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AI 쓰면 진단 능력 떨어진다?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AI 도입이 오히려 의사들의 판단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도구는 의사가 더 빠르게 종양을 발견하거나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의사 ‘스스로’ 종양을 발견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숙련 저하(deskilling)’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랜싯 위장병학 및 간병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장의 용종이나 비정상 세포를 감지하기 위해 도입한 AI 도구를 3개월 동안 사용한 결과 의사들의 진단 능력이 저하됐다.

연구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폴란드 내 센터에서 진행됐다. 연구에 참여한 19명의 의사는 모두 경험이 풍부하고, 2000건 이상의 내시경 시행 이력이 있었다.

AI를 도입하기 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의사들의 용종 탐지율은 평균 28.4%였다. AI 보조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면 용종 탐지율은 25.3%다. AI 보조 도구를 3개월 동안 사용하다가, 이전처럼 스스로 판단했을때 용종 탐지율은 22.4%로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는 AI 도입 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20%, 절대적으로는 6% 감소한 수치다.

즉, AI 보조 도구를 도입하기 전보다 용종 탐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첫 실증적 ‘숙련 저하’ 사례로서, AI 도구에 의존하면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마저도 잠재적으로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AI 도구 도입 후 의사들이 대장내시경 검사 건수가 도입 전보다 크게 증가해, 검사에 주의를 덜 기울였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 건수가 증가와 업무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숙련도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숙련자가 아닌, 경험이 적인 의료인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AI 도구를 사용한 기간이 3개월로 짧은 점도 있다.

한편, 이같은 현상이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가져올 변화로 보기도 한다. 로버트 왁터 캘리포니아 대학교 박사는 “청진기의 발명 덕분에 많은 의사들이 1700년대에 흔히 그랬듯이, 청진기 없이는 환자의 심장과 폐를 검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을 쓸모없게 만드는 무해한 사례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왁터 박사는 AI 도구가 완벽하더라도, 숙련 저하는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현재 모든 의료 시스템에서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한 의사는 새로운 고용주로부터 AI 도구 없이 일하라는 요청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에 포함된 약 27년 이상 진료한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이, AI 도구를 단 3개월만 사용해도 보유한 기술이 침식될 수 있다면 그 기술을 막 사용하기 시작한 의대생과 레지던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며 우려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AI가 의료 전문가의 역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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