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CTO가 내다보는 AI 시대의 개발자
“모든 나라와 도시에서 고객을 만나면 계속해서 AI가 내 직업을 빼앗을까라는 질문을 듣는다. 아마조,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재구성하는 게 좋겠다. AI가 개발자를 쓸모없게 만들까? 절대로 아니다. 진화한다면. 변화는 끊임없이 이뤄진다. 항상 그랬다. 우리는 그동안 도구와 함께 진화해왔다. AI 지원 워크플로우로 개발자가 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인 사례를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오직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을 없애지 않는다. 기억하라. 작업은 도구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다. 중요한 일은 당신의 것이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 버너 보겔스 박사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버너 보겔스 박사는 올해 기조연설에서 AI 시대에 개발자가 갖춰야 할 자세인 ‘르네상스 개발자(The Renaissance Developer)’를 제시했다.
버너 보겔스 박사는 과거 어셈블리어, 구조적 프로그래밍, 객체 지향 언어, 클라우드 도입 등 시대에 따라 등장했던 다양한 컴퓨팅 프로그래밍 도구를 언급했다. 그 가운데 개발자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더 훌륭한 엔지니어로 진화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얼마전 제프 베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여러 황금기가 동시에 만나는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주 여행,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각각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 순간이 다른 점은 이 돌파구들이 서로를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분야의 진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을 가속한다”며 “이 이야기는 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바로 어둠의 시기이고 암흑시대인 중세 죽음의 역병 이후에 찾아온 르네상스”라고 했다.
그는 ”르네상스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모든 것이 변한 시기였다”며 “호기심이 완전히 폭발했던 그 결과는 놀라웠다”며 “모든 게 평면적이었던 회화와 드로잉에 르네상스 시대 소실점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깊이가 나타나고 다양한 조명이 등장했고, 현미경이나 망원경, 활자 인쇄기,등이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원천을 ‘호기심’이라고 지목했다.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폭넓게 배우며, 배움에 깊이를 더했으며, 대담하게 실험하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하는 르네상스의 정신이다.
보겔스 박사는 “우리는 다시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었고, 당신은 이제 르네상스 개발자”라며, 현대의 개발자가 가져야 할 5가지 자질을 담은 ‘르네상스 개발자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르네상스 개발자의 5가지 자질은 호기심, 시스템적 사고, 명확한 소통, 주인의식, 박식가(Polymath) 등이다.
1. 호기심을 가져라(Be Curious)
보겔스는 “이해하고, 발전하고, 쌓고자 하는 개발자의 욕구는 본능이며, 호기심은 학습과 발명으로 이어지므로 호기심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새로운 발명품은 실험이 필요하고, 실패할 각오로 실험해보는 것, 실패에 대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실패하고 부드럽게 교정받는 것이고,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실패한 빌드와 깨진 가정들에서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찰하고 듣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고, 진정한 배움은 참여할 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이 시점에 스트레스와 수행 결과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여키스-도슨 법칙이 언급됐다. 너무 적은 압박은 몰입을 끊고, 너무 심한 압박은 압도당할 수 있으니 호기심과 도전이 만나는 상승 경사면 어딘가에서 뇌를 완전히 깨우고 집중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배움과 함께 사회적 학습을 강조했다. 그는 “진짜 배움은 단순한 인지적 학습이 아니라 사회적 학습”이라며 “평소 환경에서 벗어나 사용자 그룹에 가고,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실제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기술을 실제 인간의 문제에 적용할 때 일어나는 일을 접하라”고 조언했다.
2. 시스템으로 사고하라(Think in Systems)
여기서 시스템은 컴퓨터가 아니다. 생태학자 도넬라 메도우스가 정의한 거대한 시스템 전체를 의미한다. 도넬라 메도우스는 시스템이란 여러 사물, 사람, 세포 등이 서로 연결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유한 행동 패턴을 만들어낸다고 정의했다.
보겔스는 “모든 엔지니어는 결국 자신의 시스템에 스스로 생명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구조가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피드백이 변하면 결과도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로 시스템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포식자를 없애자 생태계가 붕괴됐고, 나중에 늑대를 재도입해 강물의 흐름까지 바뀐 예시(영양 종속 관계, trophic cascade)를 들었다.
이를 소프트웨어에 대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개발자는 격리된 부분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생각해야 한다. 재시도(retry) 정책 하나가 전체 부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변화 하나가 시스템 전체의 흐름을 바꾸고, 결과를 바꾸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는 “모든 서비스, 모든 API, 모든 큐는 더 큰 시스템의 일부이며, 각각의 변화는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낸다”며 “모든 동적 시스템은 피드백 루프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 루프 는 변화 균형 루프나 음의 루프를 증폭시켜 변화를 상쇄하고 시스템을 다시 평형 상태로 밀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패턴을 보면 작고 잘 배치된 변화들이 전체 시스템 행동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며 “도넬라 메도우스의 ‘레버리지 포인트(Leverage Point)’라는 논문을 꼭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르네상스 개발자는 시스템에서 사고하며, 회복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더 큰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명확하게 소통하라(Communicate with Precision)
여기서 소통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 그리고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사고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엔지니어나 기술 리더가 자신의 경력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강력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언어인 자연어는 모호하기 때문에 도전적이지만, 우리는 동시에 많은 감각을 갖고 있어서 자연어를 덜 모호하게 바꿀 수 있다”며 “개발자는 그동안 원하는 기능을 정확히 지정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기계와 소통해 왔는데, 오늘날 AI 보조 코딩 시대에는 점점 더 자연어로 기계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그 언어의 모호함을 줄이고 인간의 모호함을 줄이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줘야 기계가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스펙은 모호함을 줄미며, 개발의 역사는 스펙 주도 개발의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시스템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은 기술력만큼 중요하다.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맞춰 시스템의 가용성을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자연어 기반의 코딩, ‘바이브코딩’의 모호함을 줄이기 위해 명확하게 규정한 명세(Specification)를 통해 기계에게 논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리고, AWS의 스펙 기반 코딩 AI 에이전트인 ‘키로(Kiro)’를 소개했다.
