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래비상장에는 국가대표 PO가 있다

서울거래비상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주식 거래 많이들 하실텐데요. 서울거래비상장은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지난 2020년 12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를 하는 곳 중 하나가 피에스엑스(PSX)라는 스타트업입니다. 사업초기 ‘판교 스톡 익스체인지(판교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했었는데, 이 스펠링을 따와 사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PSX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직원이 있는데요. 국가대표 선수를 병행하는 프로덕트오너(PO)가 그 주인공입니다.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 등 글로벌 마니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크로스’라는 종목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국대(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체력부터 열정, 업무능력 등이 출중하다고 하는데요. 평일에는 서울거래비상장 서비스를 위한 PO의 업무를, 퇴근 후와 주말에는 국가대표 선수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PO와 국가대표 선수. 가장 전문적인 두 가지 일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또 서울거래비상장의 PO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재홍 서울거래비상장 P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구재홍 서울거래비상장 PO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거래비상장을 서비스하는 피에스엑스에서 프로덕트오너(PO)를 맡고 있는 구재홍이라고 합니다.

피에스엑스는 어떤 회사죠?

서울거래비상장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등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음지에서 오프라인으로 거래하던 것을 양지, 즉 온라인이라는 무대로 끌어올려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에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저희(PSX)랑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비상장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회사에 언제 합류했나요?

작년 8월에 합류를 했어요. 그 전에는 회계·컨설팅 기업에서 시장분석을 했고, 훨씬 전에는 6개월간 호주멜버른에서 회계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또 라크로스 국가대표로 활동을 하고 있고요.

라크로스라는 종목은 조금 생소한데요. 어떤 스포츠인가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미식축구처럼 막대기(스틱)를 들고 작은 공을 상대편의 골에 넣는 방식의 스포츠에요. 축구처럼 수비수, 공격수, 미드필더 포지션이 있고요. 다만 축구보다 조금 더 과격한 것이 특징이에요.

이력이 PO 관련 업무라기보다, 다방면에서 활동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경로로 서울거래비상장 PO를 하게 됐나요?

스토리가 있는데요. 원래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전공도 스포츠 경영 쪽이었고, 대학생 때 라크로스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그러다가 라크로스에 흥미가 생겼고, 활성화된 호주에 가서 1년 동안 살았어요.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이나 시간이 날 때는 라크로스 연습을 하고 경기도 했죠. 그러다가 제가 살고 있는 집주인께서 저에게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제가 밤낮으로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라고 생각을 하셨나봐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회계 업무를 하게 되었어요. 이후 한국에 들어와야 할 일이 생겨 6개월 동안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입국을 했죠.

호주에서 쌓은 이력으로 회계·컨설팅 기업 기업에 입사를 한 것이군요.

네, 호주에서 한 회계 업무 이력을 바탕으로 회계·컨설팅 기업에 입사해 시장분석 업무를 맡았는데요. 당시 디지털과 회계, 재무 등을 자주 접하다보니 저의 꿈이 더 명확해졌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거든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더 깊이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제가 인수합병(M&A)를 담당했는데, 기업을 인수하려면 그 기업의 가치를 알아야 하잖아요. 기업의 가치가 정해지면 주가도 정해지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을 대중이 알게 할 순 없을까 고민했어요. 또 상장폐지 직전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전문가들은 바로 아는데 대중은 그렇지 않거든요. 이런 걸 쉽게 알려줄 순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저의 가치관과 맞는 서울거래비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됐어요.

서울거래비상장의 어떤 점을 보고 이직을 결심한거죠?

서울거래비상장이 스타트업의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은 혁신을 일으킬 만큼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미국 스타트업도 그렇고 국내도 마찬가지고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으니,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때 PO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피에스엑스에서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는데, 제가 먼저 고객센터에 전화해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어요.

구재홍 서울거래비상장 PO

와, 굉장히 용감하고 담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만큼 꿈에 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서울거래비상장 PO는 어떤 일을 하나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러한 요구사항을 정리해 내부에 알려요. 또 경영진의 요구사항과 비전에 맞춰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를 들면요?

저희 플랫폼에 매물이 올라올 때 전에는 알림 서비스가 없었어요. 그런데 매번 플랫폼에 들어와서 새로운 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보고 새로운 매물 알림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또 전에는 당근마켓처럼 새로운 매물이 오래된 매물보다 상단에 노출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개선 요청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눈에 잘 띄다 보니 매수, 매도에도 유리한 부분이 있어거든요. 그래서 오래된 매물을 새로운 매물보다 상단에 위치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개선 했어요. 그 사용자의 경우 자신이 투자한 매물이 아래에 있으면 아무래도 불리하니까요.

서비스를 하는 저희 입장에선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저희도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아요. 이런 식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어요.

이런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은 어떻게 파악하나요?

고객센터를 통해 파악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제가 먼저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어요. 필요한 고객들의 리스트를 뽑은 뒤 전화를 하는데요. 고객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거래형태는 어떤지 물어보고 있어요. 물론, 거절을 많이 당하기도 하지만 답변을 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뿌듯하고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기업마다 PO의 업무가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서울거래비상장의 PO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모든 일에 관여를 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데이터 분석, 개발 등 담당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관여를 해서 업무를 함께 리드하는 편이에요. 서비스 중에서 1순위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하고, 때로는 역으로 어떤 것을 개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하고요.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역할 같아요.

서울거래비상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요즘 회사에서 집중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PO로써 제가 관여를 하고 있는 것은 증권형 토큰 개발이에요.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로, 안전한 거래를 위해 증권형 토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업이 파산하거나 구주를 소각하는 경우엔 투자자가 위험하니까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비상장주식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금 연구하고 있어요. 블록체인 캐피탈사 해시드와 연구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고요. 정식 서비스를 위해선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해요.

회사에서 신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공부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네, 제가 특정 기술이나 사업 등 무언가를 알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 필요하다고 하면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일을 할 때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구조에요. 처음에는 일반 기업처럼 회의-기획-승인-착수 이런 순서로 일을 했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더라고요. 차라리 많이 시도를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 모든 단계를 구성원이 함께 하고 있어요.

회사업무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 평소 생활패턴이 어떻게 되나요?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고 나서 라크로스 개인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대표팀 훈련을 하고 있어요. 올 10월 한국에서 세계 대회가 있는데, 세계선수권을 출전할 수 있는 아시아티켓이 걸려 있어서 주말마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내년에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 나가지 못하거든요. 특히 2028년 LA 올림픽에서 라크로스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번 대회는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어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드실 것 같은데, 괜찮나요?

지금까진 괜찮았는데 사실 요즘 조금 힘들어요. 두 가지 스트레스를 다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업무 시간에는 일에 집중을 해야 하고, 또 끝나면 운동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이게 좀 어려워요. 업무도 요즘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쉽진 않아요.

그래도 장점이 있었으니 지금까지 병행을 한 것 같은데.

그렇죠. 제가 대표팀에서 경력이 있는 편에 속해요. 2016년~2017년부터 라크로스를 시작했으니까요. 대표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수비나 공격 등 부족한 포지션을 도맡으면서 팀을 위하는 마음이 커졌거든요. 이런 마음가짐이 PO로 일할 때 도움이 됐어요. PO는 프로덕트의 성과를 내야 하잖아요. 업무를 하다가 진척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더 일을 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곤 해요. 운동하면서 팀을 생각하듯, 일을 하면서 조직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많거든요. 서울거래비상장을 통해 비상장 기업의 주식도 사고 팔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네, 인터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