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EU는? 올해 뒤흔든 디지털 보호주의…인기협 조사
2025년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패권 경쟁’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자국 보호주의가 흐름을 주도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기업 보호와 글로벌 지배력 확장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고, 유럽연합(EU)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EU는 디지털시장법(DMA) 등 규제를 앞세워 보호 장벽을 쳤다. 이러한 규제 우선주의는 스타트업 혁신 경쟁력을 갉아먹는 반작용을 낳았고, DMA 불똥이 한국에 튀면서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기도 했다. 디지털 산업 전반에 패권 경쟁과 규제 피로감이 드리운 한 해였다.
2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원(디경원)이 ‘2025 디지털정책 평가’ 보고서를 냈다.
디경원은 올해 발간물을 종합 분석한 결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격화 ▲규제의 역풍 ▲국가 경쟁력 기반의 붕괴 등 세 가지 흐름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규제냐 진흥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략 부재와 정책 일관성 부족, 인재·투자 기반 취약이라는 디지털 정책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조용한 쇠퇴
디경원은 데이터 인사이트 발행(25-11호)을 통해 EU가 ‘정체된 선진국’의 전형을 보이며 EU 내 많은 국가들이 심각한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중장기 투자·혁신 역량까지 제약한다는 것이다.
유럽이 과도한 부채 부담 속 성장 여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도, EU는 본래 강점이던 단일시장 통합과 규칙 집행 기능을 충분히 유지·강화하지 못한 채 규제 확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실제로 EU 차원의 단일시장 규칙 집행은 2007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 집행 건수가 과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규제의 양은 늘었지만 이를 통해 시장 통합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효과는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은 다시 분절되고 기업 활동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으며, GDPR 사례처럼 규제가 미국 빅테크보다 유럽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벤처 투자 감소(약 26%)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확인되고 있습니다(Jian Jia, 2025). 이는 EU가 ‘규제의 확대’에 비해 ‘집행과 통합의 질’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럽이 성장 정체와 재정 부담, 그리고 단일시장 집행 약화 속에서도 여전히 선택한 해법은 ‘규제를 더 만드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유럽 위기의 근본 원인은 EU에 뿌리내린 ‘규제 우선주의’에 있습니다. (중략) 규제가 늘었지만 성장, 투자,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시장 통합과 집행 역량은 약화되면서, 유럽 경제는 규제 부담만 커진 채 경쟁력을 잃어가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습니다.
유럽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확대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불필요한 규제 축소–단일시장 복원–혁신 중심 모델로의 회귀라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규제의 역풍
디경원은 DMA 2년이 남긴 교훈으로 ‘서비스 저하를 초래한 규제’라고 정의했다. 게이트키퍼라 불리는 7개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정, 24개 핵심 플랫폼 서비스 규제를 앞세워 2023년 DMA가 시행됐으나, 독점 해소와 경쟁 촉진 효과는 미미했고 소비자 후생과 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역효과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DMA 시행 후 구글은 EU에서 위치 기반 검색 시 클릭 가능한 지도와 직접 링크를 제거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목적지 검색 시 다중 클릭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봤다.
특히 강제 상호운용성으로 인한 iOS 제3자 앱스토어에서 포르노 앱 확산, 애플 시스템 정보 노출 요구 등 보안과 프라이버시 위험이 증가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과적으로 규제가 산업의 역동성을 억누르고 사용자의 선택권 축소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국, 인재 취약성 크다
디경연은 2025년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보고, 이를 기술과 기업 역량의 문제가 아닌 인재 유입 실패와 민간 투자 위축이 겹친 결과로 봤다.

특히 인재 기반의 취약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재 경쟁력은 19위에서 49위로 급락하며 불안정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지표<도표 참조>를 내세웠다. 국제경험 58위, 디지털 기술 역량 59위, 해외 우수인재 유치 61위 등 인재 경쟁력 주요 지표가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IMD 인재 지표 1위인 UAE의 골든 비자(Golden Visa)처럼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 정착을 보장하는 비자와 달리, 한국의 F-2-7 비자는 이미 국내 취업 중인 외국인으로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제도로 인재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Data Insight 25-10호) 한국은 외국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임금·세제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낮아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국가별 평균 연봉을 보면 미국(18만7800달러), 스위스(14만3093달러), 이스라엘(12만8708달러) 등은 높은 보상과 글로벌 친화적 근로환경을 기반으로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캐나다, 싱가포르, UAE도 선도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6만5282달러로 중국, 홍콩보다 낮아 보상 경쟁력 자체가 뒤처지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