일할 때도 그렇고, 스타트업 팀에 관심이 꾸준히 있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을 하던 차에, 김민식 대표를 다시 만났다. 오랜 인연이 있었는데, 김 대표를 보니까 이미 고생해서 만든 기반이 있더라.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CBT(Cross-Border Trade, 국가간 전자상거래로 직구와 역직구를 포괄)도 매력이 있고. 해보니까, CBT는 인터넷 상사(무역회사)와 같은 느낌이 있더라. 이베이에서 일할 때도, “우리는 상사맨이야, 인터넷 시마과장이야”이랬는데, 같은 면에서 이 회사가 나를 당기는 면이 있었다.
김민식 대표= 다른 플랫폼, 기업들과 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물류는 물론이고 마케팅, 플랫폼이랑도 묶을 수 있다. 내가 못챙겼던 부분이 그런 거였는데, 나 대표님이 오고 나서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세일즈 준비가 많이 되어 가고 있고, 가시적 성과도 나고 있다.
나영호 대표= 그리고, 김민식 대표도 커리어가 나 못지 않게 독특한 연쇄창업자다.
김민식 대표의 커리어는 어떤가?
나영호 대표= 김민식 대표는 학교 다닐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김 대표는 연세대 의과대학 출신이다), 이베이닷컴에서 CBT로 물건을 팔았다. 김 대표의 20~30대는, 무신사 창업자인 조만호 의장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온라인 패션브랜드 스타일 인덱스를 창업했고, 의류브랜드 제조 회사인 브랜드 인덱스를 성장시켜 매각했다. 그 과정에서 ‘팬콧’ 같이, 글로벌로 인기 있는 브랜드도 만들었고. 2011년에 내가 이베이에서 임원으로 일할 때, 글로벌로 팬콧 제품이 많이 팔려서 왜 그런가 알아보고 싶어서 김민식 대표를 만났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의 15년 가까이 이어진 인연이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 이름이 진짜 길다, 하여튼 이 회사의 창업 계기는 어떻게 되나. 역직구 시장의 무엇이 문제라고 봤나
김민식 대표= 중소기업이 수출할 상품은 많은데,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른다. 수출 절차는 복잡하고, 마켓별 요구사항은 천차만별이다. 이걸 자동화·표준화하는 게 숙제였다. “한국 중소기업이 글로벌 셀링을 시도할 수 없는 구조 자체를 기술로 바꾸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려 하나
김민식 대표= 글로벌 셀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마켓마다 다른 언어와 카테고리 체계, 필수 속성 입력 기준, 정보고시 항목과 수출신고 절차까지. 이런 구조 속에서 셀러는 마켓마다 매번 상품을 등록하고 정보를 조정하며, 때로는 수출신고를 위해 관세사에 연락해야 한다.
이 모든 절차를 AI와 자동화 기술로 바꾸고자 했다. 입력은 한 번, 출력은 다국어 등록+정보 매핑+수출신고+물류 연동으로 이어지는 자동화된 구조로. 이것이 우리가 기술로 풀고자 한 글로벌 셀링의 본질적 문제와 해결책이다.
자동화된 기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나영호 대표= 국내외 모든 플랫폼에 대부분 API 베이스로 솔루션이 붙어 있다. 계속 유지 보수를 하고 있고. 각 플랫폼에 상품 등록부터 주문 배송, 수출입 신고까지 모든 일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서, 상품 정보를 OCR(영상이나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분리,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기술)이나 AI를 통해서 미리 확보해 놓는다. 그래서 클릭 한 번으로 각 플랫폼에서 상품 정보를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이미지 안의 한국의 상품 정보는 해외 고객들이 보기 어렵다. 사실상 상품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외 플랫폼은 텍스트로 된 상품 정보를 요구하는데, 이걸 우리가 만들어준다. 숨어 있는 많은 정보를 뽑아내고, 모자란 정보를 입혀 정형화 시킨다. 번역도 하고, 편집도 하고. 환율도 계속 바뀌는데, 그 변화의 폭에 따라 수수료를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제공한다.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가 가진 본원적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나영호 대표= 팝인보더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단순히 기술을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글로벌 셀링을 수년간 직접 운영하며 축적된 실전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고객의 사용 경험과 판매 현장의 니즈가 반영된 구조이기 때문에, 자동화 시스템이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글로벌 셀링에 최적화된 상품 정보의 구조화 체계를 자체적으로 설계해 구축하기도 했다. 언어, 카테고리, 정보고시, 속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마켓별 요구 조건에 자동으로 맞춰지는 구조로, 다양한 국가와 플랫폼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다.
