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딧 온투업 사업 종료가 남긴 숙제들

국내 1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기업 렌딧이 최근 온투업 영업을 종료했다. 렌딧은 개인신용대출 단일 상품에 주력해 2022년 대출잔액 3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 개선이 지연되면서 2~3년 전부터 사실상 신규 온투업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로 전략을 전환했으나, 4번째 인터넷은행 인가가 무산되면서 결국 온투업 사업을 접게 됐다.

지난 9월 25일, 렌딧이 밝힌 온투업 영업 종료일은 10월 2일이다[관련기사: 렌딧,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영업 종료]. 2023년 말 대출 잔액은 100억원 이하로 축소됐으며, 지난해 말 10억원에서 올해 8월에는 0원까지 줄어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 렌딧 측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신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온투업 사업 확장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다양한 신규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는 상태다. 인터넷은행 진출 여부 역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개인간거래(P2P) 금융업은 지난 2019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제정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며 장기적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중금리 대출을 통한 가계부채 경감, 고용 창출,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처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산업으로 주목받았고, 법제화 이후 총 53개사가 등록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온투업 투자 불허, 개인투자 한도 4000만원 제한, 예약거래 금지 등 각종 규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회사 성장은 제약을 받아왔다. 법제화로 상품의 투명성과 안정성은 강화됐지만, 투자 활성화를 이끌 유인책은 부족해 대부분의 기업이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온투업협회 회원사 45곳 중 절반에 육박하는 20개사가 협회비를 일부, 혹은 전액 미납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렌딧은 왜 온투업 사업을 접었나

단일상품 집중. 렌딧은 온투업 초기 선도 기업으로, 부동산 위주로 형성된 시장에서 개인신용 기반 중금리 대출을 확장하려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대출자산이 개인신용 단일 상품에 집중돼 있었고, 당국의 규제가 장기간 개인신용 상품 확장을 제한했다. 올해 1분기부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일었지만, 이미 렌딧은 2~3년 전부터 온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주주로 전략을 전환한 상태였다. 다양한 대출 자산을 흡수하지 못한 채 단일 상품에 의존하다 보니 시장 변화에 따른 모객 기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고금리 기조. 금리 환경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불확실성·변동성 확대는 영업 환경을 악화시켰다. ‘중금리 실현’을 위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가운데, 온투업 투자 상품은 원리금 보장이 되지 않는 특성상 타 투자 상품 대비 매력도가 떨어졌다.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금리를 책정해야 했지만, 이 수준의 수익률은 머니무브(자산이동)가 활발했던 당시 금융 시장에서 투자자 설득에 부족했다.

규제 리스크. 대부·카드사 등 경쟁 금융사가 금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온투업 특유의 규제가 불리하게 작동한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자금 조달 구조와 투자자 보호 장치 등 제도권 규제가 타 금융기관 대비 상대적 불리함을 키운 것이다. 이어 온투업 등록으로 제도권 금융사 지위를 얻으면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적 이미지. 업권 전반의 부정적 이미지도 투자자 모집을 어렵게 했다. P2P 금융 시절부터 이어진 부실 사례와 최근 선정산 대출의 대규모 상환 지연 등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플랫폼에 비해 개인신용대출 중심의 렌딧은 투자자 확보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온투업권 관계자는 “렌딧은 업계 최초 1호로 등록된 온투 금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 환경과 업권 특유의 성장 제약에 막혀 결국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온투금융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제도적 뒷받침 부족으로 꽃을 피우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온투업의 성장 제약 요인

