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AI·스테이블코인·생산적금융…신년사로 본 2026년 은행권 전략

국내 금융권이 새해를 맞아 제시한 경영 전략의 공통 키워드는 AX(인공지능 전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자산, 생산적금융의 본격화다. 개별 금융그룹의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신년사 전반에 깔린 인식은 기존 금융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으로 수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기점으로 AI 기반 전사적 전환을 본격화하고, 디지털자산 시대에 대한 대응과 생산적금융의 실행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AX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

금융권은 AI를 더 이상 단순한 업무 보조 수단이나 비용 절감 도구로 보지 않았다. 기술이 금융의 질서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기존 금융회사의 영향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전면에 드러났다.

KB금융지주는 AI라는 거대한 흐름이 금융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는 데 금융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국민은행의 신년사에서도 이어진다. 국민은행은 영업 방식의 발전적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스마트한 조수이자 성실한 동료인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더 많은 자원을 고부가가치 전문 상담업무와 고객 관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Great Challenge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AX·디지털 전환(DX)의 속도를 한층 더 높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AX와 DX는 단순한 수익 창출이나 업무 효율성 제고의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과제라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과 고객 접점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AX를 통해 신한의 본원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영업력 강화를 위해 AI 창구를 포함한 채널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혁신 과제의 실행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AX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AI 기반 서비스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직원들이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이 신한을 선택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신한은행은 AI를 활용해 ‘투자 메이트’, ‘몰리 창구’ 등 대고객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는 한편, ‘상담 스크립트’, ‘GPT 기반 수출서류 심사 서비스’ 등 내부 업무 효율화에도 공을 들여왔다. ‘땡겨요’, ‘헤이영(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서비스형뱅킹(BaaS)’ 등 플랫폼 비즈니스 역시 초기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AI 기술의 발전과 초고령사회 진입, 제도·정책 변화 등 새로운 환경 변화의 물결이 금융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그룹 경영목표를 ‘미래동반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금융’으로 설정하고, ‘생산적금융·AX 선도·시너지 창출’을 3대 중점 전략 방향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AI가 이끄는 광범위한 변화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AX를 그룹 전반으로 확산시키며 업무 방식과 효율 수준을 끌어올려 왔다. 올해는 심사·상담·내부통제 등 핵심 영역에서 AX 성과가 임직원 모두에게 가시적인 변화로 체감될 수 있도록 실행의 깊이를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에이전트AI 은행’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업무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모든 업무 흐름에 스며들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AI·데이터·디지털·IT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략과 실행이 분절되지 않는 AX 통합 추진 조직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경험이 AI의 성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에이전트AI 은행’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실험에서 주도권으로

디지털자산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의 실험적 접근을 넘어, 제도화 이후 형성될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논의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얼마나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지,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금융권은 후발주자로서 검증된 방식을 빠르게 도입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으로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둬왔다. 다만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승자독식 구조가 예상되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기존의 성공 공식이 여전히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안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코인 발행과 준비금 관리, 안전한 보안 체계 확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생활 연계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폭넓은 사용처를 확보해 코인 유통망을 완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I 기술과의 연계, 통화·외환 관련 정부 정책과의 공조를 통해 코인의 발행과 유통, 사용, 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현시점에서 단순히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참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으며, 디지털자산과 웹3.0 월렛(지갑), 에이전트AI의 확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예금·대출·송금 등 전통적인 금융 영역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이어 금융의 역사와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대전환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레거시 금융그룹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웹2.0과 웹3.0을 넘나들며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역시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금·대출·외환 서비스마저 전혀 다른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개인간거래(P2P)’, ‘플랫폼’ 등 혁신적인 솔루션을 선제적이고 완성도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신사업’ 분야에서의 미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와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AI 혁신에 스테이블코인, STO 등 디지털자산의 제도화가 더해지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AX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AI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일상과 맞닿은 디지털 신사업을 확대해 우리금융과의 접점을 넓히며 미래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방침이다.

생산적금융, 정책 과제를 넘어 정체성 전략으로

생산적금융은 더 이상 정책 변화에 대한 방어적 대응에 머물지 않고, 각 금융그룹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현할 것인지를 가르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은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을 동시에 강조했다. 생산적금융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포용금융을 통해 공동체의 취약계층을 지키는 방파제로서의 소명도 함께 이행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생산적금융을 비롯한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략적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사업성 평가 역량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생산적금융을 본격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포용금융을 적극 실천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적금융은 기업금융 명가를 표방해 온 우리금융이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자, 경쟁력을 재확인해야 할 핵심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의 성장 단계 전반을 투자와 융자로 폭넓게 지원하며, 생산적금융을 우리금융이 앞서 나갈 수 있는 핵심 강점으로 삼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생산적금융을 조직의 정체성과 직접 연결했다. 생산적금융을 통해 실물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야 하며, 금융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어 전국적인 영업 기반과 현장 중심의 소통을 바탕으로 고객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이에 맞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만의 생산적금융을 통해 ‘뿌리가 특별한 민족은행’이자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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