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브라우저, 제미나이와 드디어 통합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크롬 브라우저에 인공지능(AI) 기능이 강화됐다. 올해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구글 I/O 2025)에서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 제미나이를 통합한다고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사용자는 크롬 브라우저 상단에 제미나이 버튼을 누르면, 웹페이지에 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 일정을 잡거나 유튜브 동영상 검색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구글은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수동적인 경험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지능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크롬 브라우저를 AI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구글에 따르면 AI 중심 브라우저 개발은 세 가지 방법 ▲AI 브라우징 어시스턴트 ‘제미나이’ ▲AI 검색 기능 ‘AI 모드’ ▲사용자 안전 및 보안 기술 ‘AI 기반 경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크롬에 통합된 제미나이는 사용자를 대신에 기사 관련 질문에 답하고, 유튜브 동영상에서 참고 자료를 찾는 등 새로운 AI 브라우징 어시스턴트다. 브라우저에 열린 수십 개의 탭을 넘나들며 사용자가 요청한 내용을 확인해 준다. 여러 페이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용자 작업의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크롬에 통합된 제미나이 활성화하는 모습 (자료=구글)

이전에 방문 웹 페이지를 다시 찾느라 어려움을 겪었다면, 제미나이가 해당 웹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사용자는 제미나이를 실행해 “지난주에 책상을 봤던 웹 사이트가 뭐였지?” 또는 “신입생 쇼핑 관련 블로그가 뭐였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구글 문서나 캘린더, 지도와 같은 구글 서비스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다른 웹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도 해당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도 제미나이를 사용할 수 있어 이동 중에도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외에 크롬 제미나이의 에이전트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식료품 주문과 같이 여러 단계로 나뉜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다. 구글은 30분이 걸리는 작업을 크롬이 대신 처리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간편하게 처리해 준다고 설명했다. 제미나이가 백그라운드에서 식료품을 클릭하며 고르고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 사용자에게 결과를 보여준다.

크롬 제미나이는 미국 맥과 윈도우 사용자를 대상으로 출시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iOS에도 크롬 제미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만간 출시 예정이다.

AI 모드는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AI 검색 기능이다. AI가 요약한 검색 결과를 상단에 보여주는 ‘AI 오버뷰’를 확장한 서비스다. 검색창 상단 탭에서 AI 모드로 전환하면 제미나이 기반 챗봇과 대화하듯 검색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구글 지메일, 드라이브 등 사용자 개인 콘텐츠와 연계한 개인화된 결과를 제공한다.

옴니박스라고 부르는 주소 표시줄(검색 주소창)을 통해 AI 모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했다. AI 모드를 사용하면 주소창에서 더 길고 복잡한 질문을 할 수 있다. AI에 답변을 받으면 이후 후속 질문을 하고, 더 심층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웹 링크를 탐색할 수 있다.

검색 주소창에 현재 페이지와 관련 있는 검색 제안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매트리스를 구매할 경우 검색 주소창에서 “보증 정책은 어떻게 되나요?”와 같은 후속 검색어를 제안한다. 페이지 바로 옆에는 AI 오버뷰가 표시되고, AI 모드에서 추가 질문을 할 수 있어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측면 패널의 AI 오버뷰 (자료=구글)

이 기능은 선택 사항으로 일반 구글 검색 기능을 대체하진 않는다. 이러한 맥락 기반 추천 기능은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검색 주소창의 AI 모드는 이번 달 말부터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아직 영어만 지원하는 두 기능은 모두 앞으로 몇 주 안에 더 많은 국가와 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웹 페이지를 탐색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AI는 언제나 보안 위협이 따라다닌다. 이에 구글은 “안전 없이는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라며 “AI를 활용해 사용자를 보호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는 자동 완성 기능을 통한 로그인 정보를 탈취하거나 비밀번호 유출 및 스팸 알림 등이 있다. 따라서 권한 부여나 일부 개인정보 보호 관련 결정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AI 기술로 악의적인 행위자가 사용자를 속여 돈이나 개인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세이프 브라우징을 위한 강화된 보호 모드는 제미나이 나노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이 보호 기능을 확장해 가짜 바이러스나 가짜 경품을 이용해 사용자를 속이는 사이트를 차단할 예정이다. 구글은 검색에서 AI가 수억건에 달하는 사기성 검색 결과를 감지하고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경고 덕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크롬 사용자는 하루에 약 30억개 적은 사기성 및 스팸성 웹 사이트 알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미나이를 크롬 브라우저에 드디어 통합하긴 했지만, 아직 AI 에이전트 같은 기능을 정식으로 출시하진 않았다. 완전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갖춘 크롬 브라우저가 출시된다면,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로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구글은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브라우저에 AI를 통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구글뿐이 아니다.

최근 앤트로픽은 크롬 브라우저에 클로드를 통합하는 ‘크롬용 클로드 확장 프로그램(Claude for Chrome)’을 미리보기로 내놨다. 자체 브라우저는 아니지만 크롬 브라우저 내에서 클로드에 작업을 대신 수행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사이드카 창에서 클로드와 채팅하면서 브라우저에서 작업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앤트로픽은 해당 기능을 출시하면서 “우리는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AI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브라우저에서 많은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클로드에게 사용자가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버튼을 클릭하고, 양식을 채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면 훨씬 더 유용해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사용자 안전을 중시하는 앤트로픽은 여러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식 출시를 미뤘다. 사용자의 이메일이나 문서 등에 접근할 수 있는 AI는 악의적인 공격자에 의해 유해한 작업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 탈취는 물론, 파일을 삭제하거나 금융 거래를 하도록 조작할 수 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앤트로픽은 사용자가 많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실험을 진행하며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또 다른 AI 검색 엔진 기업 퍼플렉시티는 올해 자체 웹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했다.

AI 에이전트인 코멧 어시스턴트를 통해 질문에 대한 답변과 작업 요청을 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 탐색 기록을 바탕으로 회의를 예약하거나 이메일 전송, 물건 사기, 일정 요약 등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한다.

퍼플렉시티 AI 검색 엔진을 사용해 AI 생성 요약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자체 웹 브라우저를 출시한 이유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사용자를 자사 플랫폼에 가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 세계 주간 활성 이용자 수 7억명을 돌파한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는 자체 웹 브라우저 개발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웹 브라우저 엣지에 코파일럿 모드를 추가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구글은 우선 선방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크롬에 제미나이 기능 출시 후 스마트폰용 제미나이 앱은 iOS 앱 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전 1위는 챗GPT였다.

인기 급상승에 와이어드는 “구글이 크롬에 제미나이를 추가한 것은 수백만명의 사용자가 브라우저에서 이와 같은 AI 중심 기능을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우리는 브라우저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 웹 환경을 개선하는 여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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