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스페이스와이 제공)

SI를 하겠다는 이상한(?) 스타트업 ‘스페이스와이’

누군가 나에게 최근 만난 회사 중에 가장 흥미로운 곳이 어디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스페이스와이(SpaceY)’였다.

이 회사는 SI(시스템 통합)를 혁신하겠다고 나선 이상한(?) 스타트업이다. 20년 넘게 IT산업을 취재하는 동안, SI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스타트업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SI를 할 때는 “당장 매출이 필요해서”라거나, “고객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하는 경우가 많다. SI가 좋아서 한다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제품이 아닌 용역을 제공하는 SI 비즈니스의 특성상 급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몇 명의 인력을 투입했는지에 따라 매출이 결정돼, 대부분의 SI 회사는 매출과 인력수가 정비례한다. 이런 시장에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스타트업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페이스와이 황현태 대표는 공공부문 SI를 두고 “가슴 뛰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저희는 삼성전자의 프로젝트보다는 창원시청의 IT 프로젝트가 훨씬 가슴이 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공공 SI에 대해 재미없는 일이고, 이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비전이 크지 않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나의 고정관점과는 정반대의 발언이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전략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스페이스와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일까? 이 회사 창업자 황현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I로 가능한 SI 혁신

스페이스와이는 4년 전 N잡러, 특히 개발자들을 위한 매칭 플랫폼 ‘디오(DIO)’로 시작한 회사다. 네이버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현직 개발자가 부업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

개발자 인력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SI와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인력 매칭만 했었는데, 고객만족을 위해 직접 SI를 수행하는 경우가 생겼다.

“제가 알고 보니 SI 시장에 들어온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황현태 대표는 관련업계의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이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챗GPT의 등장으로 스페이스와이에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렸다. 생성형 AI를 통해 SI 산업 자체를 혁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와이는 영업 담당자가 시스템의 90%를 미리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안을 한다. 영업 담당자는 개발자가 아니지만 AI를 활용하면 시스템의 겉모습과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AI다. 스페이스와이는 이를 ‘지속적 클로딩(Continuous Claude-ing)’이라고 부른다. 생성형 AI인 클로드가 쉬지 않고 개발을 하기 때문에 며칠만에 꽤 그럴싸한 시스템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3~4일 지나면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기능까지 붙어 있어요. 그걸 가지고 다시 세일즈 미팅을 잡습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제품을 들고 가는 거죠.”

이는 SI 서비스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다. SI 프로젝트의 문제는 주로 고객과 개발자의 동상이몽에서 나온다.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과 개발자가 고객의 니즈라고 이해한 시스템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고객의 요구를 듣고 수개월 걸려 시스템을 만들어 보여줬는데, 고객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시스템일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 각종 갈등과 비효율이 쏟아진다.

“저희는 이를 ‘90% 프로덕트’라고 부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내부는 조악하기 짝이 없지만, 겉으로는 돌아갑니다. 고객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완성된 시스템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면 빨간 펜을 그어가며 함께 니즈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창업 경험은 필수” 현장 파견 엔지니어

스페이스와이의 또다른 전략은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현장 파견 엔지니어)다. FDE는 고객사에 파견 가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를 말한다.

고객사와 계약이 되면 본격적으로 2명의 FDE가 고객사에 상주한다. 일반적으로 15명 정도가 투입돼야 하는 규모의 프로젝트도 스페이스와이는 두 명의 FDE가 담당한다. 이들의 원칙은 명확하다. 오늘 어떤 얘기가 나오든, 모레까지는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지속적 클로딩을 활용한다.

FDE는 팔란티어가 유행시킨 개념으로, 고객사에 들어가 문제를 발굴하고, 직접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파견 개발자의 역할이 커스터마이징 정도에 머물렀다면 FDE는 고객이 필요한 솔루션을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 버립니다. FDE 한 명 한 명이 미니 SI 기업인 셈이죠.”

이 때문에 스페이스와이는 FDE 채용 조건으로 역량뿐 아니라 ‘창업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

“창업 경험이 있다는 건 창업에 실패했다는 거잖아요. 이들(실패한 창업자들)이 깨달은 건 ‘고객이 돈을 내고 살 만한 문제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근데 여기는 고객이 문제를 던져줘요. ‘이거 해결해줘’ 그러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죠.”

맨먼스라는 족쇄를 끊다

SI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투입된 인력과 시간에 따라 흔히 맨먼스(Man/Month)라고 불리는 용역비를 받는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면 많은 비용을, 적은 인원이 투입되면 적은 비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FDE 두 명만 투입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오히려 매출 성장을 약화시키는 전략이 아닐까?

이 때문에 스페이스와이는 개발자 맨먼스가 아니라 컨설턴트 맨먼스로 비용을 청구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고급 개발자의 경우 월 1100만원 정도인데, 컨설턴트는 48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인력은 15명에서 2명으로 줄지만, 단가가 높아서 스페이스와이는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15명을 투입하는 일반 SI 개발보다 총 비용이 줄어든다.

황 대표의 비전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IT 인프라를 재건하는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때는 IT 강국이었어요. 2001년에 창원에도 초고속 인터넷이 깔렸죠. 하지만 이제 정부 사이트라고 하면 구리다고 천대받잖아요. 우리의 능력으로 구린 시스템을 변혁하고 싶어요.”

현재 스페이스와이는 시드 투자 이후 추가 투자를 받지 않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지금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손익분기점(BEP)를 맞추기 전에는 투자 받으러 나가면 가슴이 뛰어서 잘 안 됐어요. 돈이 급하니까. 이제 조금 안정적인 상태에서 투자를 받아볼까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SI 시장에 대한 내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SI는 낡은 산업이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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