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왜 ‘피드’를 포기하고 ‘숏폼’을 선택했나

이용자의 격렬한 반발에 마주한 카카오가 카카오톡 친구 탭을 원상복구한다. 지금의 피드형 서비스는 친구탭 내 별도 메뉴인 ‘소식’ 서비스로 배치할 계획이다. 

반면 세 번째 탭인 ‘지금 탭’ 내 숏폼 서비스는 남겨둔다. 결국 최근 플랫폼의 동향과 같이 이용자, 특히 ‘비주류’ 이용자의 플랫폼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숏폼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왜 무리했나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카카오톡 친구탭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업데이트를 진행한지 6일 만이다.이용자의 반발이 극심했던 피드형 서비스를 한 단계 뒤로 배치하는 동시에, 숏폼은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걸고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당시 첫 번째 탭과 세 번째 탭을 동시에 업데이트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첫 번째 탭에는 친구의 프로필 사진 및 배경을 업데이트한 걸 볼 수 있도록 피드형 서비스를 전면 배치했다. 기존 친구 목록은 상단에 축소해 배치했다. 기존 오픈채팅이었던 세 번째 탭도 숏폼 서비스를 도입해, 탭 상단 숏폼과 오픈채팅 메뉴를 나란히 배치했다. 이프카카오 당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또한 1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라고 짚기도 했다. 

카카오가 이렇게 파격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한 배경에는 체류시간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 첫 번째 탭의 활용도를 고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접속했을 때 가장 처음 접속하는 탭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부 이상의 역할을 가지지 못해 활용도가 낮았다”고 짚었다. 이에 첫 번째 탭을 소셜 서비스로 변경했다는 시각이다. 

콘텐츠 노출 지면이 다각화됨에 따라 카카오의 주요 사업인 광고 사업 또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카카오의 주요 광고 사업은 카카오톡 상단 광고인 비즈보드를 넘어 비즈니스 메시지 광고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카카오의 광고 매출은 2023년 1조1200억원에서 1조1990억원으로 약 7%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메시지 광고를 브랜드 메시지로 새단장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으로 광고 수익을 보다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추가된 신규 광고 지면만 해도 ▲피드형 광고 ▲채팅리스트 광고 확장 ▲숏폼 광고 3가지다.

카카오는 체류시간 증대에 따라 광고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톡 개편 직전 업데이트한 카카오 광고 소개서 내에서도 “늘어난 체류시간과 트래픽만큼” 광고 효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한 발 물러선 이유는 주요 이용자 단에서 극심한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형 서비스인 메신저에서 발견형 서비스인 소셜 서비스로의 개편이 주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 개편 이후 네이트온은 앱스토어 내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숏폼 

카카오는 탐색형 플랫폼으로의 시도를 계속한다. ‘지금’ 탭 내 숏폼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한다. 피드형 서비스 또한 친구 탭 내 메뉴로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으로 젊은 세대의 이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숏폼 실험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숏폼 서비스는 이용자, 특히 젊은 층의 체류시간을 사로잡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청소년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매체는 숏폼(94.2%)이다.

특히 틱톡은 젊은 세대를 빠르게 끌어모으는 동시에, 체류 시간도 높은 서비스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8월 SNS앱 사용자 1위는 카카오톡(4819만명)이 차지했으나,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틱톡, 인스타그램, 틱톡라이트가 차례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틱톡의 평균 이용 시간은 카카오톡의 1.5배에 달한다.

숏폼과 메신저 등을 담은 SNS인 인스타그램도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0대 청소년이 가장 오래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이다. 20대 또한 인스타그램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 

이미 앞서 국내에서도 이용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변화를 택한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해, 그해 11월 앱 4번째 탭으로 배치했다.

클립은 네이버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목적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클립의 재생수는 전년 대비 4배 늘어났으며, 생산량도 5배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의 방문자수도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클립의 1030 방문자 수는 지난해 1분기 대비 70% 증가했고, 체류 시간도 동기간 200% 이상 늘어났다.

카카오 또한 이용자의 카카오톡 방문 목적을 다각화하고 젊은 세대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숏폼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미성년자 자녀를 둔 이용자의 항의는 수용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오픈채팅에서 숏폼까지 오픈채팅 보호조치를 확대한 데에 이어, 27일에는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마련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개편에서 숏폼이 유지된 이유로 세 번째 탭 내 전면 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의 반발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IT 업계 실무진은 “피드형 서비스가 전면에 배치됐기 때문에 주요 이용자 층에서 반발이 있어 피드형 서비스를 뒤로 배치하고, 보다 비주류인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숏폼은 세번째 탭 내 메뉴로 배치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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