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퀵커머스로 보는 쿠팡 대 반쿠팡 경쟁?
‘신사업’ 위주 퀵커머스 확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퀵커머스 사업은 국내 모든 기업에게 신사업으로 여겨졌습니다. 30분~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과일, 채소, 정육, 라면 등 식료품과 생필품 등 장보기에 필요한 상품을 배달하기 때문에, 즉시성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죠.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온라인 상 고객들에게 바로 상품을 배달하려는 업체들의 의지는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이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없다는 사실도 많은 업체들의 관심을 끈 이유였죠.
이 당시 다수가 주목한 건 도심형 물류센터 ‘MFC’입니다. 결국 도심 내 지하 점포 등을 물류 거점으로 이용해, 기존 배달망이나 온라인 플랫폼 내 트래픽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해보려 한 겁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B마트입니다. B마트는 지난 2019년 정식으로 출범한 서비스로, 자체 도심형 물류센터인 MFC에 물건을 보관한 후, 주문이 들어오면 라이더가 배송하는 방식을 썼지요. 쿠팡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이츠는 2021년부터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MFC를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 ‘이츠 마트’를 운영했습니다.
이미 라이더 망을 갖춘 배달대행사 또한 MFC를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려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부릉(전 메쉬코리아)와 새벽배송 이커머스 기업 오아시스입니다. 이들은 한때 퀵커머스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합작법인 ‘브이’를 설립하고, 브이마트 등을 출시하며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려 했습니다. 이미 라이더 망이 확보돼 있으니, 자사 프로그램을 쓰는 라이더에게 배송 물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음식점 등에 기대야 했던 배달 수요를 내재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습니다.
또 한편에서 이마트 또한 자체 퀵커머스 채널인 ‘쓱고우’를 마련하는 등 빠른 배송에 대응하려 했습니다. 이마트는 당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렉트로마트 자리에 퀵커머스 전용 MFC를 마련하고 사업에 나서려 했는데요. 이 당시 이마트는 스파이더크래프트, 바로고 등 다양한 배달대행사를 이용하며 퀵커머스 사업을 실험했습니다.
물론 기존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생각한 이들 또한 퀵커머스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편의점 업계입니다. 편의점 업계 입장에서는 촘촘히 마련된 편의점에 배달대행사를 연결해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인데요. 결국 가맹점의 매출을 높이는 방식에서 접근한 경우가 다수입니다.
CJ올리브영도 빠르게 테스트에 나선 기업 중 하나입니다. 올리브영 또한 전국 곳곳에 1000개가 넘는 매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매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기 보다는, 초기부터 매장 지하에 MFC를 설치해 퀵커머스 사업을 테스트하는 등 안정성을 먼저 고려해 사업에 나섰습니다.
결과부터 보면 이들 중 동일한 방식을 중심으로 사업을 계속 운영하는 건 배달의민족과 올리브영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부릉과 이마트 등이 기존 퀵커머스 사업에 물러난 여러 이유를 꼽습니다. MFC 사업을 종료한 데에 대해서는 “임대료가 너무 높다”, “운영 비용이 지나치다”는 분석 등을 내놓고, 실제로 사실이기도 합니다. 자체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퀵커머스 사업을 키워온 편의점 업계는 사업을 지속했고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 본질과 경영진의 의지를 이유로 듭니다. 당시 퀵커머스 사업을 운영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퀵커머스 사업이 기존 사업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는 했지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며, “배민이나 올리브영 경우에는 상부에서 강력한 의지가 있어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짚었습니다.
배민스토어, 입점형 퀵커머스 부상
배민이 2020~2023년 퀵커머스를 적극 밀던 이유 중 하나로는 음식 배달 시장 성장세가 이전만 하지 않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실제로 실적에 B마트가 상당히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실적 중 B마트의 성장이 반영됐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배민도 MFC의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초기 임대료 투자와 식료품과 생필품을 배치하는 물류의 고도화, 그리고 인력을 적절히 채용하는 등 여러 방식에서 계속 시행착오를 거쳤죠.
이 과정에서 시도한 건 입점형 퀵커머스인 배민스토어(현 장보기쇼핑)입니다. 배민은 초기에 지역 소상공인을 주로 입점시키는 방안을 택했는데요. 이후에는 대형 리테일 업체를 주로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어느 정도 초기에 입점한 브랜드사의 매출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후, 매출을 늘리려 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들이 속속 들어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3년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2024년 중에는 이마트에프리데이와 GS더프레시 등이 속속 입점했지요.
배민스토어가 장보기쇼핑으로 이름을 바꿀 전후 속속 입점한 주요 리테일 업체들의 매출 덕분에 배민 또한 성장세를 보였고요. 지난해만 해도 장보기쇼핑 주문수는 2023년 대비 369% 늘어났으며, 거래액도 309% 증가했습니다.
2025년 퀵커머스: 대형 리테일 중심 반쿠팡 기조 반영되나
쿠팡도, 네이버도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양사의 기조는 조금 다릅니다. 업계에서는 쿠팡 대 반쿠팡 기조가 퀵커머스 영역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퀵커머스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건 네이버입니다. 기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입점한 장보기관을 지금배달로 리뉴얼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 별도의 전문관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여전히 지금배달에 입점해있고요. 기존 네이버 지도 내에서만 노출되었던 편의점 GS25, CU 등도 지금배달 내에서 보이고 있지요.
