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마이SQL 개발팀 70명 해고 ‘폐기설 재점화’

오라클이 최근 구조조정에서 마이SQL 인력 70여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는 오라클의 이번 정리해고로 세계 2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오라클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제품을 위해 마이SQL을 죽일 거라던 15년 전의 폐기설에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달초 오라클은 전세계에서 1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정리해고 대상에 미국 시애틀,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지와 각국 지사의 개발자, 비즈니스 분석가, IT 관리자 등이 포함됐다.

그 과정에 오라클 본사의 마이SQL 개발팀에서 70여명이 해고됐다. 마이SQL 창시자인 마이클 몬티 위드니우스는 “마이SQL에서 대규모 해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고, 오라클이 마이SQL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놀랍지 않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여전히 슬프다”고 밝혔다.

마이SQL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오픈소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이며,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핀란드의 마이클 몬티 위드니우스는 스웬덴 컨설팅 회사 근무 중 당시 회사에서 사용하던 DBMS인 mSQL에 한계를 느끼고 직접 DB를 개발했다. 그는 1994년 빠르고, 안정적이며, 사용하기 쉬운 DB를 목표로 마이SQL의 원시 소스를 만들었고, 1995년 5월 23일 마이SQL을 일반에 공개됐다. 위드니우스는 데이티비드 악스마크, 앨런 라르손 등과 2000년 마이SQL AB란 법인을 세워 마이SQL 사업을 벌였다. 마이SQL은 2004년 전세계에서 다운로드 1000만건, 설치 500만건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마이SQL AB의 연 매출은 2007년 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마이SQL은 2000년대 전세계적인 닷컴 열풍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리눅스, 아파치서버, 마이SQL, PHP/펄 등으로 구성된 ‘LAMP’ 아키텍처가 당대의 표준 웹서버 아키텍처로 자리잡았다.

위드니우스는 2008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마이SQL AB를 10억달러에 매각했다. 위드니우스와 데이비드 악스마크는 인수합병 직후 썬을 떠났다. 그리고, 썬이 2009년 오라클에 인수됐고, 오라클이 마이SQL을 소유하게 됐다.

오라클은 썬의 하드웨어 기술과, 자바 플랫폼을 노리고 74억달러란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당시 커뮤니티는 오라클에서 상용 DB 제품과 내부 경쟁하는 마이SQL의 미래를 우려했다. 오라클이 상용 제품을 보호할 목적으로 마이SQL을 폐기하거나 포기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급기야 ‘마이SQL을 오라클로부터 구하기’ 운동이 시작됐고, 오라클의 마이SQL AB 인수 승인을 거부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5만명의 서명을 받아 유럽위원회에 제출됐다.

그 선봉이었던 몬티 위드니우스는 마이SQL의 개방성을 지키겠다며 오라클에 소유권 포기를 요구하는 한편, 양사 인수합병 발표날 마이SQL의 오픈소스 코드를 포크해 ‘마리아DB’를 개발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썬 인수 후 마이SQL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갔다. 2010년 마이SQL 5.5이 정식 출시됐고, 2013년 마이SQL 5.6 LTS, 2015년 마이SQL 5.7 LTS, 2018년 마이SQL 8.0 LTS 등 장기지원 버전을 출시했다. 마이SQL 8.0은 업계와 커뮤니티에서 성능과 기능으로 호평받았다.

오라클은 마이SQL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았고, 베테랑인 토마스 울린 중심으로 마이SQL을 계속 발전시켰다. 오라클에 비판적이었던 커뮤니티와 전문가들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썬 휘하에서 불안정했던 마이SQL 투자가 오라클에 인수된 덕에 안정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에, 마이SQL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마리아DB는 초반의 기대와 달리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마리아DB 법인은 2022년 SPAC 회사 앤젤폰드홀딩스와 합병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가 경영난을 겪다가 2024년 사모펀드 K1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에 인수되면서 상장폐지됐다.

점차 안정되는 듯 했던 오라클과 마이SQL 커뮤니티의 관계는 2024년들어 다시 악화됐다. 오라클이 마이SQL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마이SQL 히트웨이브’를 오라클클라우드인프라스트럭처(OCI)의 주요 상품으로 밀기 시작하면서다.

마이SQL 고성능그룹 관리자로 활동했던 피터 자이체프 페르코나 CEO는 2024년 6월 ‘오라클이 마침내 마이SQL을 없애는가?’란 글을 게시했다.

그는 “오라클은 마이SQL을 꽤 잘 관리했고, 마이SQL의 많은 기술 부채를 해결하고 JSON 지원과 고급 SQL 표준 기능 지원 등 현대 개발자들이 원하는 많은 기능을 추가했다”며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 마이SQL 히트웨이브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히트웨이브는 분석 쿼리나 머신러닝 기능 가속 등 마이SQL 커뮤니티나 마이SQL 엔터프라이즈에 없는 여러 기능을 포함한다”며 “특정 기능의 관점과 정책 변화가 마이SQL 도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경우든 오라클이 현대 개발자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갖는 요구사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무관심으로 인해 데이터베이스가 망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히트웨이브에 최신 기능과 성능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에 비해, 마이SQL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트웨이브의 분석 쿼리에 대해 “마이SQL은 병렬쿼리 처리 기능도 제공하지 않으며, 수백개 CPU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에 코어의 속도가 크게 향상되지 않아 성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며 “이는 분석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쿼리뿐 아니라 운영 애플리케이션에서 흔히 사용되는 간단한 그룹화 쿼리에도 적용된다”고 적었다.

