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BN] 폐허가 된 서울에서 생존하라, 넥슨 ‘낙원’

매일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지만, 모든 작품을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 바이라인네트워크(BN)’는 주목할 만한, 직접 해볼 만한 게임을 선별해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잘한 점은 분명히 짚고, 아쉬운 부분도 숨기지 않습니다. 과장 없이 담백하게 전합니다. <편집자 주>

사람 사이에 첫인상이 있듯, 게임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분위기, 처음 마주하는 장면, 캐릭터의 생김새와 움직임 그리고 전투까지. 긴 시간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이 게임이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 대략적인 감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체험한 넥슨 ‘낙원 라스트파라다이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꽤나 묵직한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사심이 조금 담겼습니다만, 제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좀비가 나오는 게임을 선호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익숙한 설정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하고요. 좀비 사태로 인해 사실상 멸망한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존 서사가 취향입니다. 낙원 파라다이스는 이같은 설정을 잘 살린 PvPvE(이용자 간 대결과 몬스터/NPC 처치 등의 요소가 결합된 게임 장르)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입니다. 게임은 현재 클로즈 알파 테스트 중인데요. 완성된 게임은 아니지만, 꽤나 높은 게임성을 보여줬습니다.

여기가 바로 ‘서울’

가장 감탄한 부분은 배경입니다. 낙원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한국의 서울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생존자들의 안식처인 여의도와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구하러 가야 하는 종로가 주무대입니다. 이용자는 브로커를 통해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여의도 대피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울 도심을 탐험하게 됩니다. 절망적인 상황과 익숙한 배경 덕에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이번 테스트 버전에서는 종로 남부, 북부 등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가 그대로 구현돼 있습니다.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됐지만,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종로가 맞습니다. 빽빽하게 밀집된 건물과 좁은 골목, 다양한 종류의 상점, 경찰서, 주유소 등 눈을 사로잡는 요소가 많더군요. 좁은 공간에 버려진 수많은 자동차들을 통해 과거 복잡했던 서울의 도로 교통 상황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서는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치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한국의 경찰차, 황토색 택시, 다양한 한글 낙서, 한글 간판을 단 상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낯익은 풍경과 한글로 인해 눈앞에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챌 수 있더군요. 이외에도 버려진 차량을 때리면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거나, 총기규제 국가답게 근접무기가 주력이라는 설정도 있습니다.

제가 익숙한 배경에 감탄하는 사이, 주인공은 목숨을 건 탐사를 진행하고 있더군요. 물론 제가 조작하고 있는 중이지만 게임 플레이만으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샌드위치, 생수, 천조각과 같은 물품을 구하기 위해 좀비와 다른 생존자들을 해치워야 하다니. 형용하기 어려운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진짜 생존이 무엇인지 간접 체험하는 느낌입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판단

익스트랙션 장르는 필요한 아이템을 구해서 무사히 생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낙원도 이러한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처럼 전략적인 판단을 잘 내려야 합니다. 좀비 게임하면 보통 수많은 적을 쓸어 담는 전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낙원은 그러한 게임과 거리가 멉니다. 최우선순위가 ‘생존’이기 때문이죠. 눈앞의 모든 좀비를 상대하면 아이템을 구할 시간이 줄고, 다른 이용자에게 들킬 수 있으며, 무기 내구도가 빠르게 닳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전투를 벌이기보다 상황을 살피며 이동 경로를 선택하고, 필요할 때 교전을 하는 플레이가 중요해 보입니다. 가야 하는 필수 동선에 좀비가 있다면 해치우는 식으로요. 물론 좀비가 크게 위협되지는 않습니다. 한두 마리 정도는 초반 장비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소음을 최소로 줄이고 제압(암살)하는 방법도 있고요. 다수가 몰려있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더군요.

특수 좀비를 만났다면 판단을 잘 해야 합니다. 낙원에는 달리는 좀비 ‘러너’, 소리를 질러 주변 좀비를 모으는 ‘스크리머’, 탐사대원 복장을 한 ‘게더러’와 같은 개체가 존재합니다. 저는 게임 초반에 게더러를 만났습니다. 복장만 봐선 다른 이용자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아마 탐험 도중 감염된 생존자인 것 같습니다. 무작정 덤볐는데 체력이 튼튼해서 잘 죽지 않더군요. 교전이 길어지니 스테미나(지구력)가 부족해지고, 도중에 자동차 경보음이 울려 부리나케 도망쳤습니다. 손해만 본 셈이죠.

동선을 잘 짜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했다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됩니다. 낙원은 여타 익스트랙션 게임처럼 탈출구가 존재하는데요. 탈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중으로 돼 있는 탈출구 문을 열었더니, 그 안에서 좀비가 튀어나오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방심하고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긴장해야 합니다.

완성도 높은 클로즈드 알파 테스트(CAT) 버전

앞서 넥슨은 지난 2023년 낙원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 공개된 CAT 버전은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무기 종류가 늘고, 특수 감염자와 날씨 환경 등이 추가됐죠. 다채로운 전투를 펼칠 수 있도록 전투 스킬도 생겼습니다. 프리 테스트 이후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전체적으로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진 느낌입니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원조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현실감 넘치는 환경 요소를 구현했습니다. 이는 해당 장르의 특징처럼 굳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큰 흥행 중인 넥슨 ‘아크 레이더스’도 같은 문법을 따르고 있죠. 낙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CAT 버전의 경우 저녁, 밤, 새벽, 비 내리는 날 등 환경 효과가 추가돼 게임의 몰입감을 끌어올렸습니다. 비가 내리면 발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등 단순한 효과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변수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 CAT 버전은 신체단련, 근접전투, 특수공작, 야전생존과 같은 4종의 스킬 트리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액티브 스킬을 개방하거나, 스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전투 스킬은 탐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전투 능력을 끌어올려 적을 쉽게 물리치거나, 탐색이나 회피 능력을 키워 전략적으로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스킬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향후 다양한 플레이 양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되는 K-익스트랙션 ‘낙원’

넥슨 낙원은 한국 도심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설정, 매니아층이 두터운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 최근 부상한 익스트랙션 장르를 잘 조합한 기대되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아직 CAT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초기 버전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이용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스팀DB에 따르면 테스트 기간 최대 접속자 수가 3만500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익스트랙션 장르는 이용자 리텐션(잔존율)을 높일 장치가 필요합니다. 장르 특성상 게임이 어려운 편이기 때문인데요. 추후 낙원은 이러한 점을 어떻게 보강할지 주목됩니다. 이미 아크 레이더스로 큰 성과를 달성한 바 있는 넥슨이기에 낙원 역시 독창적인 방법으로 이용자 경험을 다듬어 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이미 ‘최후의 저항’처럼 게임 진행에 유연함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더했기도 했고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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