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기 평가입니다, 막귀 확인하세요

지금부터 제1회 바이라인네트워크 주최 청음 평가를 시작합니다. 모두 자리에 앉거나, 서 주세요. 누워계서도 무방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신 후, 왼쪽 상단 메뉴에서 ‘연습하기’를 누르세요. 총 6개의 커리큘럼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능력에 맞는 레벨을 고르신 다음, 문제를 선택하고 재생(⊳) 버튼을 누르세요. 그러면 연주가 나옵니다. 잘 듣고, 본인이 생각하는 음계를 그리세요.

  1.  문제를 클릭하세요

 

맞히셨나요?

정답은 같은 페이지의 ‘정답보기’를 누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틀렸습니다. 제일 쉬울 것 같은 문제를 골랐는데도요. 고등학생 시절 음악 실기 시험으로 청음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0점이었습니다. 이게 도미솔인지, 도파라인지 도저히 알 수 없더군요. 친구들이 앞에 앉아 있는데 혼자 자꾸 틀리니까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나는 막귀구나.

듣기 평가 시험문제는 스타트업 ‘주스’에서 운영하는 청음 앱 ‘이지이어(easy ear)’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에듀테크 파트너스 데이’에서 김준호 주스 대표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지이어에 대한 소개였는데요, 음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청음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든 솔루션입니다.

잠깐 이지이어의 프로필을 살펴 보시죠.

생년월: 2018년 12월 (회사 설립은 2016년 12월)

서비스: 청음

타깃: 음대 입시, 혹은 음악 관련 시험에서 청음이 필수 항목인 자/ 꾸준히 청음을 연습해 귀를 틔우고 싶은 자

수익모델: 월정액제

 

발표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왜냐면 첫째, 저 같은 막귀도 훈련하면 귀가 트일 수 있을까? 둘째, 음대 준비를 하려면 돈이 꽤 많이 든다던데 인터넷 서비스가 그 비용을 줄여줄 수 있을까? 인터넷 서비스가 사람한테 배우는 것 만큼 효과가 있을까? 셋째, 청음이 과연 시장이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였죠.

그래서 이튿날인 18일 김준호 대표를 만나러 주스가 위치한 상암동을 찾았습니다.

김준호 주스 대표

여러분도 청음이 뭔지는 대체로 아실 겁니다. 방금 위에서 테스트를 하셨듯이, 연주를 듣고 악보를 그려내는 것입니다. 청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어 공부를 하루이틀 했다고 단번에 귀가 뚫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더도 덜도 말고 하루 한시간씩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김준호 대표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청음은 악기 연주를 듣고 음을 맞추는 건데, 주변에 아무한테나 부탁하면 안 되는건가요?”

“청음을 간단하게 생각하는데, 정확한 리듬과 페이징(phasing, 같은 악기들이 동일한 선율 패턴을 반복해 연주하다 점차 동시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해줘야 해요. 청음은 단순하게 하나의 음이 아니라 멜로디와 화성을 듣는 거라 일반인이 쳐주기는 어렵죠.”

여러분이 딱 듣기에도 제가 무식한 질문을 했죠?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김준호 대표의 대답에서 청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이 정확성의 문제 때문에, 시험문제는 컴퓨터가 연주합니다. 사람이 연주한 각 음을 저장해놨다가, 컴퓨터가 그 음을 가져와 악보에 맞게 연주한 곡을 틀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연주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리듬감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입시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연습 역시 아무나 건반을 두드려 문제를 낸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음대 입시생 중 청음이 필수과목인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청음 레슨을 듣는다고 합니다. 레슨은 시간당 비용이 청구되는게 일반적인데요, 정확한 값이 매겨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가 일반적인 시장가로 알려졌습니다.

김준호 대표는, 원래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집이 강원도 홍천인데 매주 레슨을 위해 서울을 오가느라 죽을 맛이었다고 합니다. 청음레슨비만 석달에 100만원은 족히 썼다고 하는데요. 학교에 가고 난 후, 예고 출신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니 레슨하러 오가느라 힘들고, 큰 돈을 썼던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더라고요.

