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⑦] AI 활용 능력이 실력이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첨단 기술’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미래가 아닙니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얼마나, 어디까지’ 잘 써먹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기획은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성형 AI의 생생한 활용법을 담았습니다. 현재 AI는 거의 모든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드를 짜고, 제안서를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고객을 만나고, 보고서를 쓰고, 마케팅 메시지를 정할 때 AI를 자연스럽게 호출합니다. 아니, 거의 모든 순간에 “AI를 일단 던져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때로는 코딩 파트너로, 때로는 논문 요약가로, 또 어떤 날은 외국어 회화 연습 친구로. 이들은 AI를 도구이자 동료로 삼아,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갑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거창한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이 훨씬 빨라졌고,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됐고, 덜 지치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게 곧 기술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 아닐까요?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써봤나요? <바이라인네트워크> 9주년 창간 기획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을 통해, AI를 어떻게 ‘내 일’에 쓰면 좋을지, 영감과 실마리를 얻어보시길 바랍니다.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➀] 스타트업 대표는 어떤 AI를 쓸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②] 개발자에게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③] 시키면 이미지 뚝딱…그래도 사람이 중심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④] 마케터는 ‘전력’으로 AI를 활용한다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➄] AI 3강 ‘딥리서치’ 비교 분석: 제미나이, 그록, 챗GPT의 현주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⑥] 개떡같이 물어도 찰떡같이 답하는 AI는 없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간 9주년 기획으로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이란 시리즈를 게재했다.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창작자, 마케터 등 각 직군마다 실제 사용자를 만나 AI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들었다.
사람마다 직종마다 활용하는 생성형 AI 모델과 도구는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점은 확실했다. 과거에 오래걸리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했던 작업을 이제 손쉽게, 그리고 단시간 내에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대체적으로 업무 효율성 증대, 시간 절약, 더 나은 의사결정, 작업 피로도 감소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AI 도구를 비서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제안서를 쓰고, 새로운 소식을 찾으며, 시장 조사를 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때 등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바로 만들어주는 AI는 너무 유용해 보인다.
생성형 AI가 발전할 때 주요 애플리케이션의 한 갈래로 일찌감치 발전한 분야는 AI 기반 코딩도구다. 일찍 시작되기도 했고, 대형언어모델(LLM)로 구현하기 유리한 만큼 빠르게 발전했다. 그만큼 사용자의 수용도도 타 직군보다 높다. AI 도구를 ‘동료’라고 여길 정도다. LLM 기반 AI 코딩 도구의 시작은 2021년이다. 오픈AI가 2021년 ‘코덱스’란 코딩 특화 GPT-3 버전을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가 ‘깃허브 코파일럿’을 선보인 게 시작이다. 지금의 AI 코딩도구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AI 코딩 도구는 코드 작성, 코드 리뷰, 기능 자동화, 테스트, 기획 등 개발자의 다양한 업무를 지원한다. 인터뷰에 응한 개발자들은 획기적으로 절약되는 시간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AI 애플리케이션 수준이 아니라 아예 AI 모델 차원에서 한 갈래를 형성한 게 ‘콘텐츠 생성 AI 모델’이다. 오픈AI의 GPT 시리즈와 함께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런웨이AI 등이 이미지와 비디오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성하는 모델로서 발전하고 있다. 이미지와 비디오뿐 아니라 음성, 음악 등을 생성하는 모델도 발전하고 있다.
창작자들은 생성형 AI 도구를 가장 많이 활용할 잼재적 사용자면서,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시장 종사자가 일자리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고가 속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창작자들의 생성형 AI 도구 채택은 보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큰 축을 이루는 웹툰 작가의 경우 아직 AI 도구 채택에 조심스럽다.
또 다른 큰 축인 게임 분야는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게임은 이미지 생성 외에도 다양햔 콘텐츠를 만드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개발자, 금성에서 온 기획자’란 책이 나올 정도로 개발자와 기확자 사이의 먼 간극은 전세계적인 문제였다. 생성형 AI 도구는 개발자와 비개발자 사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오랜 직종인 마케팅 분야도 생성형 AI 도구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다.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고, 플랜을 짜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데에 AI 도구의 유용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전적으로 생성형 AI 도구에 의존하기보다 전체 마케팅 흐름 속에서 보조용도로 활용해 성과를 높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생성형 AI의 긍정적 효과 ‘생산성 향상’
최근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 조직의 78%가 AI를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55%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하나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응답한 비율은 2023년 33%에서 2024년 71%로 증가 했다.
창작 관련 산업의 생성형 AI 도입은 특히 높다. 72%는 도입 초기 단계였고, 25%는 이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생성형 AI 도구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명확하다.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사용자는 주당 근무시간의 평균 5.4%를 절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쓰기, 코딩, 데이터분석, 고객 서비스 등 반복적이거나 단조로운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보험 청구 관리, 제조, 소매,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효율성 증대가 두드러진다.
산업계 연구자들은 생성형 AI의 긍정적 효과로 생산성 향상 외에 비용 최적화와 수익성 향상, 혁신 촉진 및 새로운 시장 기회 창출, 개인 역량 증강 등을 꼽는다.
