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인수하는 업스테이지, 업계의 시각 3가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전통의 포털 ‘다음’을 인수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스테이지와 카카오는 지난 달 29일 주식교환 거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다음 포털(AXZ)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이전하는 한편, 업스테이지 일정 지분을 카카오가 취득하는 내용이다.
업스테이지는 스타트업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AI 기업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AI 올림픽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서도 4강에 올랐다.
다음 포털은 지난 해 11월 카카오에서 완전 분리돼 독립 법인 AXZ가 됐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수익성도 낮고 성장성도 낮은 사업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하려한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정설로 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OU가 업스테이지가 AI 검색을 위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 데이터, 얼마나 유의한가?”
양사가 내세우는 건 다음의 콘텐츠 데이터와 업스테이지의 AI 기술의 결합이다. 업스테이지가 다음의 콘텐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다음 서비스와 결합한 차세대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런 점에서 관련 업계는 다음의 데이터가 얼마나 유의미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 포털에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 중 어떤 데이터가 정말 ‘알짜’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가장 관심을 끌 데이터는 ‘카페’와 같이 이용자들이 생성한 데이터(UGC)다. 일반적으로 AI 업체는 웹 크롤링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데이터는 아니다. 반면 플랫폼 내에는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 행동 데이터 등이 있다. 이 데이터는 다른 AI 기업에는 없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차별화 요소가 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6~7월 대부분 서비스에서 ClaudeBot, GPTBot 등 AI 서비스의 크롤링봇을 차단했다. 자사 데이터를 다른 AI 업체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식에 대해 “AI는 결국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 “다음이 가진 알짜 데이터는 카페 데이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는 모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원천 데이터는 없기 때문에 소버린 AI로서의 차별화를 이야기하기 점점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확보할 수 있는 뉴스나 웹 데이터가 아니라 카페 데이터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스테이지가 다음 포털을 인수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카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 변호사는 “다음의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 기준에 따라 (기업이 AI 학습에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개인정보 약관 내 ‘신규 서비스 개발 및 기능 개선,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한다고 명시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광고 사업을 위해 최적화된 사용자 데이터 등 다음이 이용자의 패턴에 따라 만들어낸 다양한 콘텐츠도 활용도가 높은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AI 검색 플랫폼, 김성훈 대표의 꿈?”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의 이력은 이번 인수에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김 대표가 네이버보다 먼저 국내에서 검색 엔진을 시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6년 웹 크롤러를 이용한 검색 엔진 ‘까치네’를 개발한 바 있다. 1세대 검색엔진 개발자가 다음을 인수해 AI 검색엔진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LLM 기업들이 대부분 자사 모델을 B2C 서비스화하고 싶어한다. 단순히 모델을 판매하는 것보다 B2C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직접 만나면 이용자의 니즈와 행동패턴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 관련 기업 관계자는 “다수의 LLM 기업은 AI 검색 플랫폼 등 서비스를 하고 싶어하지만, 자본과 기회가 없어 어려울 뿐”이라며,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다음을 인수할 때 얻는 시너지가 비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음은 이미 검색 포털 시장에서 3위 이하로 밀려난 상황”이라며, “1등하다 2, 3등으로 떨어진(경쟁에서 진), 포털을 인수해서 시너지를 낸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구글과 네이버와 비교해 다음에 제약이 비교적 없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구글과 네이버는 검색 키워드 광고 수익이 크기 때문에, AI 검색 등에서의 제약이 비교적 큰 상황”이라며, “다음은 비교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AI 검색을 도입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결국 판 키우기?”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업스테이지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체급 키우기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내년 하반기 IPO를 목표로 한다.
AI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회사 매출은 고작 해야 200억~300억원 수준”이라며 “투자 관점에서 보면 매출이 큰 플랫폼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업스테이지의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139억원이다. 솔라 모델을 중심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매출이 거둔 성과다. 반면 다음의 2024년 매출은 약 332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다수는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브랜딩 차원에서 다음 인수가 중요할 것”이라며, 업스테이지가 다음 인수를 위해 교환한 지분을 어느 정도로 설정했느냐에 따라 이번 협상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한편,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 실사를 시작하기 전 대략적인 방향에 대해 밝힌 것”이라며, “모델 개발을 위해 다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고 답했다. AI 검색 플랫폼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