현재 온투업 성장 제약 요인은 크게 ▲투자자 신뢰 부족 ▲과도하게 경직된 규제 ▲차별화된 상품 부재 ▲자금조달 구조 제약 등이 꼽힌다. 일부 부실 사태와 연체율 상승으로 투자자 기반이 위축돼 업권 전체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업 내 인지도 역시 대부업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투금융은 제도권 금융이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를 메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투자 한도 규제가 꼽힌다. 가상자산과 같은 고위험 자산에는 별도의 투자 한도가 없는 반면, 온투업에는 유독 엄격한 제한이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합리적 선택 기회를 줄일 뿐 아니라 서민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 수요’마저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온투업권은 정책적 투자자 보호 방안으로 단순한 투자 규모 제한이 아닌 정보 제공과 리스크 고지 체계 강화를 강조한다. 투자자가 위험을 충분히 인식한 뒤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금융사에서는 선보이기 어려운 ‘핀테크다운’ 차별화 상품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예금 기반이 없어 투자자 모집에만 의존하다 보니 시장 변동에 취약했고, 금리 인하에도 구조적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또한 대출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고금리 기조 속 개인투자자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저축은행 연계투자 역시 직장인 신용대출로 한정돼 있어 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온투업에 기회가 남아있나

온투금융 시장에는 여전히 의미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금융사 건전성 관리, 정밀한 차입자 평가, 비대면 대출의 보편화는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는 곧 인공지능(AI) 기반 금융기술 솔루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모형 공급. 신용평가, 현금흐름 분석, 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통한 차별적 리스크 관리로 데이터 기반 심사를 고도화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온투업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을 금융기관에 B2B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처럼 P2P에서 출발해 신용평가사나 저축은행, 인터넷은행으로 진화하는 형태가 국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외부 환경 변화. 저금리 기조가 돌아오면서 온투업 투자 수익률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투업 투자 상품은 투자 시점의 수익률이 만기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률이 즉시 하락하는 타 금융상품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뜻이다. 온투업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뢰를 확보한다면, 다양한 상품, 투자 기간,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기관 투자 확대. 개인투자자 중심 구조를 넘어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일부 저축은행의 온투업 투자 참여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허용되며 규제 완화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이 제도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에잇퍼센트·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어니스트AI·모우다·머니무브 등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5개사가 저축은행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시행 3개월 만에 누적 100억원 규모가 투자되는 등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저축은행 연계투자가 여신전문회사와의 결합으로까지 확장될 경우, 온투업은 건전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틈새시장.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청년 의사, 소규모 병원, 프리랜서, 외국인 등 기존 금융이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이 온투업의 잠재 시장으로 꼽힌다. 의료 공급망 금융, ESG 연계투자, 디지털 자산 접목 등 신성장 산업과 연계한 금융 모델 부분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온투업 활성화를 위한 숙제는

온투업 업계가 꼽는 주요 과제는 ▲기관 자금 유입 허용 확대 ▲차별화된 규제체계 마련 ▲투자자 보호장치 고도화 ▲신용평가·데이터 인프라 공유 등이다. 우선 제한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완화해 안정적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과 온투업 연계투자가 혁신금융으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기존 저축은행법(DSR 규제, 지역 여신 규제)을 그대로 적용받아 명목상 혁신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기관 자금 유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부동산 규제(6·27 대책)시 신용대출이 연소득 100% 한도로 제한된 점도 온투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은행과 대부업 중간에 위치한 온투업의 특성을 감안해 합리적 규제 프레임과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를 위한 표준화된 공시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부실 발생 시 온투업 전문 부실채권(NPL) 전문회사를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 역시 과제로 제시된다. 아울러 온투업사가 자체 데이터 기반 심사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데이터 연계 지원도 요구된다. 실제로 다수의 저축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델이나 시스템이 부족해 플랫폼 기반 모객이나 사업자 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개인사업자까지 연계투자를 확대한다면 온투업 성장과 사회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1월 뱅크샐러드·뱅크몰·서울거래·핀다·이노핀 등 5개 기업은 온투업과 함께 투자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로 혁신금융 지정을 받았다. 당시 온투업 연계상품 제휴와 테스트를 거쳐 일부 기업에서는 온투업 대출을 중개했으나 파급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7월 핀크의 온투업 연계투자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혁신금융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핀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상품 비교·추천 기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대형 금융 플랫폼을 통한 온투업 상품 중개가 투자자 유입을 늘리고 영업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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