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바람의 나라 메인 화면 (출처=넥슨)

하루 접속자 1명이었던 ‘바람의 나라’, 30년 역사 썼다

1996년 4월, 국내 첫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에 첫날 접속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그날 게임 개발자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지만 바람의 나라는 그 후로 30년을 버텼다.

국내 첫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 넥슨 ‘바람의 나라’가 올해로 서비스 30주년을 맞았다. 게임은 PC 통신 시절 텍스트 위주의 머드게임( 텍스트 기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그래픽을 입히고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결합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대로의 전환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현재는 회사를 대표하는 장수 지식재산권(IP)이자 국내 온라인 게임 역사의 산증인으로 자리 잡았다.

단 ‘한 명’으로 시작된 역사

1990년대에는 플로피 디스크와 CD에 담긴 패키지 게임이 일반적이었다. 머드 게임도 존재했지만, 이용자는 제한된 환경에서 텍스트로 상황을 입력하고 상상에 의존해 게임을 즐겨야 했다. 당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과 미래 잠재력에 주목했다. 1994년 12월 ‘차세대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라는 뜻을 담은 ‘넥슨(NEXON)’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후 김 창업주는 넥슨의 첫 작품이자 국내 최초 온라인 그래픽 MMORPG ‘바람의 나라’를 1996년 4월 선보였다. 서비스 첫날 게임의 접속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지만 전국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되고 PC방이 성행하면서 바람의 나라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지난 2005년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월 정액제에서 무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그러자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13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2021년에는 누적 가입자 수가 2600만명을 넘어섰다.

2001년 바람의 나라 메인 화면 (출처=넥슨)

바람의 나라는 국내 게임 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첫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자, 장수 IP로 발자취를 남겨왔다. 1999년에는 PC 통신 천리안 상반기 콘텐츠 대상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우수 콘텐츠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현재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8월에는 서비스 1만일을 달성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가 걸어온 30년의 발자취는 개별 게임의 장기 서비스 성과를 넘어 온라인 게임 역사에도 깊은 의미를 남겼다”라며 “기네스북 등재 기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지 않고 신규 업데이트를 지속하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때는 그랬지’ 올드 유저의 추억

출시 초기 게임의 수익모델(BM)은 월 정액제였다. 무료로는 10·20레벨까지만 육성 가능했다. 이 시절 게임에는 테스트를 위한 ‘괴유 서버’가 존재했다. 월 정액제를 지불하기 어려웠던 어린 이용자들은 괴유 서버를 주로 찾았는데, 항상 과포화 상태인 서버에 접속하기란 쉽지 않았다. 해당 서버에 들어가기 위해 적게는 10분, 많게는 1시간 이상 접속 버튼을 눌렀던 기억을 지닌 이용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과거 바람의 나라 플레이 화면 (출처=넥슨)

당시에는 괴유 서버 고레벨 공유 아이디(ID)가 존재했다. 월 정액제의 벽에 막혀 높은 레벨까지 육성이 어려웠던 어린 이용자들은 이런 아이디를 찾기도 했다. 물론 경쟁은 치열했다. 바람의 나라를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지역과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유 아이디 캐릭터가 아무런 장비를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높은 레벨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과거 바람의 나라에서 유행하던 게임 내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무료 전환 이후 게임에는 수많은 이용자가 몰렸다. 특히 게임 초반부 사냥터인 초보자 사냥터에 몬스터보다 이용자가 더 많아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냥을 원하던 이용자들이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채팅을 외치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까지 종종 언급되는 일화로 남았다.

‘나는 빡빡이다’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서비스 초기 바람의 나라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 자리에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이때 다른 캐릭터가 아이템 위를 일정 시간 지키고 있으면, 모두 획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위를 ‘체류’라고 불렀다. 과거 다른 이용자의 아이템을 노리던 이용자가 주인이 오자 ‘나는 빡빡이다’를 20번 외치라고 했고, 게임 내 유행어로 번지게 됐다.

30주년 일러스트 공개한 넥슨

바람의 나라 서비스 30주년 기념 일러스트 (출처=넥슨)

넥슨은 바람의 나라 서비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일러스트와 로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는 한국적 개성과 그간 선보인 콘텐츠를 담았다. 로고는 앞으로도 게임이 역사를 써 내려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바람의 나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1996년 다람쥐가 쏘아 올린 폭죽이 2026년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은 30주년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넥슨은 30주년 기념 업데이트를 바람의 나라에 적용했다. 신규 직업 ‘흑화랑’을 공개하고, 캐릭터 서사를 담은 9차 승급 신규 지역 ‘신라’를 추가했다. 최대 레벨은 949레벨로 확장했고, 천년 묵은 지네와 같은 적을 토벌하는 주간 협동 콘텐츠 ‘괴력난신’을 새로운 콘텐츠로 더했다. 게임 내 신규 이벤트와 굿즈를 마련하는 등 넥슨은 바람의 나라 30주년에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올해로 서비스 30주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는 4월 신규 지역을 포함해 한국적 색채를 담은 대규모 신규 콘텐츠를 공개했다”며 “한국 온라인 RPG의 살아있는 역사와 같은 바람의 나라 3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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