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코리아, AI·양자 시대의 ‘인지 인터넷’ 비전 발표
시스코코리아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례 행사인 ‘시스코 커넥트 2026 코리아’ 개막에 앞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열고 AI와 양자컴퓨팅이 이끄는 차세대 네트워킹 패러다임의 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코의 기술 혁신 및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했다.
비조이 판데이 시스코 아웃시프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오늘날 운영 중인 대부분의 인프라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시스템, 즉 같은 입력에 항상 같은 출력을 내는 시스템을 전제로 구축됐다”며 “이러한 결정론적 시대가 끝나고 확률적(probabilistic) 시스템으로 패러다임 교체가 일어나고 있으며, AI 에이전트와 양자컴퓨팅은 명령을 실행하는 대신 추론하고, 유추하며, 판단을 내린다”고 밝혔다.
시스코의 신기술 인큐베이션 조직인 ‘아웃시프트’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전략적 조직이다. AI 에이전트 인프라부터 양자 네트워킹까지 시스코의 미래 기술 비전을 주도하고 있다.
아웃시프트가 구축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는 ‘인지 인터넷(Internet of Cognition)’이다. 시스코는 이를 인간 지능의 진화에 비유한다. 인류는 약 7만 년 전 언어의 출현으로 의도를 공유하고 함께 추론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을 이룩했는데, AI 에이전트 역시 지금 같은 변곡점에 있다는 것이다. 개별 에이전트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비조이 판데이 부사장은 “인지 인터넷은 개방형 아키텍처 레이어로, 에이전트 간 공유된 의도를 정렬하는 프로토콜과, 시스템 전반의 집단 기억을 유지하는 패브릭으로 구성된다”며 “이를 통해 에이전트들이 조직의 경계를 넘어 함께 추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코 아웃시프트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오픈소스 프로젝트 ‘AGNTCY’(에이전시)를 주도하고 있다. AGNTCY는 시스코가 최초 공개한 뒤 리눅스 재단에 기부한 프로젝트로, AI 에이전트 간 발견·신원 확인·메시징·관측을 위한 개방형 인프라를 제공한다. 시스코, 구글 클라우드, 델 테크놀로지스, 오라클, 레드햇 등 80개 이상의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양자 네트워킹 분야에서도 시스코 양자 연구소는 하드웨어와 프로토콜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분산 양자컴퓨팅을 위한 풀스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확률적 컴퓨팅을 지원하는 인프라 스택 전체가 아웃시프트의 인큐베이션 범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물류 최적화, 신약 개발, 네트워크 운영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문제 해결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시스코 양자 연구소는 양자 네트워킹 스타트업 큐넥트(Qunnect)와 협력해 뉴욕에서 상용 광섬유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도시 규모 고속 양자 얽힘 교환(quantum entanglement swapping) 실험에 성공했다. 판데이 부사장은 “이는 양자 네트워킹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상용 인프라 위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 기술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현재의 인터넷 암호 체계를 해독해 무력화하는 시점, 이른바 ‘Q-데이(Q-Day)’가 당초 예상인 2030년 이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수집한 데이터를 향후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이른바 ‘수확 후 해독(harvest-now decrypt-later, HNDL)’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시스코는 기존 시스템에 패치하는 방식이 아닌, 제품과 플랫폼 자체에 양자 내성 보안을 내장하는 근본적 접근으로 양자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 있으며, PQC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업들의 선제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에이전틱 AI 워크로드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AI 에이전트들이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환경에 배포되며 엔드유저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로 인해 네트워크 트래픽은 기존 챗봇 수준을 넘어, 에이전트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상시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며, 네트워킹 인프라에 대한 요구 사항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에 대한 종합적 청사진으로 ‘AI 커넥티비티’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AI 데이터센터 ‘내부’ 확장을 위한 스케일 아웃(Scale-Out) 솔루션과, 데이터센터 ‘간’ 연결 및 다양한 네트워크 역할을 아우르는 스케일 어크로스(Scale-Across) 솔루션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빌 가트너 시스코 옵티컬 시스템 & 옵틱스 부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실리콘원 칩과, 최신 옵틱스 기술을 소개했다.
스케일 아웃의 핵심에는 최근 시스코 라이브 EMEA에서 공개된 차세대 네트워킹 칩 ‘실리콘 원 G300(Silicon One G300)’이 자리한다. 실리콘 원 G300은 102.4Tbps급 스위칭 성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실리콘으로, 기가와트(GW)급 AI 클러스터의 학습, 추론, 실시간 에이전틱 워크로드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GPU 활용률을 극대화해 작업 완료 시간을 28% 단축하는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이를 탑재한 신규 시스코N9300 및 8000 시리즈는 100% 액체냉각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최대 약 70% 개선하며, 1.6T OSFP 및 800G LPO(Linear Pluggable Optics)를 결합해 광 모듈 전력 소비를 50%, 전체 스위치 전력을 30% 절감하며AI 데이터센터 내부의 초고속 연결 요구에 대응한다.
스케일 어크로스 솔루션은 51.2T급 실리콘 원 P200 기반으로, 초당 200억 패킷을 처리하면서 전력을 65% 절감한다. 이를 탑재한 시스코 8223 라우터와 400G/800G 장거리 플러거블 옵틱스를 통해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DCI), 유니버설 스파인, 코어 라우팅 등 다양한 네트워크 역할에 공통 아키텍처를 적용할 수 있다. 2026년 하반기에는 N9364 스위치와 28.8T급 모듈형 라인 카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시스코는2029 회계연도까지 전사적으로 실리콘 원 아키텍처를 고성능 네트워킹 시스템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며, Q2 FY26 기준 실리콘 원 칩 누적 출하량 100만 개를 달성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2026 회계연도 2분기(25년 11월-26년1월) 실적 발표에서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으로부터 AI 관련 주문 21억달러(약 3조 1700억원)를 당 분기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이퍼스케일러 부문은 6분기 연속 견조한 주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제품 구성은 실리콘 원 기반 네트워킹 시스템이 60%, 옵틱스가 40%를 차지하며, 실리콘 원이 시스코 AI 인프라 매출의 핵심 동력임을 입증했다.
빌 가트너 부사장은 “실리콘 원 G300 기반의 스케일 아웃 솔루션과 실리콘 원 P200 기반의 스케일 어크로스 솔루션은 모든 규모의 고객이 컴퓨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AI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에이전틱 AI는 고도의 분산된 보안으로 아키텍처 교체를 유도하므로, 그 인프라를 보호하려면 인프라 자체에 보안을 심어야 하며, 방화벽을 배치할 수 있는 DPU가 중요해진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