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 성능 예상보다 별로인 이유, 자금 부족 때문?
오픈AI의 야심작 GPT-5가 기대보다 낮은 성능을 보인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2년 전 출시한 GPT-4에서 기술적 진전이 컸던 것에 비해, 최신 모델임에도 기본적인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AI 서비스용 인프라 운영에 자원을 많이 할당하면서 최신 모델 훈련에 자본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에 대해 급히 “GPT-5 오류 원인은 ‘자동전환장치’ 고장으로 실제보다 더 멍청해 보였다”며 해명했지만, 업데이트 후에도 큰 진전이 없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기술 전문가들이 평가한 GPT-5는 기존 AI 시스템보다 조금 더 낫지만, 이전 챗봇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실수를 일으켰다. 잘못된 정보를 자신 있게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기대하던 이들 중 일부는 예상보다 뒤떨어지는 GPT-5 등장으로 변화 시점에 대한 예측을 늦추고 있다.
이처럼 GPT-5는 출시 당시 “박사급 전문가 수준”이라거나 “큰 도약이자 인공일반지능(AGI)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내세운 것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일부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인 GPT-4o를 돌려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왜 오픈AI는 이렇게 실망스러운 ‘GPT-5’를 내놓게 됐을까?
샘 올트먼은 더버지 등을 비롯한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끔찍한 타협을 해야 한다”며 “더 나은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제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제공하고 싶은 다른 종류의 새로품 제품이나 서비스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서 부족한 역량은 자금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은 “오픈AI가 머지 않은 미래에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조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챗GPT는 주간 활성 이용자 수가 7억명을 돌파했고, 꾸준히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GPU 등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챗GPT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AI 모델을 훈련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픈AI는 막대한 운영 비용으로 인해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약 5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400억원 규모 투자금이 2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수익 확대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오픈AI는 지난 18일 인도에 저렴한 유료 구독제를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플러스 요금제(월 20달러, 2만7000원)보다 저렴한 챗GPT 고(GO) 요금제는 월 399루피(4.6달러, 약 6400원)다.
샘 올트먼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인도는 자사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도는 전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약 14억4600만명 이상이다. 즉, 더 많은 인도 소비자들을 공략해 챗GPT 점유율과 수익을 늘리려는 의도다.
인도 시장 확대와는 별개로, 수익성은 또 다른 문제다. 오픈AI는 GPT-5 API 기본요금을 최신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게 책정했다.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2.5 프로와는 가격이 동일한 토큰 100만 개당 입력 1.25달러, 출력 10달러다.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클로드 오푸스 4.1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15달러, 출력 토큰은 75달러로 각각 약 92%, 87%가량 저렴하다.
낮은 가격으로 점유율을 늘려도 이에 따라 확충해야 하는 AI 인프라 자원도 많아지는 딜레마다. 물론 사용자 수가 충분히 확보된 후에 가격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샘 올트먼은 GPT-5에 대해 “출시 과정에서 몇 가지를 완전히 망친 것 같다”고 표현했다. 더 나은 AI 모델을 공급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고, 실패한 AI 모델을 선보인다면 사용자들의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와중에 경쟁사 메타는 오픈AI나 구글 출신 연구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달러, 많게는 1억달러 이상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초지능이 개인 권한 부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며, AI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19일 자사 AI 부서를 4개 그룹으로 분할한다고 발표하면서,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720억달러 이상을 대부분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연구원 채용 등에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픈AI는 최신 AI 모델 개발을 위한 핵심 인재 유출도 막으면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오픈AI는 약 8조원 규모의 2년 이상 근무한 전현직 직원이 보유한 내부자 주식 매각을 논의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샘 올트먼은 “회사가 더욱 강력한 AI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비용에 관계 없이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을 이룰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회사보다도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