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웹OS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3년, 나는 LG전자의 출입기자였다. 당시 LG전자가 HP로부터 웹OS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 인수가 좀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왜 가망 없어 보이는 OS 인수에 큰 돈을 베팅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때 쓴 기사의 첫 문장은 “LG전자가 비운의 모바일 운영체제 ‘웹OS’를 끌어안는다”였다.

그렇다. 웹OS는 불우한 성장환경을 가졌다. PDA를 만들던 미국 회사 팜이 모바일에 맞는 새로운 OS를 찾다가 웹OS를 만들었지만, 곧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경쟁자를 만나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그때 웹OS를 인수한 곳이 모바일로 체질개선을 발표한 HP다. HP는 인수 후 ‘오픈 웹OS’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웹OS를 품진 못했다.

오픈소스로 바뀐 웹OS를 눈여겨 본 곳은 LG전자였다.  ‘넷캐스트’라는 스마트TV용 자체 OS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독자 플랫폼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확장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던 차에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웹OS 인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간의 TV 경쟁이 ‘화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을 탈피, 플랫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픈 의도도 인수 배경에 깔려 있었다.

6년이 흐른 지금, 웹OS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지난 18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컴퍼니D’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연 ‘하드웨어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교류회’에서 오재덕 LG전자 웹OS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오 연구원은 LG전자가 웹OS를 인수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관련 사업부에서 일을 해왔다.

“웹OS는 iOS 만큼 오래됐지만, 많이들 모르시죠. LG전자에서 하는 건 더더욱 모릅니다. LG가 만드는 어떤 제품에 웹OS가 들어갔는지도 잘 안 알려져 있죠.  웹OS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오재덕 LG전자 책임 연구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LG전자는 스마트TV와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에 꾸준히 웹OS를 적용하고 있다. 그 사이 스마트워치나 냉장고 디스플레이 등에 시험적으로 웹OS를 접목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동차와 스마트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LG전자의 스마트홈은 자체 AI 플랫폼인 씽큐 브랜드가 적용되어 있는데, 회사 내부의 각 파트에서 웹OS와 씽큐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오 연구원은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웹OS OSE(오픈소스 버전)에서 씽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라이브러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동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있을 것이고, 씽큐 파트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박일평 LG전자 CTO도 키노트를 통해 향후 웹OS의 활동영역 확대를 강조했다. 자율주행 환경으로 바뀌면 차 안에서 사람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게 될 텐데, 이 시장에서 웹OS에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봤다. ‘웹OS 오토’는 LG전자가 준비 중인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웹OS OSE를 적용한 로봇

디스플레이가 달린 로봇이나 사물인터넷 기기도 새로 주목하는 부분이다. 웹OS 오픈소스 버전인 ‘웹OS OSE’ 확산을 위해 하드웨어 기업들과 손잡고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 연구원이 이날 하드웨어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찾은 이유도 웹OS OSE를 알리기 위해서다. 웹OS OSE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로봇이나 단말에 특화되어 있다. 오 연구원은 이날 웹OS OSE를 적용한 로봇을 시연했는데, 카메라와 IR센서 등을 탑재해 화면 앞 사물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동작형 제품이었다.

그는 “지난해 외부 기업과 웹OS 협력이 있었는데 올해도 그런 사례를 만들려고 고민 중에 있다”며 “생태계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교류회에는 석윤찬 비주얼캠프 대표도 발표자로 연단에 섰다. 비주얼캠프는 시선 추적 기술을 다루는 회사인데, 최근에는 모바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시선 추적 기술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지만, 계속해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글로벌 IT 기업들도 모두 뛰어들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최근 3년간 시선 추적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 회사들이 모두 이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새로 시서 추적 업체를 인수한 것은 VR이나 AR, 모바일 등에서 시선 추적이 킬러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석윤찬 비주얼캠프 대표

 

비주얼캠프는 2014년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시선에 따라 타이핑을 하는 기술을 들고 나왔다. 손을 쓰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술이었는데, 분당 100타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이후 VR과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넓혔다.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빠른 시선 추적 알고리즘이다. 석 대표에 따르면 경쟁사 대비 속도가 세 배 빠르다. 두 번째는 AI 기반 스마트폰 시선 추적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X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페이스 트랙킹 데모를 선보였는데, 석 대표에 따르면 유사한 기술을 비주얼캠프는 아이폰6 이상에서 지원한다. 정밀한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해 모든 앱에서 시선을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리모트형 하드웨어를 만드는데, 광고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제품이다. 특히 중국에서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택시나 엘레베이터 등에 달린 디스플레이 광고를 실제로 사람들이 보는지 여부나, 신체 장애로 은행 ATM기기를 쓰기 어려운 사람들에 시선으로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게 하는 기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외에 자폐나 난독증 등을 가진 이들을 진단하기 위한 기술로도 쓰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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