김민식 대표= 팝인보더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의 API 연동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큐텐, 쇼피, 틱톡 샵, 티몰 등과의 직접 연동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또, 각 마켓별 규격을 이해하고 자동화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모든 복잡한 구조 속에서 AI의 효용이 실제 발휘될 수 있도록 촘촘하게 배치한 것이 경쟁력이다. 상품명·설명 생성, 카테고리 매핑, 정보 추출, 규제 진단 등 각각의 단계마다 AI가 실질적인 자동화를 담당한다. AI가 단순 보조가 아닌 ‘기능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팝인보더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까다로웠던 부분이 있나?
김민식 대표= 데이터의 표준화다. 그리고 표준화된 데이터를 무리 없이 각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까다롭다. 플랫폼 별로 정책도 다르니까. 이걸 해결해야 판매자들이 역직구의 허들을 안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이 가장 어렵다.

셀러나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팝인보더를 통해 체감하는 효용이 뭔가. 굳이 팝인보더를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미 시장에서 쓰이는 여러 역직구 관련 솔루션이 있는데
나영호 대표= 하나 예를 들자면, 최근에 큐텐이 우리를 정식 파트너로 선정했다. 큐텐의 API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고, 큐텐에 적합한 서비스를 가장 많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셀러보다는 플랫폼하고 더 많이 만나고 있고, 사업의 비중을 두고 있다.
셀러나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노력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로 월 수백건의 번역이 가능하다. 최대 80~90%까지 번역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AI 자동화로 상품 카탈로그를 제작, 판매하거나 CS 업무 전반에 걸쳐 쓸 수 있다. 가격이나 재고, CS를 관리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사람의 실수(휴먼 에러)도 대폭 줄일 수 있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중소기업이나 브랜드가 보다 수월하게 해외 판매를 시작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공적인 신규 브랜드가 등장한다면 이는 전체 수출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않겠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되나?
나영호 대표= SaaS로 월 구독료를 받는다. 우리나라가 SaaS가 진짜 힘든 나라이지 않나. 좀 더 노력하려 한다.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 여러 단계의 회사가 참여했다.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는 초기 투자 유치를 하고 싶어하는 단계는 아닌데. 왜 여기에 참여했나?
나영호 대표= 팝인보더는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 이후 대외적으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피칭페스타를 통해 더 많은 산업 관계자와 일반 소비자에게 우리의 기술과 비전을 소개하고자 했다. 단순히 스타트업으로서의 노출을 넘어서, 한국 이커머스 산업 내에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한국 이커머스 산업의 다음 단계를 주도하는 기술로서의 입지를 확인받고 싶었다.
향후 계획은?
나영호 대표= 팝인보더는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연동하고,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자동화 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현재는 큐텐, 쇼피, 티몰, 알리익스프레스 등과의 연동을 완료했다. 틱톡샵 등 신규 트렌드 플랫폼에 대한 연동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셀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물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해외 물류사 및 풀필먼트 파트너들과의 시스템 연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송장 생성, 배송추적, 물류비 자동 계산 등 통합 물류 자동화를 실현하려 한다.
김민식 대표= 국가별 및 산업별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팝인보더는 이를 데이터 기반으로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 분석 AI와 정책 매핑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수출 대응의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의 글로벌 운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단순 등록·신고를 넘어 실제 매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셀링 인텔리전스 기능도 개발하겠다. 판매 데이터, 마켓 트렌드, 경쟁 제품 등을 기반으로 상품 최적화 전략과 판매 추천을 자동 제안하는 기능으로 확장하며, 셀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도구로 진화하려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