보겔스는 “대학교 컴퓨터사이언스 과정 중 ‘인터뷰 기법’이란 수업을 들었는데, 이 인터뷰는 고객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기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술 솔루션을 찾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었다”며 “고객과 함께 깊이 들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들이 보는 기회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소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주인이 되어라(Be an Owner)
AI가 만드는 코드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 규제를 위반한 코드를 AI가 작성했다고 그 책임을 AI에게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브코딩 같은 생성형 AI 기반 코딩 도구가 각광받고 있고, 그로 인한 개발자의 일자리 위기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AI 코딩 도구는 개발자의 생산성 증폭이란 기회도 주지만, 설자리를 잃게 하는 위기 요인이다.
이에 대해 보겔스 박사는 개발자의 도구 사용에 대한 접근법을 강조한다. 보겔스는 “AI는 우리가 더 큰 시스템을 만들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탐구하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이 도구는 올바르게 사용하면 고품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일부 개발자의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IDE에 레버를 당기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로 만들어지는 코드와 소프트웨어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개발자가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의 생성은 너무 빨라서 사람은 코드를 덜 작성하지만, 더 많은 코드를 검토하게 된다”며 “직접 코드를 작성하면 창조 행위와 함께 이해가 되지만, 기계가 작성하면 복습 과정에서 그 이해를 다시 쌓아야 하는데, 이것은 검증 깊이(verification depth)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코드를 생성하면 코드는 즉시 도착하지만, 이해력은 그렇지 않다”며 “그 공백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검증받기도 전에 프로덕션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또한 환각도 문제인데, AI는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양식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일부 API를 변경하며, 존재하지 않는 속성을 발명하기도 한다”며 “완전히 부적절하거나 과도하게 설계된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시스템 자체의 패턴을 무시하는 이런 결과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품질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면서 앞서 말한 ‘작업은 당신의 것’이란 말을 상기시켰다. 또, 품질을 높이기 위한 좋은 의도를 강조하면서도 문제를 멈추고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요타자동차의 안돈 코드처럼 코드 리뷰를 통해 AI 시대에 인간의 판단을 개입시키는 통제 지점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메커니즘은 여러 형태를 취하는데, 예를 들어 아마존 S3팀은 내구성 리뷰란 것을 통해 엔지니어가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를 제안할 때, 잠시 멈추고 모든 위험을 모델링해 메커니즘 내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보호 장치를 지도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커니즘은 선한 의도를 일관된 결과로 전환한다”며 “우리는 코드 리뷰를 매우 싫어하지만, 이는 의도와 구현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어내 가정을 의심하고 작성자가 더 이상 못하는 부분을 포착할 수 있게 하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 박식가가 되어라(Become a Polymath/Broaden your T)
그는 “미래의 르네상스 개발자는 박식해져야 한다”며 “이 분야는 깊은 도메인 경험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학(Mathematics)이란 학문은 본래 그리스어의 ‘배우다’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들면서 깊이있는 도메인 전문성과 함께 광범위한 지식을 갖추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인재를 ‘T자형 인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의 옛 멘토이자 친구인 튜링상 수상자 짐 그레이는 트랜잭션의 발명가로서 데이터베이스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에 관심이 있었다”며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서 그의 심층 지식은 천문학 데이터 계산에 혁신적이었지만 그의 호기심은 매우 광범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분야에서 깊이 있지만 이해는 폭넓은 사람이 T자형 인재”라며 “그들은 특정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서, 그것이 더 큰 시스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깊이를 꾸준히 키우되, 여러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범위를 키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배우는 게 필요하며, 시스템적 사고로 정밀하게 소통하고, 주인으로서 시스템을 만들고, 지식을 넓혀 마침내 박식가가 돼라”며 “앱을 만들 때 고객은 카탈로그 유지보수나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링 같은 보이지 않는 노력을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내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직업적 자부심(Professional Pride)’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제대로 해내는 것, 그것이 최고의 빌더(Builder)를 정의한다”고 강조했다.
버너 보겔스는 오늘날의 AWS와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만든 주인공이다. 지난 12년 간 모든 AWS 리인벤트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던 그는 올해를 끝으로 기조연설자로 오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모든 강연을 마치고 버너 보겔스는 청중의 박수를 자제시킨 뒤 다음과 같이 말하고 그의 마지막 리인벤트 무대를 시원 섭섭하게 떠났다.
“Werner, out!”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