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난자팩토리 “가상자산 범죄 대응, 민관 협력 강화해야”
“요즘은 과거와 달리 범죄자들이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주로 돈을 빠르게 세탁할 수 있는 해외 국가로 송금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요.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체인 간 브릿지’와 중앙 관리자가 없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활용해 자금을 빠르게 옮기고 세탁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회 금융범죄예방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체인 간 거래 흐름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고 확인·분석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 방식이 수사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를 찾기 위해 하나하나 역으로 추적하는 기존 방식은 속도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난자팩토리는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 양쪽에서 동시에 추적해 경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두 경로가 합쳐지는 확률을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99% 수준에서 특정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오토 트레이스(Auto Trace)’라고 하며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개인 지갑에 대한 통제 권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최근 특징으로 꼽았다. 특정 지갑에서 한 단계 넘어간 지갑을 ‘원업’, 두 단계 넘어간 지갑을 ‘투업’이라고 한다. 이 구간에서 위험 지갑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는 이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분석해 지갑 간 연관성을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제 공조 과정에서 해외 거래소에 피의자 정보 제공이나 자산 동결을 요청하더라도 24시간, 48시간이 걸린다”며 “길게는 한 달까지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민간기업과 거래소, 국내 사법기관과 거래소 간 동결 요청과 피의자 신원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는 연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기업(보난자팩토리)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직접 열람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과 거래소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거래소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범죄 자금이 거래소를 거쳐 이동하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자산 동결과 피의자 신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글로벌 거래소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단계다. 김 대표는 “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68% 수준까지 동결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약 14% 수준이 구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범죄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주고받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는 법 집행 기관의 역할과 민간의 참여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법 집행 기관과 민간의 역할은 구분돼 있으며, 민간은 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과 거래소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법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민간기업이 사법기관을 대신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피해자 신원 정보 제공이나 자산 동결 요청을 민간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의 역할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법 집행 기관이 보다 원활하게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며 “향후 테러나 북한 관련 자금 등의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서도 이러한 협력 구조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