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떨어진 K-AI 도전팀, 향후 계획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K-AI 사업에 최종 5개팀 선발이 완료됐다. 많은 관심 속에 여러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쉽게 탈락한 기업들도 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탈락했더라도 각 기업이 AI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정부의 새로운 AI 사업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고, 각 산업 민간 기업마다 AI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소버린 AI 구축이란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을 뿐 특수 목적형 AI나 글로벌 서비스 응용 등에서 활동할 영역이 더 많다.

정부는 정예팀 선발에 지원했던 컨소시엄과 참여기업에도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떨어진 5개팀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다른 사업을 기획해서라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니더라도 특화 모델이나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출범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기술력으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공공기관 사업 수주 등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든 코난테크놀로지는 기존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카카오나 KT도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컨소시엄 구성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열심히 준비했으나, 탈락 이후 다른 정부 추진 사업 등을 준비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접수한 15개팀 중 1차 서면 평가(15개팀→10개팀) 후 2차 발표 평가(10개팀→5개팀)를 진행했다. 최종 선발된 5개 컨소시엄은 주관기관 가나다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T ▲NC AI ▲LG AI연구원 등이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은 고배를 마셨다. 다만, KAIST는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을 제외한 모든 컨소시엄에 교수진 및 연구실이 참여하고 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모회사 AI 인프라 전문기업 모레를 비롯한 삼일회계법인, 서울대, KAIST 외에 기업 및 공공기관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K-AI 사업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AI 서비스 확산 전략에서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올해 2월 1020억 파라미터 규모 한국어 특화 고성능 LLM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모레 AI 사업부 핵심 인력을 주축으로 출범했다. ‘모두를 위한 AI’를 비전으로 내세워 누구나 쉽게 적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 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엔비디아가 아닌 AMD GPU 기반 인프라로 AI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첫 모델로 26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가진 소형언어모델(sLLM) ‘모티프 2.6B’를 공개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사업에는 떨어졌지만 이번 사업 참여로 기술력과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며 “사업 탈락과 관계 없이 앞으로 멀티모달 AI 모델 개발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회사인 모레는 지난 2023년 3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으며, 다음 투자 유치를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모티프테크놀로지 역시 프리A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는 자체 개발 LLM ‘카나나’로 승부를 봤으나 탈락했다. 카카오는 상세 컨소시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업 참여 없이 대학 및 공공기관으로만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언어모델 카나나-1.5 4종과 지난 7월 공개한 경량 멀티모달 언어모델 및 MoE 모델 2종을 보유하고 있다. 카나나-1.5 모델 라인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카카오는 자체 모델 개발 역량 및 카카오톡 등의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전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 AI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전략이었다.

카나나 모델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다른 분야 기업이 없는 AI 생태계 구축 전략 부재로 인해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도 AI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와 기술 주권 확립에 기여해 갈 계획”이며 “에이전트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로 ‘모두의 AI’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계획으로 “하반기 에이전트 구현의 기반이 되는 추론 모델을 비롯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카나나 모델 2.0 버전을 선보이고, 멀티모달 언어모델 고도화 등을 함께 진행해 나갈 계획”이며 “이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가깝고 친숙하게 AI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T 역시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탈락했다.

KT는 컨소시엄을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학교 의료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외에 공개하지 않은 법률 기관, 로펌, 반도체 및 산업 AI 수요 기업 등 18개 기관으로 구성했었다.

보유한 대표 LLM은 ‘믿:음 2.0’이다. KT는 믿:음 2.0을 사전 학습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한국적 독자 AI 모델로 소개한다.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저작권을 확보해 신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KT는 앞으로 자체 개발한 믿:음이나 AI 모델 등 내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컨소시엄 구성에서 솔트룩스는 자체 LLM ‘루시아3’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AI 모델 학습과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할 예정이었다. 솔트룩스 관계자는 “탈락 후 따로 논의한 사항은 없으나,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이 있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파트너로 참여했던 크라우드웍스는 5개 정예팀을 위한 데이터 공급기업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에서 정예팀이 AI 개발에 활용할 공동 데이터 제공에 나선다. AI 추론·분석·문해 역량을 올릴 수 있는 STEM 데이터셋 외에 도서 데이터셋, 뉴스 데이터, 국어학 데이터 등을 포함한다.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데이터 공급 기관으로 참여한 상태라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라며 “앞으로 모델 개발 후 평가를 위한 업체들을 선정할 텐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접수 마감일에 사업계획서 제출과 컨소시엄을 공개한 코난테크놀로지는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으나, 최종 탈락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페블러스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총 8개 기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코난테크놀로지 컨소시엄은 과제명을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및 학습 효율화 기술 개발’로 제출했다. 제조업 AX 플랫폼을 산업단지 주축으로 확산하고, 학교 AI 플랫폼을 통해 전국 초중고교 AI 접근성을 증진한다는 전략이었다.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을 추진해 국내 AI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사업에 선정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공공 기관 중심으로 사업 수주를 계속하고 있다”며 “의료나 국방 분야에도 좀 더 확대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착수식을 진행하고, 최종 선정된 5개 정예팀에 ‘K-AI 모델, K-AI 기업’ 명칭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르면 8월 초 5개팀과 협약을 체결하고, 12월 말에 1차 단계 평가를 추진해 5개팀에서 4개팀으로 줄어든다. 대국민·전문가 콘테스트도 진행 예정이며, 세부 일정 및 방식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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