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아닌 생존의 문제…공간정보 결합, 피해 더 커진다”
<이전 기사: ‘못해도 10년간 150조원’ 지도 반출 이후 충격 전망>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 개최②
공간정보와 AI 결합, 파급력 어마어마할 것
통제력 갖추고, 충격 대비할 최소한 대비책 마련해야
지난 3일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 참석한 산학계 인사들은 지도 데이터와 공간정보의 결합 이후를 우려했다. 구글의 공간정보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학습할 시, 앞으로 공공 인프라를 해외 플랫폼에도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영세 기업들은 기술 침투에 대한 대비책이 사실상 없는 가운데 플랫폼 종속을 막기 위한 정부 대처를 주문했다.
김대종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평생 공간 연구를 했다”고 소개한 뒤 “공간정보라는 게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이게 무슨 협상의 대상인가 이런 생각이 사실 많이 든다”고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모든 데이터들이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공간 정보가 결합돼 그것이 디지털 트윈으로 되고 로봇틱스가 되는 것들인데, 이렇게 일괄 반출을 하게 되면 우리가 그전에 우리가 경쟁력을 갖췄느냐 라는 것들을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이제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요.
(낙관적 케이스에서도 10년간 150조원 피해 손실이 발생하는 연구 관련해) 인풋으로 들어가는 SAM(Segment Anything Model, 공간 데이터에서 객체를 탐지하고 분할하는 기술) 데이터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이 되어 있을까,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제대로 반영을 하게 되면 우리 경제 피해는 훨씬 크다, 제대로 분석을 하게 되면 지금 나온 결과들보다 훨씬 더 안 좋다라는 겁니다.
김주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대5000 (축적) 지도 데이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세밀한 전공 서적이라고 보면 된다”며 “구글 같은 AI 대기업들이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를 찾으려고 굉장히 많은 돈을 들이고 있는데, 우리가 그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현실을 짚었다.
구글은 최근 공간정보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기본 AI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 모델에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제미나이를 연결해서 최근 구글어스AI 서비스를 개발 시작했습니다. 제미나이가 공간정보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고정밀 지도를 학습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있는 AI 전문가가 된다는 거죠.
윤준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UAM, 로봇, 스마트시티 등을 떠받치는 국가의 기본 인프라 레이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가 일정 수준의 통제력과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과 인프라 도시 관점에서 보면 고정밀 지도는 디지털 트윈, 스마트 건설의 핵심 기반입니다. 이 기반이 해외 플랫폼에 종속된다면 국내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죠.
우리가 아무리 이렇게 생각해도 허가되느냐 불허가 되느냐 하는 건 우리의 손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조건부 전략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정밀 지도의 취득 갱신 검증에 관해 핵심 기술 인력 풀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특히 국내에 디지털 트윈 스마트 건설 자율주행 이런 실증과 연계해서 대체 옵션이 과연 있는지 이것에 대한 역량을 키운 후에 검증하고 확산하는 프로그램이 국가 차원에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광목 이지스 대표는 “공간정보 업계에서 기술 특례로 직상장을 한 최초 기업”이라고 소개한 뒤, “저희가 디지털 어스 플랫폼으로 상장하면서 구글 어스와 뭐가 다르냐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최근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하는 사업을 언급했다.
지금 구글이 미국 국방부랑 뭘 하고 있냐면 고정밀 지도로 드론이 타격하는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GPS 재밍(전파방해)이 돼도 이미지만으로 물리적인 공간을 인지해서 타격할 수 있는 거죠. 고정밀 지도가 나가는 순간, AI가 학습해서 재밍 자체가 통하지 않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도 API 종속 측면에서 우버가 구글 지도를 도입하면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개년 동안 580억원 정도를 지출한 사례를 들었다.
그 당시 우버는 선택권이 없었죠. 전 세계 지도를 가지고 API, POI(관심지점)을 가진 곳이 구글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 선택을 해서 급성장했지만, 지금 우버의 정책은 지도 회사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자체 지도를 만들어야 된다는데, 일반 기업도 그런데 국가는 오죽하겠습니까.
박창훈 웨이버스 대표는 지도 데이터 반출 관련해 “국내 플랫폼을 잠식하고 독점하기 위한 진입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게 단순하게 지도일까 지도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동선 데이터라든지 이 데이터를 가지고 파생되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블랙박스를 열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국가 내 정책에 대해선 감사를 해야 되겠죠. 글로벌 기업에게는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우리가 쓸 수 있는가 하면 못 쓸 거거든요. 중소 기업이나 SI 업체들은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박 대표는 지도 플랫폼 종속에 따른 유지보수 부담을 거론했다. 갑자기 요금을 올리거나 유료화를 해도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희가 플랫폼 같은 걸 유니티 베이스로 재작년부터 시작해서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니티가 유료화된다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왜 만들어 놓은 걸 오픈하려고 그러니까 비용을 지불해야 되나 된 거죠. 구글도 마찬가지이고, 잠식된 록인 효과가 있는 상태에서는 체인지가 불가능할 거고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해서 대처 방안을 찾고 난 다음에 (지도 데이터) 오픈을 해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황정래 올포랜드 상무는 “AI, 자율주행, 로봇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들인데, 그만큼 이 분야들에 공간정보까지 합쳐진다고 할 경우 그 파급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내 공간정보 업체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앞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는 산업 구조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저도 API를 써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인데 아직까지 국내 API라든가 이 데이터 제공 체계 같은 게 해외 플랫폼에 비해 조금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작업을 선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종속성이나 이런 문제를 좀 완화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공간 연구 사업자나 지도 사업자들이 대부분 굉장히 영세한 규모를 많이 보이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혁신 역량이 크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데이터 개방이 이뤄질 경우 종속의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구조를 훨씬 유연하게 만들고 최소한 체력을 만들어놓는 게 제일 시급하다고 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