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스타트업, 토스처럼 국회 사용법 알아야”

“(스타트업 지원이나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기성 질서를 반영, 보호하는 쪽에 정치 권력의 자원이 더 많은 측면도 분명히 있다. (스타트업과 정치권의 토론이) 공허한 소통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논의를 이후 어떤 실천적 과제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나간 ‘타다 논쟁’을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끄집어냈다. 이재명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 이후, 타다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타다금지법 입법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자 민주당내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스타트업의 도전을 미리,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치적 능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 내 소장파다. 이소영, 김한규, 장철민 의원은 “국회가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어야 기존 질서가 공고한 시장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와 갈등한다. 타다 때, 혁신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정치권이 현명하게 조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위 발언은 장철민 의원이 25일 열린 국회 간담회에서 내놓은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의 의견이 당에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갖는지 묻자 “아직은 그냥 보이는 게 다 인 정도”라면서 “(정치권과 당 차원에서) 앞으로 노력할 과제가 훨씬 더 많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다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제로 열었다.

지난 ‘타다 논쟁’이 아직도 회자 되는 것은, ‘타다’로 상징되는 갈등 상황이 현재 진행 중이라서다. 100개의 스타트업은 100개의 문제를 뜻한다. 창업자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함으로써 낡은 관행을 개선하고 돈을 버는 것을 동시에 꾀한다. 이들의 도전은 어떻게 바라보면 혁신이고, 어떻게 바라보면 이기적 기업활동이다. 간담회에는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위즈돔 대표)을 비롯해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 남성준 다자요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창업가, 정지은 코딧 대표, 이현재 예스퓨처 대표(가다나 순)가 참여해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법과 갈등, 정치권이 이 문제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를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도 규제 샌드박스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방이 못 따라올 경우, 중앙부처에서 강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나?” 남성준 다자요 대표

지방의 문제는 늘 중요한 아젠다다. 그러나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실제 도움 되는 정책은 드물다. 예컨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지원 대상을 만 39세로 한정 짓는다. 그렇지만 지방의 청년회장은 많게는 65세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는 집이 없어 주택난이 있지만 지방에서는 매일 하루 평균 160채의 빈집이 생긴다. 서울 중심의 정책은 지방에선 써먹기 어렵다.

빈집 재생 사업을 하는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실제로 모든 정책이 서울이나 세종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서울 중심의) 예산이나 정책 결과가 결국은 지방 소멸로 이어졌기 때문에 좀 더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또 “지자체에서는 스타트업이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에 대해 잘 모르고, 잘 모르기 때문에 예산을 승인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앙 부처의 규제 샌드박스는 기술 위주로 되어 있으나 지방에서는 반드시 기술이 아니어도 서비스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짚기도 했다.

50세가 넘어 재창업을 한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는 중장년 창업 지원의 중요성을 말했다. 청년 중심의 창업 지원이 많은데 비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장년 층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중장년 층이 그간 쌓은 많은 지식과 경험을 후대로 내려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지 않는 게 안타깝다”면서 “그 경험을 청년 고용을 통해 내려주고, 그 청년들이 (경험을 쌓아 다시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니컬하게 말하면, 본인 비즈니스 아니냐? 제도와 법을 풀려면 사회적 명분, 공공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스타트업 (성장 당위성) 등에서 (규제 혁신을 위한) 빈틈을 같이 찾아주는 주체가 스타트업이 되어야 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스타트업 스스로 규제 개혁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국회 내 스타트업 지원·연구 모임인 유니콘팜의 대표이기도 한 강훈식 의원은 “스타트업이 (원하는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 사용법을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이 국회에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명분을 마련해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는 토스를 들었다. 강 의원은 “실제로 잘 된 스타트업은 국회 사용법을 본인들이 알았거나, 잘 활용한 곳이 많다”면서 “토스는 (규제 개선을 위한 틈을 찾아) 빈 공간을 계속 끊임없이 두들겼던 회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논의와 관련해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이 ‘힘들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누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고, 누가 소비자의 희생을 늘리고, 누가 비용을 낮추고, 누가 시장을 발전시키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프레임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한상우 의장은 스타트업이 정치권과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스타트업이 초대받았는데, 그때 스타트업 간 교류가 커졌고, 정부와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창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물론 의미 있지만, 창업한 회사가 지속하면서 그중에서 유니콘, 데카콘도 나오는 등 성장의 사다리가 만들어져야 10대 20대가 의대 안 가고 창업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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