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준비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집토끼-산토끼 둘다 잡을 계획은?

롯데그룹의 종합 물류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향후 성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룹사의 안정적인 물량과 신사업에 비그룹사 전략 화주 유치로 성장한다는 목표네요. 집토끼와 산토끼를 둘다 잡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성장 동력으로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차전지와 수소 물류 시장, 그리고 글로벌 물류 시장에도 적극 도전합니다. 또 국내 택배 시장에서는 ‘약속배송’과 러기지리스 서비스, 그룹의 ‘롯데 이그로서리’ 사업 물량 등으로 사세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IPO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금 상황은 어때요?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회사에 대해 “모바일 IT 기반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더 나은 방법을 추구한다”며 “지속가능한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매출 3조5733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 가량 늘어났는데요. 

강 대표는 영업이익 개선 요인으로 “롯데로지스틱스 합병을 통해 그룹 캡티브(연계) 시너지를 확대하고 중부권 터미널 오픈을 통해 네트워크 효율화를 달성했으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바탕의 해외 사업 이익 확대”를 꼽았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간담회 프레젠테이션 중

그는 매출에 대해 “택배, 국내 물류, 국제 물류, 해외 산업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는데요. 2022년 이후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과거 계약으로 인한 물류 외 사업이기에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어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각 사업의 매출 구성비는 어떨까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택배와 공급망 최적화(SCM) 관리를 지원하는 통합 물류 서비스(TLS) 산하 국내 물류·국제 물류, 그리고 글로벌 사업으로 나뉩니다.

이 중 택배는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합니다. 해당 사업에 대해 강 대표는 “적극적인 투자 집행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효율화를 달성했다”고 자부했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우, 택배 사업에 B2B·B2C 택배와 풀필먼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 사업을 포함합니다. 현재 전국 19개 터미널, 중부권 메가 터미널, 82개 집화점을 바탕으로 연간 7억건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죠.

특히 일 캐파 120만 박스, 하루 최대 310만건을 처리 가능한 중부권 메가터미널의 네트워크 효율성 개선으로 영업이익 200억원 이상을 개선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입니다.

해당 터미널은 이곳으로 전체 물류를 모아 전 지역으로 분산하는 ‘허브앤스포크’방식을 도입했는데요. 이에 P2P 방식을 쓰던 2021년 영업이익률이 1.2%였다면, 2024년 영업이익률은 2.3%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TLS 산하 국내 물류는 물류센터 운영, 수소 배송 등 차량 운송, 물류 컨설팅 사업을 포함합니다. 국제 물류 경우에는 컨테이너 운송 등 포워딩, 화물 운송을 뜻하는 인터모달, 항만 운영 등입니다.  TLS의 지난해 매출은 전체의 51.3% 수준인 1조8319억원이고요. 

나머지 8.7%가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의 복합 운송 사업입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해외에서 11개국 11개 법인을 운영합니다. 

글로벌 사업 대부분이 그룹 계열사 물류 지원입니다. 강 대표는 “중국 및 아시아 지역에서 롯데 그룹 브랜드 및 물량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는 그룹사 생산공장 기반 물류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날 강 대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또 다른 강점으로 그룹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과 물류 노하우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 전체 매출 중 연계(캡티브) 매출은 34.7% 수준인데요. 이에 더해 비그룹사 물류도 4만 건 이상 수행하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성장 계획은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미래 성장 전략을 ▲체인지 로지스틱스(Change Logistics) ▲크리에이티브 밸류 ▲핀포인팅 글로벌 확장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 신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도,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캡티브 비중은 전체의 40% 아래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체인지 로지스틱스 전략은 그룹 화학군과 유통군 신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이날 2차 전지, 수소 등 특화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사업과 롯데그룹에서 추진하는 뉴 이그로서리(eGrocery) 사업 내 물류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차 전지 관련 사업에 대해 원자재 운송부터 완제품 배송폐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물류 역량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연 매출 170억원이던 해당 사업을 2030년 600억원까지 키운다는 목표도 제시했고요.

수소 분야는 암모니아 수소 운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포스코, 롯데정밀화학 등과 협력하는 상황으로, 해상 운송으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육상 운송과 해상 운송 모두 여러 이해당사자를 고려해 최소 2027년에야 추진할 수 있다고 회사 경영진은 덧붙였습니다.

롯데그룹의 뉴 이그로서리(eGrocery) 사업으로는 신선 식품 물류를 잡으려 합니다. 현재 롯데는 오카도와 협력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온라인 그로서리 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하고, 오카도 시스템을 도입한 물류센터를 짓고 있는데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해당 사업의 물류를 전담합니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물류 사업도 계속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물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약속배송’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28개 고객사 대상으로 약속배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2027년까지 고객사를 178개까지 늘리려 하네요.

주 7일 배송에 대한 계획도 간략하게 밝혔네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택배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주 7일 배송’보다는 약속 배송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고객의 시간에 따라 약속을 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라, 회사가 보기에는 7일 배송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며, “약속 배송을 단계적으로 확대한 후 주 7일 배송을 전략적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이커머스 물류 업계의 희망으로 떠오른 네이버의 물류 연합군 NFA에 대해 “조만간 심사 받을 것이다”고도 말했네요. 이외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여행자들의 짐을 덜어주는 ‘러기지리스(Luggage Less)’ 등도 계속 강화하고자 합니다.

캐파 투자를 기반으로 전략 화주를 끌어들이고, CBE 분야에서의 입지도 키우고자 합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홈쇼핑 및 T커머스 등 전략 화주 대상 특화 영역을 구축해 2028년 기준 전체 시장 점유율의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 최근 언론에 보도된 C커머스와 전략적 제휴를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작은 비중인 글로벌 사업도 계속해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동유럽 경우 헝가리를 기점으로 내륙 운송을 확대하고, 베트남 남부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신축해 운송·보관·통관 전 영역에서 계열사와 시너지를 확보하고, 주변 국가와 국경 간 운송도 확대합니다. 또 서남아시아 그룹사 시너지를 기반으로 인도 시장 신규 진출을 계쇡 중이며 이집트에서는 비수주한 EPC 물류를 기반으로 신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지주와 호텔 최대 3000억원 가까이 부담할 수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당초 예상된 몸값인 1조원의 절반 수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현재 희망공모가를 기준으로 보면,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원~5622억원 정도입니다.

상장을 해야 하는 기한이 눈앞에 닥쳐오자,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시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현대택배 인수 당시 에이치PE의 LLH로부터 2860억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당시 IPO 추진을 약속했는데, 계속 미뤄 나온 기한이 올해 4월입니다. 추진하지 않는다면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LLH에게 지분을 되사면서 3500억원 이상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임에도 모기업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자금 부담은 여전합니다. LLH의 주당 취득가격보다 낮은 공모가에 상장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준다는 풋옵션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풋옵션 행사 가격 등을 고려하면, 롯데지주와 호텔 롯데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000억원에 가깝습니다. 공모가 상한선으로 갈수록 모기업의 부담이 줄어들지만, 하한가까지 내려가면 부담하는 비용은 커집니다. 만일 공모가 밴드에서 벗어난다면, 계약에 따라 주요 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와 주관사에서 협의해 상장 절차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영진 측은 “중단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고 단언했습니다.

공모자금 2000억원에 대한 계획도 이미 수립된 상황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운영자금으로 2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300억원을 쓸 계획입니다. 또 택배 인프라와 디지털 전환에 추가적으로 350억원을 쓸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익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만큼, 2026년부터는 주주 배당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합니다. 5월 12~13일에는 청약에 돌입합니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KB증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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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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