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건설 현장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나

건설은 흔히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가장 느린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AI 기술은 건설의 영역도 여지 없이 파고들고 있다. 마크앤컴퍼니가 최근 ‘트라이 에브리씽 2025’ 부대행사로 연 ‘2025 마크 그로쓰 쇼케이스(MARK Growth Showcase)’에서 송중석 포비콘 대표는 AI 건설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사례를 소개했다.

그동안은 공사비 산출을 어떻게 해왔나

건설 현장의 대표적 난제 중 하나가 ‘적산(積算)’이다. 벽돌이나 철근, 시멘트처럼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 물량을 CAD 도면을 보고 산출하는 과정을 적산이라고 부른다. 자재가 얼마나 드는지 미리 파악해야 공사비를 계산할 수 있으니 건축 전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적산을 건설사가 일일이 수기로 계산해 왔다.

** CAD 는 설계에 쓰이는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이다. 건물을 짓거나 자동차를 만들 때 미리 설계 도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주로 쓰인다.

“CAD 도면을 열어놓고 디지털 자로 벽을 길이를 하나하나 잽니다. 벽의 길이에다 높이를 곱하면 면적이 나오는데, 이 면적을 알면 역산을 통해 필요한 벽돌의 개수를 알아낼 수 있죠. 문제는, 이 CAD 도면 안에는 수백개의 벽이 있고, 도면도 수백장이 있습니다. 수만번의 계산을 반복해야 한다는 듯이고, 반복할 때마다 엑셀 파일에 수만 줄의 산출식을 적어야 적산이 끝납니다.”

송중석 대표의 말만 들어도 골이 지끈할 정도로 지난한 작업이다. 송 대표는 “보통 적산을 한 번 시작하면 4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공정별로 7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사람이 수작업으로 계산하는 터라 실수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최근 나온 기술이 ‘3D BIM(건설 정보 모델링)’이라고 불리는 자동 적산 솔루션이다. 그러나, 송 대표는 “3D로 가상 모델을 만드는 그 자체도 수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싸다는 단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AI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스타트업 포비콘은 이를 AI로 자동화했다. CAD 안에 있는 로우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AI 데이터와 융합해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브러리를 자체 개발했다. 예컨대 CAD 도면을 적산 솔루션에 업로드 해 AI가 골조벽, 창문, 습식벽(시멘트가 들어가는 벽) 등을 찾아 인식하고 필요한 자재 물량을 계산하도록 시도했다. 송 대표는 “검증용 도면과 산출 내역서를 만드는 데 기존에 3주 걸리던 일을 하루 만에, 높은 정확도로 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는 “AI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동력이 된다”는 주제로 이뤄졌다. 포비콘의 사례도 건설사가 가진 문제를 AI 스타트업과 협업해 풀어내는 시도 중 하나로 공유된 것이다. 포비콘은 현재 포스코이앤씨에 오토 적산 솔루션을 납품 중이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솔루션의 정확도가 85% 수준에 머물렀으나, 기업의 도면들이 점차 쌓여 AI가 고도화되면서 시스템의 정확도가 99%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AI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해 온 대기업의 임직원들이 나와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사례가 추가로 공유되기도 했다. 같은 건설 계열에서는 롯데건설에 재직 중인 한진원 책임이 현장의 안전 문제를 AI 스타트업과 협업해 풀어나가는 사례를 소개했다. AI가 도면 작업을 넘어, 현장 안전과 사업 전략을 바꾸는 경우가 언급됐다.

한 책임은 “AI CCTV를 도입해 장비와 작업자가 가까워질 경우 즉각 경고를 주는 시스템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 중”이라면서  “아파트 분양가 산정을 위해 부동산을 직접 돌며 데이터를 모으던 방식도 AI 예측 모델로 대체하고 있고, 드론과 AI를 활용해 ‘흙막이 가시설’ 균열을 탐지하는 기술을 도입해 집안 붕괴나 지하수 유출 같은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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