네이버의 특징은 소상공인보다는 중대형 리테일 브랜드와의 제휴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편의점 업계가 대표적인 예시고요. 지난 8일 발표한 롯데 유통군과의 제휴에서도 연내 세븐일레븐을 지금배달에 입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컬리 또한 퀵커머스 서비스에 입점하지는 않았지만, 장보기 서비스를 강화하는 영역에서 네이버에 입점한 사례입니다.
반면 배민은 SSM을 넘어 대형 마트 또한 입점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이마트와 홈플러스입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배민에 입점했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거점 점포를 현재 61곳에서 총 80여개점으로 확대, 운영 상품 수 또한 현재 6000개에서 1만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홈플러스 또한 대형마트 11개로 입점 수를 늘렸지요.
주목할 만한 점은 배민에 입점한 이들이 기존 오프라인와 다른 수요를 포착했다는 겁니다. 기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와는 다른 수요인데요. 대체로 젊은 1~2인 가구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경우에는 쇼핑 목적이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이마트는 2030 젊은 세대의 수요를 짚었습니다.
1~2인 가구 중심으로 즉시 필요한 상품의 빠른 장보기를 지원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각기 다른 유형의 쇼핑 수요를 흡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 대형마트 ‘매직배송’ 고객과 배달의민족 퀵커머스 고객은 쇼핑 목적에서 차이를 보였다.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매직배송’과 배달의민족 대형마트 퀵커머스의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한 고객의 매출 비중이 신선식품에서 7%p, 냉장∙냉동식품에서 4%p, 델리가 3%p 높았다. 퀵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더 많이 주문했다는 의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매직배송’의 경우 애호박이 채소 매출 1위인데 반해, 배달의민족 대형마트 퀵커머스에서는 깐마늘, 고추, 오이 등 식사 시 바로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주를 이뤘다.
또 과일은 딸기, 대추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매출이 높았고 델리도 튀김보다 초밥 매출이 높아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카테고리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설명 자료 중
이마트가 지난 10개월 간 서비스 이용 추세를 분석한 결과, 퀵커머스 이용 고객의 50% 이상이 2030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상품을 경험하는 젊은 고객층의 저변이 대폭 확대돼 향후 이마트 ‘미래 고객’으로 점포를 방문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되는 대목이다. 상품 판매 측면에서는 신선/가공식품 등 그로서리 매출 비중이 90%에 달했고 그 중 소단량 상품과 델리, 냉동육, 밀키트 등 간편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저당상품, 디저트류 등 2030 세대가 즐기는 트렌디한 상품도 장바구니에 많이 담았다. 생활용품·사무용품 수요도 늘어 비식품 판매 비중이 초반 3%에서 최근 10%로 상승, 그로서리 중심 퀵커머스 상품에서 카테고리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마트 설명 자료 중
올해 들어 쿠팡도 퀵커머스 사업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습니다.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과 오프라인에 매장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퀵커머스 영업에 나섰는데요.
네이버와 배민과는 반대로 갑니다. 대형 리테일 브랜드보다는, 문구점이나 지역 슈퍼마켓 등을 대상으로 영업했습니다. 또 지난 8월에는 쿠팡이츠 마트를 완전히 종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행보에 대해 기존 본체에 입점하기 어려운 규모의 업체를 끌어들여 저변을 넓히려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쿠팡이츠에 입점한 한 의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있는 걸 보고 연락했다는 영업 전화를 받았다”며, “수수료 부담으로 쿠팡에 입점하기는 어렵지만, 쿠팡이츠는 부담이 없을 것 같아 사무실 주소로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리테일 중심의 쿠팡 대 반쿠팡 기조가 퀵커머스 사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결국 현재 업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멀티 플랫폼 전략을 꿈꾸는 리테일 업체들조차 쿠팡을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경쟁사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기에, 쿠팡과의 협업을 본격화한 대형마트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쿠팡이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시가 GS리테일입니다. GS리테일은 쿠팡이츠 쇼핑 내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을 입점시켰습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플랫폼과 매장이 양사에 각각 있기 때문에 윈-윈하는 전략으로, 첫 협업인 만큼 시너지를 고려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들이 경기 침체에 따라 멀티 플랫폼 전략을 전개해 트래픽과 매출을 확보하는 상황에도 홀로 가는 기업도 분명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여전히 타사 채널에 입점하지 않고, 오늘드림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계속해 키워가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처럼 한 분야에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별도의 트래픽을 얻기 위해 타사에 수수료를 내가며 입점할 필요는 없지요. 온라인상 즉시배송 수요가 있는 자체 온라인 채널이 없는 이마트의 경우, 배민과 SSG닷컴 양측에 모두 수수료를 냅니다.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배송건수가 598만건이었던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은 2023년 994만건, 지난해 1499만건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상반기만 891만건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이소는 퀵커머스까지는 아니지만, 시장 내 독보적인 입지로 점포 기반 배송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온라인 채널을 다이소몰로 일원화한 후, 올해 2월부터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역에서 ‘오늘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반쿠팡 연대가 나타나는 모습도 관측되는데요. 다른 한편인 퀵커머스 영역에서는 배민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또 한 번 반쿠팡 연대가 형성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쿠팡 퀵커머스에 합류하는 또 다음 업체가 어디일지 기대하는 모습인데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