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감으로 뽑지 말자…채용 성공은 ‘데이터’에 달렸다”

회사가 갑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만큼 좋은 인재를 다른 회사에 빼앗긴다. 내 감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횟수만큼 내 발등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가 먼저 좋은 인재를 찾을 방안을 마련하라, 감 말고 데이터로 사람을 뽑아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직무를 명확히 하고, 구직자의 이력서와 평판, 면접 결과가 그에 얼마나 일치하는지 AI가 판별한 결과를 믿어라. ‘구인구직 평판조회’ 서비스로 세를 키우고 있는 스펙터가 28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개최한 신제품 발표에서 강조한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 스펙터 창업자인 윤경욱 대표는 지난 5년간 축적한 120만 건의 채용·면접 데이터를 분석, HR 업계가 간과해 온 ‘채용 실패의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채용 실패를 데이터로 예측하고, 감(感)에 의존한 채용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신제품: AI 채용 의사결정 솔루션 ‘테오(TEO)’

우선, 스펙터가 발표한 신제품부터 살표보자. 이름은 테오(TEO). 기업이 등록한 채용공고(JD)와 인재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과 지원자 간 ‘일치율(Fit Data)’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AI 채용 의사결정 솔루션이다. 지원자의 이력서, 경력기술서, 면접 내용을 종합 분석해 직관에 의존하던 채용 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5개 기업과의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예측 정확도 93.7%를 구현했다고 스펙터 측은 주장했다.

자료제공=스펙터, 다만, 불합격했다고 해서 이 사람이 나쁜 인재라는 뜻은 아니다. 윤 대표는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존재’가 아닌 ‘판단을 돕는 파트너’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테오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얼마나 맞는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테오는 채용 전 인재상 설계에서 채용 이후 온보딩 등 사람을 뽑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지향한다. 제공하는 기능은 다음과 같다. ▲기업의 채용공고 및 인재상을 설계 ▲AI 서류 스크리닝 ▲1인 평균 4.8건의 평판 DB를 연동해 후보자의 신뢰도와 역량 검증 ▲면접 녹음내용 및 분석 리포트 ▲인재 일치율과 검증 요소를 종합해 대시보드 내에서 합불 여부 제시 ▲입사 후 조직 적응을 돕는 소프트랜딩 가이드 안내 등이다.

‘예측 정확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재 입력된 데이터의 양과 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윤 대표는 “HR 담당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각 전형 단계별로 어떤 요소가 합·불에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추가·보완되어야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보다 근거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채용의 미래

이날 스펙터 측은 테오가 채용공고 설계 단계부터 인재상 정의, 면접 분석, 온보딩까지 채용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기업이 제대로 된 직무기술서(JD)를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AI가 인재상을 인터뷰를 통해 함께 재정의하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포함한 것도 테오를 채용 올인원 솔루션으로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JD를 정확히 쓰지 못한다”며 “테오는 이를 보완해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돕는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에서 채용의 중요성과, 채용 과정에서 AI의 강력함도 스펙터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구글의 인재 검증 정확도 70%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테오를 개발했다는 유용연 스펙터 제품 총괄은 “인간의 주관적 판단과 달리 테오는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냉정하게 판단하며, 채용공고와 이력서의 문구, 면접 내용을 놓치지 않고 분석한다”면서 “개발팀은 멀티모달 러닝, 자연어 처리 분석, 시멘틱 시뮬레이티브 매핑,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고도화를 통해 예측도와 속도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펙터는 향후 테오를 중심으로 AI 채용 의사결정 자동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스펙터는 현재 AI 채용 의사결정 자동화를 위해 5개 대기업과의 공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채용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기업별 채용 전략 리포트’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보너스, 채용 실패의 다섯 가지 유형

김형우 스펙터 HR 애널리틱스 총괄은 이날 ‘채용 실패’의 다섯 가지 유형을 소개하기도 했다. 생산성 하락, 팀 몰입도 저하, 반복 채용으로 인한 리소스 낭비를 고려한다면 좋은 사람을 잘 뽑는 만큼 회사와 안 맞는 사람을 잘 피하는 것도 중요해서다.

그에 따르면 채용 실패는 단순히 문제가 있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 성과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문화적, 윤리적으로 부적합한 모든 채용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김 총괄은 “생산성 저하, 몰입도 하락, 조직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 모든 경우가 채용 실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윤경욱 대표도 “채용 실패 비용은 글로벌 기준 7.8조 달러로 우리나라로 한정하더라도 300조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하면서 “테오는 이를 80% 이상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스펙터는 올해 김 총괄을 뽑으면서 TEO를 통해 회사의 인재상과 적합한지 테스트했는데, 그 결과 합치율이 88%가 나왔다고 윤 대표는 자랑했다.

저성과 (연간 입사자의 7-10%)
기대한 직무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생산성과 품질이 지속적으로 기준 이하인 유형이다. 단순히 성과가 낮은 것이 아니라 주변 구성원들의 리소스를 지속적으로 소모시켜 팀 전체의 속도를 늦추는 보이지 않는 감속 장치 역할을 한다.

빠른 퇴직 (연간 입사자의 8-17%)
입사 후 6개월 이내에 빠르게 퇴사하는 경우로, 4개월간의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한 후 하루 만에 퇴사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채용 비용과 온보딩 비용, 사용된 시간이 모두 손실로 전환되며, 공석으로 인한 업무 공백과 재채용 리스크가 추가로 발생한다.

조직 문화 부적응 (연간 입사자의 12-15%)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조직과 다른 경우 발생한다. 생각이 엇갈리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협업이 어려워지며, 팀 내에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동료들의 몰입도와 에너지까지 떨어뜨린다.

톡식 하이어 (연간 입사자의 3-5%)
태도, 행동, 언행이 동료의 몰입과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유형이다. 대안 없는 불만, 부정적 시각, 비판만 남기는 태도로 팀 전체의 사기를 무너뜨린다. 한 명의 톡식 하이어가 열 명의 동료를 떠나게 만들 수도 있다.

뉴트럴 퍼포머 (연간 입사자의 20-30%)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지만 뚜렷한 성과도 없는 중성과자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성장 의지가 없어 조직의 개선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빼앗는다. 구조조정 시 인건비를 50%까지 줄여도 매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례가 이 유형의 대표적 예시다.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장 속도를 줄이고 회사 성장을 멈추게 만든다.

** 참고로, <바이라인네트워크>도 구인 중입니다. 많은 분들 지원해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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