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엔씨 ‘아이온2’, 기대치 낮추면 갓겜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2025년에 주목할 기업과 게임 소개도 덧붙입니다. <편집자 주>
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 박병무)가 최근 일주일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9일 출시한 대형 야심작 ‘아이온2(AION2)’ 때문이다. 출시 전 내보인 지스타 시연버전에서 호평을 얻었고, 엔씨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다는 소식도 퍼졌다.
원작 아이온은 리니지 시리즈와 함께 엔씨의 역사를 만든 게임이다. 2008년 출시돼 국내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고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나타나기 전까지 PC방 점유율 1위를 무려 160주간 유지했던 게임이다. 국가대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 해도 무방하다.
기대감 과했나
이 같은 기대감 속 뚜껑을 열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출시일 오전부터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15%대로 급락했다. 대체적인 커뮤니티 분위기가 부정적이었다. 리니지 시리즈와 다르다던 유료 수익모델(BM)에 발목이 잡혔다. 페이투윈(돈을 쓰면 이기는 과금 설계) 요소가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 칭하던 엔씨의 서버 운용 기술력도 옛말이었다. 출시 첫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게임 서비스의 기본 중 기본인 서버 불안정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엔씨는 아이온2 개발진의 긴급 라이브 방송으로 이를 진화했다.
지난 21일, 엔씨는 아이온2 출시 사흘 만에 두 번째 라이브 방송을 켰다. 지난 방송처럼 잔뜩 긴장한 개발진이 나와 경쟁 시스템의 밸런스(균형) 붕괴에 대해 사과했다.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활용한 과도한 보상 획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쳐 결국 관련 업데이트를 알렸다.
달라진 소통에 분위기 급반전
엔씨는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를 서비스하며 게이머들의 의견에 피드백이 한참 부족해 보이는 이른바 모르쇠 소통 방식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후 글로벌 야심작 쓰론앤리버티(TL)를 서비스하며 쓴맛을 봤고 실시간 소통을 하며 게이머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등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온2 두 번째 라이브 방송에서 개발진이 재차 외부 지적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자, 세간의 반응이 소폭 달라졌다. 아이온2가 변화할 모습에 기대하는 분위기가 싹튼 것이다.
그러다가 24일 저녁에 진행한 세 번째 라이브를 보면 칭찬 댓글이 상당수다. 게이머들의 의견에 일일이 반응하며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는 개발진의 의지가 전달되자, 마침내 겜심이 움직인 것이다. ‘갓겜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나오는 등 아이온2가 대형 흥행작으로 안착할 조짐을 엿보였다.
그래서 아이온2는 어떤 게임?
아이온2는 엔씨의 주 전공인 대규모 경쟁전을 담되 리니지 시리즈 대비 경쟁 수준과 확률형 BM의 강도를 낮추고 전반적으로 대중성을 끌어올린 게임이다. 캐릭터 꾸미기(커스터마이징)부터 3D 그래픽 품질, 콘텐츠 분량 등은 국내 최고 MMORPG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재미 측면에서 보면 아이온2는 엔씨의 기존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경쟁에서 벗어난 싱글플레이(PVE)를 강화해 아이온2의 거대한 아트레이아 세계를 탐험하고 모험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이 언급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숙제 풀듯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며 일방향 진행을 이어가는 게 대체적인 플레이 방식이다. 만렙(최고레벨)을 찍어야 본격적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최근 중국 넷이즈가 글로벌 론칭한 ‘연운(Where Winds Meet)’을 즐겼더니,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접하지 못한 실로 방대한 오픈월드 탐험이 펼쳐졌다. 다소 투박한 그래픽 모델링과 특유의 중국색이 도드라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흠잡을 수준은 아니다. 콘솔 PC 패키지 게임의 자유로운 탐험을 다중접속 온라인에서도 구현한 가운데, 패키지 게임보다 훨씬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니 게임 등 콘텐츠가 너무 많아 오히려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BM은 치장성(꾸미기) 아이템 위주라 사실상 무료 게임으로 봐도 될 정도다.
이런 연운을 보면 최근 중국 온라인게임은 한국을 뒤쫓던 수준에서 일찍이 벗어나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연운에선 이용자가 수많은 등장인물(NPC)들과 AI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이용자가 NPC와 채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NPC의 호감도를 끌어올려 선물을 획득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시도를 최신 중국 게임에서 볼 수 있다.
시험대 오른 아이온2
아이온2는 엔씨가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게임이다. 2025년 최신작이 아닌 철 지난 구작 같은 첫날 플레이 느낌에 다소 실망감을 표출하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개발진이 잇단 라이브 방송으로 커뮤니티 반응을 호감으로 돌려놨다. 경쟁전을 즐기는 MMORPG를 좋아했다면, 푹 빠져들 수 있는 갓겜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두고 볼 부분은 있다. 아이온2가 엔씨 매출을 끌어올릴 전략 타이틀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이용자가 우려하는 확률형 BM이 등장할 수 있어서다. 펫 이해도 등 콘텐츠 얼개만 보면 고강도의 확률형 BM이 충분히 등장할 수 있으나, 부담 없는 게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박리다매의 묘수를 어떻게 낼 지가 관건이다.
업계는 엔씨가 아이온2로 한국형 차세대 MMORPG의 길을 어떤 방향으로 열지 주목하고 있다. 흥행 성과에 따라 리니지처럼 수많은 아류 게임이 등장할 수 있어서다. 출시 전 개발진이 판을 바꾸겠다며 언급한 ‘아이온라이크’의 첫 테이프를 잘 끊었으면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