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주목할 만한’ AI 모델이 한 개뿐이라고?
챗GPT를 비롯해 딥시크, 제미나이, 클로드 등 AI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쓸만한’ AI 모델이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에서 매년 발간하는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주목할 만한(Notable)’ AI 모델이 하나 있다.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3.5’이다.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AI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과 사회 경제적 영향,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AI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그러나 엑사원 3.5만 에포크AI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한국의 AI 모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AI 모델들은 지금까지 총 17개가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선정된 바 있다(4월 10일 기준).

에포크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는 ▲공인된 벤치마크에서 뛰어난 개선(State-of-the-art, SOTA Improvement) ▲높은 인용 횟수(1000회 이상) ▲역사적으로 의미 ▲상당한 사용의 4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하는 모델이다.
지금까지 에포크AI로부터 ‘주목할 만한 AI’에 선정됐던 우리나라의 AI 모델을 살펴보자.
대학교가 개발한 AI 모델들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모델은 서울대에서 개발한 ‘Deeply-recursive ConvNet’이다. 2016년 11월에 높은 인용 횟수로 선정됐다. 초고해상도 이미지 처리를 위한 기법으로 기존 기법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2017년에도 서울대에서 개발한 ‘EDSR’이 높은 인용으로 선정됐으며, 단일 이미지 초고해상도 처리를 위한 기법을 개발해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 구글 등과 협력한 모델들도 3개 이름을 올렸다.
카이스트도 네이버와 같이 개발한 모델 2개와 LG와 협력한 모델 1개, 단독 개발한 2개 모델이 선정됐다. 단독 개발한 모델인 ‘PyramidNet, EI-REHN-1000D’과 ‘PyramidNet’은 모두 벤치마크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어 선정되었다.
이 외에도 네이버와 협력한 연세대, 프린스턴 대학과 삼성 등과 협력한 고려대 모델도 선정됐다.
기업이 개발한 AI 모델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 네이버,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모델이 선정됐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X’가 한국어에서 맥락 파악이 뛰어나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기반을 둔 현지화에 집중해 AI를 개발했고, 어휘적·문화적 맥락에서 더 정확하고 관련성 있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삼성은 ‘Fusion in Encoder’가 자연 질문과 관련된 벤치마크에서 매개변수와 추론 지연시간이 적지만 정확한 답변을 제공해 주목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시간과 매개변수를 절감하면 오픈 도메인 질의응답에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LG AI 연구원은 ‘엑사원 3.5’와 ‘엑사원 딥’으로 두 가지 모델을 개발해 선정됐다. 2024년 12월에 출시한 엑사원 3.5는 7개 벤치마크에서 최고 점수를 달성했고, 뛰어난 장문 이해 기능 등 비슷한 크기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결과를 얻었다. 추론에 강화된 언어 모델인 엑사원 딥은 수학 및 코딩 벤치마크를 포함한 다양한 추론 과제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두 모델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우리나라의 AI 현황
2025년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주목할 만한 AI로 선정된 모델은 미국이 40개, 중국이 15개, 유럽이 3개이며, 우리나라는 한 개에 불과하다. 기업별로는 구글과 오픈AI가 각각 7개의 AI 모델이 선정되어 가장 많았고, 알리바바 6개, 애플, 메타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작년에 이어 인구 10만 명당 AI 관련 특허 수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AI 인재 유출이 많은 국가로 분석됐다. AI 민간 투자 순위도 22년도 6위에서 23년 9위, 24년 11위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력 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에서도 1위, 2위로 앞서나가고 있다. HAI는 중국이 성과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으며, AI 논문 및 특허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규제 위주의 법안들과 투자 감소가 AI 육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투자와 규제 철폐를 하고 있는 미국과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에포크AI 관계자에 따르면, “데이터베이스에 더 많은 한국 모델이 추가되었으며, 한국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생산하는 상위 10개국에 계속 포함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