특히 고급 기술을 갖지 않은 사람도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돼 창의성의 장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구상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인덱스 2025 보고서는 사회, 경제, 글로벌 거버넌스 전반에 걸쳐 A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지식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의 접근성과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의 부정적 효과 ‘얼마나 쓸 것인가’
생성형 AI 도구의 활용 증가로 사회 초년생의 직업계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컨포트랩의 김기중 대표는 “10명 이상이 일해야 할 것을 절반인 5명의 개발자가 일을 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스타트업의 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코딩 도구를 사용했을 때 얻어지는 결과물의 품질이 너무 높아서 신입 개발자를 뽑아 교육시키고 현업에 투입하는 비용효과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팀장급 인력의 역할은 전보다 중요해지는 반면에 초급 개발자의 역할은 AI 도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직군에서 주니어급 인력의 진입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주니어도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할 기회를 얻어야 고급 인력으로 발전해 AI 도구와 함께 공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생산성 향상과 촉박해진 고투마켓 분위기에서 주니어 인력을 성장을 기다릴 정도로 여유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드물다.
이미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이라도 과도하게 AI 도구에 의존해버리면, 장기적으로 고급 인력으로 성장할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없게 된다. AI에 너무 의존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한 마케터의 우려가 이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 문제는 생성형 AI 도구의 부정적 측면 중 가장 많이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3억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며, 맥킨지는 2030년까지 미국 노동 시간의 30%가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AI의 영향으로 5년 내 일자리 92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1억7000만개 생성돼 최종적으로 780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한때 AI의 영향에서 멀리 있었던 것으로 예상했던 화이트칼라 직종이 취약 분야로 꼽힌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작년 “AI가 생산성과 부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그 돈은 부유층에 돌아갈 것”이라며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작년 10월 연구에서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이 생성형 AI 때문에 업무 50% 중단을 겪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STEM 분야, 경영, 금융, 건축 및 엔지니어링, 법률 등 고소득 분야와 중급 사무 및 행정 지원 직종으로 조사됐다. 블루칼라와 저임금 서비스 분야는 오히려 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상됐다.
즉,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직종의 종사자들이 생성형 AI 도구의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너무 강력한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공포를 갖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고용통계국의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워싱턴포스트는 개발자 고용이 198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개발자 고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 간 27.5%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1월 미국 IT부문 실업률이 전년 동월 대비 5.7%로 4%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서 AI의 개발자 분야 영향을 분석한 고용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규 및 경력직 개발자의 채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생성형 AI의 직격탄을 맞았다. 콘텐츠 제작 비용 절감과 생산량 증대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생성형 AI 도구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가 영화 시나리오 분석과 선정 작업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3월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러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AI 기술을 연기 후보정 작업에 사용한 게 알려져 예술성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영화, 텔레비전 및 라디오 예술가 연맹(SAG-AFTRA)은 2023년 AI 활용에 반대하며 파업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파업에 나섰던 미국작가조합은 AI의 저작권 침해를 비난했다, 작가조합과 주요 스튜디오 간 협상 결과 AI의 작가 권리 침해를 차단한다는 보호장치를 계약서에 포함하게 됐다.
AI 도구를 지나치게 신뢰할 수 있는 지 의구심도 많이 제기되는 우려다. 여러 전문가들은 AI에서 생성한 결과물을 100% 믿으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AI로 제안되는 코드를 반드시 사람이 검토하고 테스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생성형 AI의 오류 문제가 대중적으로 가장 크게 나타난 사례가 애플 인텔리전스다. 애플은 생성형 AI 기능으로 선보인 뉴스 알림 및 요약 기능을 선보였다가 올해초 잇단 오류로 중단했다. 애플의 AI 요약 기능이 BBC 뉴스를 엉뚱한 내용으로 요약해 사용자에게 노출했던 것이다. 총격 사건 혐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허위 정보를 뿌리고, 열리지도 않은 스포츠 경기의 우승자를 전달하는가 하면,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이 커밍아웃 했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다.
AI 영향권에 노출된 노동력의 재교육, 사회적 토론 필요
생성형 AI 도구의 대중화는 이제 가까운 미래를 넘어 현재에 와 있다. 생성형 AI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일하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기업과 조직의 생성형 AI 투자는 기정사실이며, 파일럿 단계에 있던 AI 채택이 현업과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하는 현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큰 과제로 인력의 재교육이 꼽힌다. AI의 영향에 따른 일자리 영향 문제는 명백하고, 일자리 위협에 노출되는 직군은 광범위하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와 정보화혁명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긴 했다. 그러나 AI의 발전은 공업화나 사무자동화 수준의 변화를 넘어 노동력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보다 적든 많든 대대적인 인간 노동의 재편성은 불가피하다.
AI 도구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바라보는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AI 도구를 어떻게 쓰는 지 방법을 알려주는 단기적인 재교육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의 고용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일단 인구론적, 통계학적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진지하고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AI의 영향을 분석, 예측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사회적 토론을 통해 찾아야 할 시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