이어 “벡터 검색은 오픈소스 마이SQL에 부족한 또 다른 영역”이라며 “다른 모든 주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가 벡터 검색 기능을 지원하고, 마리아DB도 개발중이지만, 마이SQL 생태계에서 이 기능이 히트웨이브 기능 중 일부로만 제공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트그레SQL은 벡터PG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형 AI를 위한 벡터 검색 수요에 대응했다.

그는 또 “마이SQL은 성능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수년간 방치돼온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SQL 5.6에 비해 단순 단일 스레드 워크로드에서 상당한 성능 저하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마이SQL은 2000년부터 GNU GPL 기반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됐다. 마이SQL AB는 오픈소스와 상용을 결합한 듀얼 라이선스 체계를 운영했고, 오라클 소유 후에도 라이선스 정책을 유지했다.

오라클은 마이SQL을 오픈소스 라이선스인 커뮤니티 버전과, 독점 라이선스인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나눠 유지하고 있다.

마이SQL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지만 소스코드 개발과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상에서 외부 개발자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완전히 폐쇄된 건 아니지만, 오라클은 마이SQL 코드 작성, 변경, 병합 등에서 권한을 사실상 독점한다. 히트웨이브에 추가한 신기능을 마이SQL 원시 코드로 추가하는 결정권은 오라클 소속 직원에게 있다. 오라클은 소스코드를 공개하긴 해도, 마이SQL 커뮤니티와 정식 출시 전에 피드백을 주고 받지 않는다.

오라클 OCI의 마이SQL 히트웨이브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커뮤니티와 소통 및 협업을 통한 발전을 배제해 일반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선순환 체계를 무너뜨린다. 히트웨이브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수록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쓰려는 사용자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마이SQL 커뮤니티 에디션은 경쟁력과 사용자를 잃고 사멸할 수 있다.

자이체프의 오라클을 향한 문제제기에 이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그에게 동조하는 입장이 많았다. 자이체프는 오라클에서 마이SQL을 재단이나 외부 단체와 공동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자이체프는 최근 오라클의 마이SQL 직원 해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겼다. 그는 링크드인 게시글에서 “여러 명의 훌륭한 마이SQL 종신 직원이 오라클 팀에서 해고된 것 같다”며 “마이SQL 커뮤니티 에디션을 천천히 죽이는 오라클의 또 다른 중요한 단계인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고피나스 K란 인도 엔지니어는 “오라클의 마이SQL 해고는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커뮤니티 에디션의 느린 죽음을 알리는 신호이고, 히트웨이브는 커뮤니티 아닌 수익창출”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마이SQL을 위해 마리아DB를 빼는 반면에, 오라클은 스스로 플러그를 뽑고 있다”고 동조했다. 그는 “만약 커뮤니티가 지금 결집하지 않으면, 마이SQL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동조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존 데이비드 던컨은 “인수 후 15년 동안 오라클 내부에  마이SQL을 잘 관리하는 청지기가 있었찌만, 이제 그들 일부는 은퇴했고, 일련의 조직 변화 이후 더 이상 의사결정권을 갖지 못한 사람도 있다”며 “지금은 더 큰 커뮤니티가 오라클에게 이 자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상기시킬 방법을 찾을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커뮤니티는 오라클에서 마이SQL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별도의 재단을 설립하거나 리눅스재단이나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 등에 기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특정 소프트웨어 기업의 독단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운영에 따른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민주공화적인 거버넌스 체계 하에서 개발자와 사용자 커뮤니티 주도로 마이SQL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라클이 마이SQL을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SQL은 여전히 많은 기업 사용자를 보유했고,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에서 중요한 무기기 때문이다.

마이SQL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관계형 DB 서비스인 ‘아마존 오로라’의 근간이다. AWS는 아마존 오로라를 통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고객의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유도해왔다. 마이SQL 오픈소스 에디션 대비 100배 이상 빠르고, DB 현대화의 최적 솔루션이란 수식어를 강조한다.

오라클이 마이SQL 오픈소스 개발에 폐쇄적인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가 아마존 오로라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오픈소스 마이SQL을 개선하면, AWS의 아마존 오로라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준다. 그 때문에 마이SQL 원시 코드에 투자하는 대신 아마존 오로라와 정면 경쟁하는 마이SQL 클라우드 서비스로서 히트웨이브에 집중한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오라클의 마이SQL 개발팀 해고가 프로젝트 투자 축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란 의견도 제기된다. 생성형 AI를 코딩에 활용하는 바이브코딩 열풍 속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AI에 의존하고 인간 개발자를 해고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의견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서비스나우, SAP, IBM 등 주요 IT기업은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량으로 해고하고, AI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고 있다. 오라클도 마이SQL 코드 개발을 AI에 대부분 맡기고, 전체적인 품질 관리를 맡는 소수의 관리 인력만 남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