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높인 GPT-5, 오픈AI는 웃을 수 있나

오픈AI가 지난 7일(현지시각) 공개한 최신 모델 GPT-5, 성능보다 ‘가격’이 주목할 만하다. 주요 경쟁사인 구글 제미나이 2.6 프로와는 가격이 동일하고, 앤트로픽 클로드 오푸스 4.1보다는 입력 토큰은 12배, 출력 토큰은 7.5배 저렴하다. 하지만, 늘어나는 컴퓨팅 수요에 오픈AI는 어떻게 수익을 개선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오픈AI는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 ‘GPT-5’를 출시하고, 최상위 GPT-5 API 기본요금을 입력 토큰 100만 개당 1.2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10달러로 책정했다. 지난 6월 구글이 정식 출시한 제미나이 2.5 프로와 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제미나이 2.5 프로는 토큰 20만 개 이상을 넘어가는 프롬프트의 경우 입력 토큰 100만 개당 2.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15달러가 든다. 해당 모델은 구글이 제공하는 가장 비싼 AI 모델이지만, 앤트로픽 클로드 3.7 소넷(입력 토큰 100만 개당 3달러, 출력 토큰 15달러)이나 오픈AI GPT-4.5(입력 토큰 100만 개당 75달러, 출력 토큰 150달러)보다 저렴했었다.

앤트로픽이 지난 5일 발표한 최신 모델 클로드 오푸스 4.1은 API 입력 토큰 100만 개당 1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75달러부터 시작이다. 입력 토큰만 따졌을 때, GPT-5는 13.75달러 더 저렴하다. 출력 토큰은 65달러 차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한 유저가 “(GPT-5의)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는데, 너무 똑똑해서 ‘o3-프로’ 가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격에 매우 만족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o3-프로는 API 토큰 100만개당 입력 20달러, 출력은 80달러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러한 오픈AI의 행보로 인해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LLM 가격 전쟁의 시작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내려간다면, AI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나 증가하는 AI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기술 업계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성능이 비슷하다면 더 저렴한 모델을 택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GPT-5는 코딩 벤치마크(SWE-bench)에서 점수 74.9%로 클로드 오푸스 4.1이 기록한 점수 74.5%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제미나이 2.5 프로의 점수는 63.8%다.

다만, 문제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센터와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오픈AI는 8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 수가 7억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리법인 전환을 앞두고 적자 개선 압박도 커지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약 50억달러(약 6조 9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자체 인프라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공동으로 미국 내에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5000억달러(약 692조6500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오픈AI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해외로도 확장하며 글로벌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애타는 오픈AI의 상황과 별개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진척이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최신 플래그십 모델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놨지만,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그동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급받아 오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갈등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영리법인 전환과 관련해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할 오픈AI 지분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구글 클라우드와 계약을 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당장 신규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규모의 AI 인프라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상황과 별개로 오픈AI는 지난 6월 기준 300만명이었던 유료 기업 고객이 500만명을 넘어, 유료 비즈니스 고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100억달러(약 13조8900억원) 였던 연간 반복 매출(ARR)은 130억달러(18조600억원)를 넘겨, 연말까지 200억달러(약 27조78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오픈AI는 성장세에 힙입어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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