이 일은, 김준호 대표가 이지이어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더 좋은 음질의 시험문제를 비교적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 입시생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그렇다고 이지이어가 레슨 선생님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지이어는 교사의 보완재 역할을 하죠. 선생님들도 이지이어를 갖고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죠.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 매일 하루 한 문제씩 풀게 유도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선생님이 더 잘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선생님의 노하우를 학생에게 전달하고, 오프라인 레슨 횟수는 줄어드는 거죠. 그만큼 선생님은 더 많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고요.”

가능성은 있지만 또 이런 의문이 듭니다. 청음 시장이 회사를 먹여살릴 수 있을만큼 클까요?

김 대표에 따르면, 매년 무조건 청음 시험을 쳐야 하는 학생 수가  2만4000명 규모라고 합니다. 클래식, 작곡, 국악, 실용음악, 보컬 부문의 입시에서는 청음이 필수입니다. 청음에는 단성, 이성, 화성, 리듬이 포함된다고 하는군요. 이 시장 규모는 44억원 정도로 집계됩니다.

필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공 필수 과목을 위한 공부나 자격 시험 등을 이유로 연간 청음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6만명 정도고요. 만약 이 시장의 30%만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보수적으로 잡은 숫자라고 합니다.

물론, 국내 시장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중국에서 치는 ‘도’와 미국에서 치는 ‘도’ 음이 다를 수는 없으니까요. 외국에서도 청음 교육을 하거나 시험을 보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겠죠?

이 회사 입장에서는 수출과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시회에서 쥬스를 눈여겨 본 무역트자진흥공사(KOTRA)가 이지이어 서비스를 해외 바이어에 소개했고, 실제로 스페인의 음악 교자재 납품회사와 연결되어 솔루션 공급 계약을 진행중에 있다고 하니, 고무적인 이야기죠?

쥬스는 이지이어의 청음 서비스를 기본으로 화성악, 실용음악, 보컬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초등, 중등생을 위한 간단한 동요나 클래식 서비스도 준비중이라네요. 모차르트를 듣고 아이들이 음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B2B 시장에 악보 공급을 비롯, 음원 편집 서비스, 네이버오지큐(OGQ) 마켓 등에 음원 판매 대행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수익도 꽤 내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오지큐 마켓의 신철호 대표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참, 덧붙여 김준호 대표의 재미있는 이력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이분, 창업이 처음이 아니더군요. 대학 3학년때 과 학생회장을 하면서 동시에 커피숍 창업을 했더랍니다. 2011년 강원도 춘천에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전무했다는데요, 김준호 대표가 ‘탐앤탐스 춘천점’을 열었다고 합니다. 자본금이 적은지라 본사와 ‘중고 기계를 직접 매입해 창업 비용을 줄이겠다’고 담판 지어 허락을 받았다고 하네요. 월 영업익이 5000만원 가까이 나도록 장사가 잘 되었다는데요,

왜 그 잘나가는 가게를 접고 고달픈 스타트업을 시작했냐고 물으니 이런 답을 하더군요.

“창업하고 스타트업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창업은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한 사업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IT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어요. 작곡과인 제가 아이템만 갖고 공대 교수님들 쫒아 다니면서 인재를 추천 받았어요. 그때 소개 받은 사람들이 지금 저희 창업 멤버들이에요.”

창업하는 사람들은 타고 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답변이었어요. 어쨌든, 저를 포함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 상당수는 음대를 준비하는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지이어가 우리같은 ‘음알못’한테도 유용할까 물었습니다.

” 막귀도 충분히 개선이 돼요. 화성은 장담 못하지만, 단성하고 리듬은 충분히 나아지는 사례가 많아요.”

그러니까, 큰 욕심 내지 말고 막귀만 탈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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