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 과도기, 슬로우푸드 전략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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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든 양산형 게임 쏟아져 일각 우려
‘아타리 쇼크’보다 자정 관측 힘 실어
AI는 필수재, 제작 규모 늘리고 속도업
‘AI 사용’ 표시 따라 스팀·콘솔서 안 쓰려는 분위기
중국서 인디 활성화…AI 거리두는 초대규모 제작 움직임도
패스트푸드 즐겨먹던 시절 생각나시죠?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다 웰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내추럴과 수제를 찾았죠. 이게 시장입니다. 결국 시장의 세그먼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중요하죠. 과도기에 있습니다. 생성AI를 안 쓰는 것도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슬로우푸드 같은 거죠.

전성민 교수(가천대 경영학과)는 지난 27일 한국게임미디어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게임기자클럽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토론회에서 AI를 활용한 양산형 게임이 쏟아지는 현상에 대해 이 같은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1983년 비디오 게임 시장의 긴 침체기를 이끈 ‘아타리 쇼크’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타리 쇼크는 지나친 상업화 끝에 흥행작을 베낀 비슷한 게임이 난립했고 몇 주 만에 게임을 만들어내는 일이 성행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고 시장이 크게 위축된 일을 일컫는다.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생성AI로 뚝딱 만들어낸 저품질 게임의 난립으로 산업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게임 이용자들의 수준이 높아져 저품질 게임이 자연스럽게 선택지에서 멀어지면서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십년간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가 거대화하고 발전한 까닭에 기업을 움직일 정도의 여론이 된 까닭이다.
인디 업계에서 수많은 게임을 접하며 전시 또는 지원하는 사업을 이끈 한 담당자는 AI 게임 제작 시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인디게임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상태의 팀들이 존재하다보니 모두를 정의하긴 조금 어렵지만, 25년 전시나 지원사업 등을 통해 만나본 인디게임 팀 수준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체감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프로토타입이나 데모 수준에서는 AI를 활용한 그래픽 애셋들을 활용한 경우가 많이 있으나, 자신의 아이디어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싶어하는 팀들은 자신만의 게임성과 그래픽 방향성을 가져가려고 하기에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부분은 그래픽적인 측면이며, 비용절감을 위한 AI 코딩 효율화에 대해서는 많은 팀들이 도입하거나,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번역 부분일 것 같은데요. 많은 인디게임이 언어의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저품질 게임의 난립이 인디 게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지 관측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AI로 인한 개발 접근성이 낮아진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임의 기본 속성이자 목표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인 만큼, 다양한 시도가 많아지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마냥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프로토타이핑을 하거나 부족한 그래픽 완성도를 높이는데 활용하는 등 AI의 발전 덕에 더 많은 창작자들이 인디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참신한 인디게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AI가 게임 개발의 효율화를 돕는 수준을 넘어 빠르고 쉽게 다른 게임을 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복사+붙여넣기 식 저품질 게임의 범람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는 조금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인디게임 시장 전체에 대한 유저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9명의 제작진으로 신작 출시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한 개발사 대표는 소규모 제작팀에선 생성 AI가 이제 필수재가 됐다고 현황을 전했다.
그는 “챗GPT, 제미나이, 미드저니 등 AI의 도움으로 9명이 이전 같으면 20명이 만들만한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AI 결과물에 리터칭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 프로그래머만으로 제작팀이 꾸려 지기도 한다”며 “기획과 아트 영역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인디 업계에 수년간 몸담은 한 퍼블리싱 담당자는 플랫폼별로 AI를 접근하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짚었다.
일단 플랫폼에 따라서 다를 것 같은데요. 모바일 캐주얼이나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들 같은 경우에는 제작 속도가 중요하다 보니까 품질보다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AI를 많이 쓰시는 것 같고요. 저항감은 모바일 유저들이 좀 낮은 편인 것 같아요. AI를 써 퀄리티가 낮은 게임들이 양산되는 거 아니냐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지난 1~2년 사이에 (AI를 활용하며 발전하는) 속도를 생각해보면 저품질 게임이 막 쏟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스팀(PC)과 콘솔 게임을 개발하시는 분들은 AI를 많이 안 씁니다. 바이브코딩 정도는 쓰실 수 있는데 리소스 제작도 기획 단계에서 주로 쓰시지 실제 인게임에 넣는 것들은 웬만하면 안 쓰시려고 하는 편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을 때, 그러니까 1인 개발에 프로그래머인 분들이 외주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AI를 많이 쓰시는 편이고요. 그런 경우에는 스팀 게임을 출시할 때 ‘AI를 사용했습니다’를 체크해야 되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최대한 드러나는 AI는 안 쓰시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 담당자는 생성 AI 시대에 들어 중국 게임이 더욱 약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가 파악한 현지 분위기에 따르면 작년 들어 10명 안팎 수준의 인디 게임 개발팀이 우후죽순 생겨난 상황이다. 예전 중국산 게임처럼 수익만을 쫓은 저품질 게임을 지향하는 분위기도 아니라고 한다. AI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고품질 게임을 목표한다. 중국만이 가능한 500명 이상의 초대규모 게임 개발팀에선 AI를 부분 활용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도 있어, 앞서 언급한 슬로우푸드와 같은 게임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