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투자 받아보니…” 스타트업 대표의 쓴소리
“한국의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하는 방법은 결국 국내 상장 밖에 없다. 해외 상장을 하려면 세금을 30%를 내야 하고, 외국 회사와 M&A를 하려해도 자율주행이나 반도체 등은 ‘국가의 핵심 기술’로 분류돼 매각을 막는다. 게다가 압도적 기술력이 있어도 당장 돈을 못 벌면 기술 특례 상장이 어렵다. 엑시트가 불가능하니 해외 투자자가 굳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15일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박상혁, 장철민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외국인 공동창업자와 회사를 만들고, 다른나라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외국 기업을 고객으로 받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공유했다.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 환전과 사전 신고
서울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 공장이나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대량의 차량을 한꺼번에 원격제어하는 기술에 특화했다. 지난 2018년 초기(Seed) 투자를 받을 때 홍콩계 벤처투자사인 제로닷에아이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이한빈 대표는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우리나라는 (비상장사가) 달러로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어 환전을 해야 하는데, 환전 수수료가 2~3%에 달하기 때문에 환전에만 거액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원화로만 투자가 가능해서 생기는 문제인데, 투자 전 환전과 투자, 청산 후의 재환전 과정을 거쳐야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지게 되는 것도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외 투자 유치에 ‘사전 신고 의무’가 있는 것도 어려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외국인이 국내 비상장 주식이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외국환은행 또는 한국은행에 사전신고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이 대표는 “신고한 기일을 넘기거나 혹은 그보다 너무 일찍 투자를 유치해도 벌금을 내고 다시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신속한 투자가 요구되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정지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외정책위원장(코딧 대표)도 유사한 경험을 공유했다. 정 위원장은 “고객의 60%가 해외에 있는데 대금을 원화로 받았을 때 환율이 계속 바뀌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싱가포르나 다른 나라들은 관련한 법이 계속 개정되어 온 것을 보면, 구체적 논의만 진행된다면 우리도 빠르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보탰다.
비자 문제도 지적했다. 서울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 중 네 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이고, 전체 직원의 30~40%가 다른나라에서 왔다. 한국에서 7~8년 이상을 살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고, 따라서 국내 기업의 성장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비자 문제로 불편을 겪는다. 이 대표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직원들이 많은데 나라에서 시민권을 안 준다.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들에 비자를 쉽게 주거나 시민권을 주는 그런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정책 필요
글로벌 투자 유치시 환전, 사전신고 문제 외에도 참석자들은 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와 인·아웃바운드 정책, 법·제도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는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규제·제도 개선과 함께 고급 인재 유입 및 벤처 투자 확대와 지역 균형 생태계 조성 등을 연계한 인바운드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창업·혁신 클러스터가 글로벌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창업지원법 제정, 지역 기반 글로벌 펀드 조성, 창업 이민자 비자 제도 혁신 등 범정부적 정책 전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국 창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재, 자본, 지역, 정책이 융합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의 발제에서는 아웃바운드 정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환경 조성 방안이 제시됐다. 김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국경이 사라진 세계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주체이며 이를 위해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는 따로가 아닌 연결된 전략”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투자·계약·법률 체계와 같은 국내 제도를 크로스보더 컴퍼니 전략에 맞춰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자·지배구조 정비와 더불어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산업별·지역별 맞춤형 지원과 현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명수 펜벤처스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진출 관련 정책 일관성과 장기적 목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펀드 확대와 지역별·산업별 특화 전략 마련을 강조했다.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제도 혁신을 위해 투자 구조 개선, 해외 인증 지원 확대, 딥테크 분야의 장기적 R&D 지원 강화, 산업별·지역별 맞춤형 출자와 해외진출 전략 구성을 제안했다. 박대희 대표이사는 지역 특화 산업의 현실적인 접근을 위해 지역 내 산업 클러스터 형성, 지역 중견기업과 글로벌 자본의 연결을 통한 새로운 투자 모델 등을 제시했다.
정지은 정책위원장은 “스타트업의 외화 투자 유치, 해외 인재 확보, R&D 예산 보강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들이 더 이상 논의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패널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