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필수 과제 ‘데이터센터 혁신’
대한민국의 5,100만 인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의 존재와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 사진, 동영상, 비즈니스 거래 등 모든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이 인프라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망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총 150개이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전력 용량은 1986메가와트(MW)에 달한다. 이는 통상 1000MW급 원전 약 2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29년까지 추가로 예상되는 신규 데이터센터가 732개이며, 이로 인해 소요되는 전력 용량이 4만9397M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센터는 필수적이지만, 비효율적인 데이터센터까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AI 등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국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반 시설이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 데이터를 보관하는 스토리지 시스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초고속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로 구성된다. 또한 데이터센터 내 열 관리를 위한 냉각 시스템은 IT 장비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최대 절반까지 소비하기도 한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 정부도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지속 가능성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데이터 스토리지 상당 부분이 여전히 70년 된 구식 기술인 자기식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한국이 에너지 낭비를 이유로 오래전에 퇴출했던 백열전구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안은 이미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래시 스토리지다. 플래시 기술은 이미 널리 보급되어 있으며, 성능이 뛰어나고 신뢰성이 높으며 수명도 길다. 무엇보다 플래시 기반 데이터 스토리지 시스템은 하드 디스크 대비 약 90%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며, 데이터센터 내 공간도 94% 더 적게 차지한다. 즉, 디스크에서 플래시로의 전환은 데이터센터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 20%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이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걸까? 문제는 IT 분야의 관성과 시대에 뒤떨어진 인센티브 구조에 있다. 하드 디스크는 초기 구매 비용이 저렴하지만 운영 비용이 높다. 이는 마치 값싼 프린터의 잉크 유지비가 비싼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비용은 숨겨져 있다. 더 높은 전력 소비, 전력망에 대한 부담 증가, CO₂ 배출 증가, 더 많은 전자 폐기물 발생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보다 강력한 기준이 필요하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은 저렴하지만 비효율적인 백열전구를 퇴출시켜 LED 조명 혁신을 촉진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효율성 기준을 엄격히 설정해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테라바이트당 와트(watts per terabyte)’라는 데이터 스토리지 성능 기준을 도입하여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 기준은 최소 효율성 수준을 설정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스토리지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이점은 명확하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의 획기적 감소: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센터의 총 에너지 사용량을 약 20%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개선된다. 절약된 메가와트 단위의 에너지는 공장 가동을 유지하고 겨울철 가정 난방을 지속시키며, 외부 에너지 공급 중단 시 보호막 역할을 한다.
기술 혁신 촉진: 효율성 기준은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제조사들이 새로운 벤치마크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며, 에너지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 에너지 인식 소프트웨어, 고밀도 스토리지 솔루션 등 다양한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이미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조기에 도입한 기업들은 운영 비용 절감과 시스템 신뢰성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엄격한 기준이 한국의 디지털 성장을 방해하거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강력한 데이터 스토리지 효율성 기준이 없다면,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 용량을 초과하여 신규 주택 건설마저 중단된 해외 사례가 한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이 이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한다면 글로벌 표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한국 정부는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구속력 있는 효율성 기준을 설정하고 업그레이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소비와 전력망 부담을 초래하는 요소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모범 사례가 되어야 한다. 이제 행동할 때다.
글.네이슨 홀 퓨어스토리지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 총괄 겸 부사장(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