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왜 ‘일등 연합’을 선택 했나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두나무의 지분교환 소식은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검색 포털과 가상자산거래소라는 각자의 분야에서 압도적인 두 리더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피를 섞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나무는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 계열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두 회사의 지분교환 소식에서 어떤 포인트에 주목해야 할까. 두나무가 네이버의 것이 되는 걸까, 그 반대일까. 그리고 네이버와 두나무 모두 ‘굳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일각에서 나온 보도대로 두나무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의 최대주주가 된다면, 과연 네이버의 사업 방향성은 바뀔까?
누가 누구를 먹는 것인가?
양사는 지분 교환을 통해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도록 지배구조를 재편할 예정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네이버가 두나무를 인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나무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크다. 시장에서 보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4조~15조원인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5조원 내외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덩치 차이만 3배가 넘는다.
현금도 두나무가 더 많다. 지난해 연결 기준, 두나무의 자산은 15조3205억원인데 비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자산은 3조8979억원이다. 영업익의 비중도 두나무가 더 높다. 두나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186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60%대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9793원을 거뒀는데 영업이익률은 약 18%다.
기업가치대로 지분교환을 하면 두나무 주주들이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송치형 등 두나무 경영진이 네이버파이낸셜을 사실상 장악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다음과 카카오다. 과거에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한 적이 있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먹는 셈이었지만, 실제로는 김범수 의장이 다음을 차지했다.
두 회사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네이버와 두나무 모두의 입장에서, 이번 합병 추진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나무의 가장 큰 강점을 거래소라고 본다면, 네이버도 거래소 설립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나무도 현금창출력이 넉넉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지분교환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양사 모두 주요 사업에서 추가적인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을 한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더 이상 안전한 사업이 없다”는 위기론도 흘러나온다. 그만큼 과거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사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의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기다.
일례로 네이버는 검색 포털 시장 내에서의 성장 부침으로 검색 광고 시장에서의 정체를 겪고 있다. 시장점유율 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네이버의 점유율은 57.82%, 구글은 34.04%다. 네이버는 연초 대비 10%p 가량, 구글은 8%p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검색 광고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2% 성장해 웹툰 다음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체 매출에서 검색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새 10%p 이상 감소한 30%대다.
쇼핑에서는 쿠팡과의 전쟁에 밀렸다. 당장 돈을 벌 수는 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은 네이버 타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익성 확보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쿠팡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는 더욱 어렵다. 결국 글로벌 빅테크와 돈 싸움이다. 챗GPT로 알려진 오픈AI는 최근 AI 업계 최대 하드웨어 회사로 손꼽히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글로벌에서는 라인과의 글로벌 사업이 분리된 이후, 글로벌 확장과 기술적 돌파구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네이버파이낸셜도 마찬가지다.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만으로는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두나무는 거래소 하나에서만 주 수익을 내고 있다. 이후 여러 신사업을 진행했으나, 거래소의 수익에 비해 유의미한 성적표를 내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법인 투자 길이 열린다고 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 국내(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
양사의 시너지를 살펴보면, 스테이블 코인을 시작으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인프라를 단숨에 확보하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 유통까지 네이버가 발행하고 거래소를 통한 유통까지 가능해진다. 두나무의 현금자산 또한 금융 관련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두나무는 네이버페이, 네이버 애플리케이션 등 전국민 단위 플랫폼과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두나무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네이버 서비스에서 유통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커머스 영역으로의 확장 또한 도모할 수 있다. 두나무가 개발하는 웹3 인프라를 네이버 서비스 내 적용할 수도 있다.
다만 양사 모두 규제를 간과하기는 어렵다. 특히 규제를 꺼려온 네이버 입장에서 두나무와의 합병은 이례적인 시도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규제가 직접 닿지 않는 영역에서 신사업을 확장해왔다.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조차 피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네이버는 은행·증권·보험 라이선스를 갖춘 카카오와 달리 직접 금융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 규제 논의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여러 잠재적 난관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먼저 두나무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가상사업자로 승인된 상태로, 대주주 변경 시 당국의 신고와 승인이 필요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거쳐야 한다. 양사의 사업 분야가 다르나,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데이터 결합에 따른 독과점 효과를 주시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산업과 가상자산 산업을 분리하는 ‘금가분리 원칙’을 양사 결합에 적용해야 하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사업적 동맹을 위해 혈맹을 맺기로 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 등에서 신세계그룹, CJ 등과 소수 지분을 교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상 네이버파이낸셜을 내주는 구조로까지 갈 수 있다. 네이버의 위기감이 드러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치형이 네이버 최대주주가 될까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가 합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사 모두 비상장사로 가치 산정에 따라 합병비율이 달라진다. 일각에서는 가치 산정에 따라 송치형 회장이 국민연금을 제외한 네이버 최대주주로 등극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사실상 네이버의 주인이 송 회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네이버의 최대주주가 되는 걸 허무맹랑한 시나리오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이 추진한다면, 송 회장이 네이버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장이 지분을 중시하는 경영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3.77%에 불과하지만, 네이버와 시장의 신뢰로 유지되는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하더라도 과반 지분을 가진 게 아닌 이상, 네이버에 대한 이 의장의 지배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는 회계법인의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네이버가 유상증자로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를 매입할 수 있으나 조단위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한편, 이 의장이 물러난 후에야 송 회장으로 네이버의 리더십이 승계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송 회장은 이 창업자와 같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 이 의장이 1967년생인 만큼, 후임을 고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