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진격의 크래프톤, 1분기도 주인공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2025년에 주목할 기업과 게임 소개도 덧붙입니다. <편집자 주>
게임업계가 2025년 1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크래프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영업이익 기준 1위에 올라섰다. 심지어 1분기 영업이익으로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엔씨)의 매출마저 앞질렀다. 격변기의 지형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맏형 넥슨은 매출 기준 1위다. 조단위 분기 매출을 이룬 유일한 기업이다. 크래프톤과 함께 업계 2강으로 완전히 안착한 모양새다. 업계 3위 넷마블은 터널을 빠져나와 실적 회복세를 유지 중이다. 엔씨는 아이온2 출시를 기점으로 하반기부터 성장을 노려야 할 상황이다.
선두 그룹을 제외하면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컴투스, 위메이드, 그라비티, 카카오게임즈, NHN(게임부문)을 2위 그룹으로, ▲데브시스터즈, 네오위즈, 펄어비스, 시프트업, 웹젠을 3위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크래프톤 영업이익률 52.3%
크래프톤은 퍼블리싱까지 겸하는 사업구조에도 1분기 영업이익률 52.3%를 거뒀다. 퍼블리셔에게 로열티를 받는 전문 개발사가 영업이익률 80~90%대를 기록하는 경우는 있어도, 크래프톤 덩치에 영업이익률 50%대는 놀라운 수준이다.
회사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8742억원 ▲영업이익 45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1.3%, 47.3% 증가했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PC 3235억원 ▲모바일 5324억원 ▲콘솔/기타 1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앱마켓 수수료 부담이 없고, 시장 부침이 덜한 PC플랫폼 매출이 높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PC 플랫폼에서는 PUBG: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 중심의 콘텐츠 다양화와 강력한 라이브 서비스 운영이 1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신규 IP 인조이(inZOI)의 초반 흥행 성과도 주효했다. 모바일 부문 역시 프리미엄 아이템과 IP 컬래버레이션(제휴), 현지화 전략으로 매출 신기록에 기여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ATTLEGROUNDS MOBILE INDIA, BGMI)’는 인도의 자동차 제조사 마힌드라(Mahindra) 등 현지 유명 기업과 협업을 통해 BGMI 현지화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매분기 깜짝 실적이 이어지자, 증권연구원들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속 성장의 이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크래프톤 장태석 PUBG 총괄 프로듀서, 지속 성장세 이유) PUBG(배틀그라운드) PC의 경우 24년에도 MAU(월간사용자수)가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요. 기존, 신규, 복귀 유저 모두 23년 대비 24년에도 유의미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단순히 트래픽이 들어왔다 나가는 게 아니라 리텐션(재접속률)이 쌓이는 트래픽을 만들어내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익 고도화 관련) PC 콘솔에선 과거에 성장형 무기로 매출 효율을 상당히 높여왔었는데, 다양한 성장형 스킨이 나오고 그 스킨 이후 복각이 또 나왔고요. 올해 처음 소개해드린 컨텐더라는 게 한국말로는 성장형 의상일 수 있습니다. 이제 첫 시도를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매력적인 상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PUBG 스튜디오의 가장 강점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저희 기본적인 철학은 트래픽을 가장 중심으로 놓고 그 다음 팬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BM(수익모델)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배그에 인조이까지 대박…크래프톤, 또 깜짝 실적>
엔씨, 이례적인 가이던스 제시
엔씨가 이례적으로 내년 가이던스(전망치)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2026년 매출 2조원 달성을 전망하고, 신작 성과에 따라 2조5000억원까지도 본다는 것이다. 신작 성과로 최소 6000억원을 제시하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연구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회사는 목표 매출 달성의 구체적 방안으로 ▲대규모 업데이트, 서비스 지역 확장, 스핀 오프 게임 출시 등 리니지 시리즈 등의 레거시 IP 확장 ▲아이온2, LLL,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등 7종의 신규 IP 출시 본격화를 제시했다.

1분기 엔씨는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3603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전년동기 대비로는 각각 80% 감소했다. 플랫폼별 매출은 모바일 2063억원, PC 833억원을 기록했다.
박병무 CEO) 내년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 올해 하반기까지는 보릿고개다. 의구심이 있을 듯해 내년 매출 전망치를 드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게임들이 자신 있다고 결론을 냈다. 사람들의 분위기나 내부 평가 결과를 보고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실적 추정치를 내게 되었다.
또 하나는 회사 내의 분위기나 사기도 “우리가 다시 한번 일어서야겠다”는 분위기로 많이 반전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느낌이 외부에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러 상장 회사의 CEO를 지냈는데, 이런 매출 가이던스를 주는 게 좋은지 나쁜지 고민이 있었다. 평가는 여러분의 몫이지만, 상당히 자신감이 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 1, 2분기를 지나 3, 4분기를 지나며 충분히 리바운드하고 가이던스로 제시한 숫자를 반드시 맞춰내겠다고 말씀드린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이던스는 Realistic case와 bluesky case(현실적 비현실적 사례) 두 가지로 나눠서 내부 검토 후 이사회 보고를 마친 숫자다. 내년까지 출시될 신작 개념의 IP는 7개가 있다. 레거시 IP에서는 기존 IP의 지역 확장 외 신작이 3개 있다.
신규 IP 7개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6000억에서 7000억 정도를 rock bottom case로 보고 있다. 아이온2가 이 중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게 저희 입장에서 보수적인 추정치다. 비율을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 추가로, 자체 개발 중인 LLL과 외부 퍼블리싱을 계획한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의 매출도 보수적으로 잡아두었다.
레거시 측면에선 사업과 개발 쪽에서 따로 IR, PR을 제외한 커뮤니케이션을 따로 계획하고 있다. 4분기 이후부터 나올 기존 IP의 스핀오프 게임이 3가지다. 레거시 IP에서도 기존 IP들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1조5000억을 추정해, 회사의 비용을 레거시만으로도 상쇄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싶다. Bluesky-case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을 안 드리겠다. 추정치가 6000억대 중반에서 1조까지 늘어나는 경우인데, 이 점은 IR을 통해 개별 안내하도록 하겠다.
<관련기사: “내년 2조원 간다” 과연? 엔씨에 쏟아진 질문>
‘신작 성과 언제’ 적자 낸 기업들
주요 게임 기업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3곳이다. 기대만큼의 신작 매출이 없었거나 대형 신작을 출시하기 전 잠잠한 시기다. 하반기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펄어비스는 출시 시점이 순연된 차기 야심작 ‘붉은사막’ 출시를 올해 4분기로 공식화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붉은사막은 경쟁작 출시와 상관없이 4분기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3분기 중국에 ‘미르M’을 ▲하반기에 ‘미드나잇워커스’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토크노믹스를 적용한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버전도 4분기 중 선보인다.
Q.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토크노믹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위믹스를 직접 채굴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마케팅 재원으로 위믹스를 매입해 이를 채굴하게 하고, 이후에는 매출 일부로 위믹스를 다시 매입해 채굴하게 한다. 또 글로벌 서버 통합 거래소에서는 위믹스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거래 혹은 채굴을 통해 위믹스를 직접 획득할 수 있는 토크노믹스를 구축했다.
Q. <레전드 오브 이미르> 국내 버전과 글로벌 버전은 콘텐츠 및 BM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글로벌 버전에는 위믹스가 직접 적용되면서 콘텐츠가 달라진다. 글로벌 버전은 국내 BM을 전면 개편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 국내 버전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콘텐츠 면에서는 만족스럽다. 현재도 출시 초기와 비슷한 수준의 유저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더 좋은 성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기사: ‘위믹스 채굴하시라’ 위메이드, 이미르 글로벌판 관심>

카카오게임즈도 올해 3분기부터 잇단 신작 출시로 매출 성장을 노리고, 내년부터 이익 측면에서 성장 트렌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3분기 ‘가디스오더’ 글로벌 출시, 4분기 ‘갓 세이브 버밍엄’ 출시를 강조했다.
한상우 대표) ‘가디스오더’는 한국, 일본, 북미,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지향하는 타이틀로 5월 내부적으로 글로벌 테스트 진행해 상당히 좋은 유저 반응 얻었습니다. 예정대로 6월에 소프트론칭해서 전반적인 라이브 데이터를 확인하고 밸런싱 작업 마쳐서 3분기 글로벌 출시합니다. 게임은 최근 시장에 많이 존재하지 않는 도트그래픽 기반으로 수동조작 액션 포인트를 잡은 게임으로 수집과 육성의 재미, 몰입감 있는 컷신 연출, 캐릭터별 전투스타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개발사 로드컴플릿은 ‘크루셰이더 퀘스트’를 통해 2500만 다운로드 확보해 초기 유저 모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합리적 BM(수익모델)으로 접근성 높여보자 하는 전략입니다.
자회사 오션드라이브(Ocean Drive) 스튜디오와 엑스엘게임즈 중심으로 PC콘솔 게임을 4,5년간 준비했습니다. 몇 가지 신작을 준비 중으로 공개할 만큼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강조 드리고 싶은 건 오션드라이브의 ‘갓 세이브 버밍엄’이 별다른 마케팅과 버짓(예산)이 없었는데도 영상 공개 첫 주만에 80만뷰를 달성했고 글로벌 유저에게 상당한 기대가 있습니다. 스팀 기반의 코어한 유저 서비스 경험으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회사로 좋은 서비스로 대응하겠습니다. 게임은 기존 좀비 서바이벌과 달리 생활형 콘텐츠와 물리엔진을 잘 살려서 사실적 생존게임으로 만들어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5월 8일(현지시각) 팍스이스트에 출품해 커뮤니티 소통을 계속하면서 성장 모멘텀을 갖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관련기사: 카카오게임즈, 1분기 적자지속…내년 턴어라운드 기대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