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츄룹’ AI 비서 들고 돌아온 박수만 “인스타 시대, 그 다음은?”

“사람들이 사진을 점점 많이 찍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는 스토리나 올릴 뿐, 포스팅을 하는 빈도는 줄었죠. 그럼 이 많은 사진은 다 어디로 갈까요? 여기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고 봤죠”

박수만은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미투데이’를 만들어 네이버에 매각했다. 네이버에 들어 가선 7개월만에 1000만 다운로드(2013년 기준. 현재는 1억5000만)라는,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렵던 속도로 인기를 얻은 ‘네이버 밴드’를 론칭했다. 실패도 맛봤다. 스트리밍 라디오 앱 ‘비트’를 창업해 순조롭게 이용자를 확보했으나 수익화를 못했다. 다시 네이버에 돌아와선 바이브와 네이버 나우 등 회사의 음악 서비스를 총괄하는 튠CIC 대표로 일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네이버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난 26일 박수만 대표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네이버를 나와 벗뷰티풀이란 회사를 만들었고, ‘츄룹(truloop)’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27일 론칭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번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도전이다. 무기로는 AI를 얹었다.

이튿날, 서울 강남에 위치한 박 대표의 새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네이버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그는, “지난 1년 6개월 간 구상해 온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면서 “츄룹을 글로벌 1억명 이상 쓰는 소셜 미디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수만 대표와의 일문일답에 앞서, 츄룹은 어떤 서비스인가

모임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 번에 끝내주는 올인원 서비스를 1차 목표로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고, 적당한 식당을 찾아 예약을 하며, 만남 중에 찍은 사진을 한 군데에 모으고, 이를 나와 모임원들만 볼 수 있는 앨범으로 만들며, 다음 만남을 위한 약속까지 잡아내는, 말 그대로 완벽한 AI 비서 말이다.

우리는 주로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술로 취한다. 서비스 이름 ‘츄룹’은 맛있는 걸 봤을 때 침이 흐르며 나는 그 소리, ‘츄룹’을 직관적으로 가져왔다. 영어 이름으로는 한국어 츄룹과 유사하게 발음이 나는 truloop인데, 진짜(true)와 되풀이되는 만남(loop)을 섞어 만들었다.

그런데, 박수만 대표가 츄룹에 기대하는 것은 AI 비서를 넘어선다. 약속을 잡고 식당 예약을 하는 ‘귀찮은 노동’을 대신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셜미디어, ‘AI 네이티브 소셜 앱’으로 츄룹을 키우겠다는 야심을 녹였다.

모임이 성사되면 일회성 단톡방이 츄룹 앤 안에 만들어진다. 모임 구성원이 찍은 사진을 이 방에 한번에 모을 수 있다. AI 기능을 통해서 사진을 꾸미거나, 포스터로 만들 수 있다.

모임 구성원이 당일 찍은 사진을 한 공간에 모으고, AI가 사진 중 잘 나온 것을 추려서 하나의 앨범으로 만든다. 그리고 각 앨범의 표지 모델은 각자 ‘나’로 설정할 수 있다. 우리의 추억을 공유하는 앨범이 생기는데, 이 앨범에서 만큼은 주인공이 ‘나’다. 앨범이 쌓이면 그대로 “내(가 주인공으로 나 스스로는 기억할 수 있는) 모임의  역사’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 사진이 가식 같다”고 느낀다면, 츄룹에 올라오는 앨범은 나와 내 모임원이 공유할 수 있는 “진짜”라는 게 박수만 대표의 설명이다.

츄룹은 어떻게 기획되어 세상에 나왔을까. 그리고, “이걸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와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아래는 박수만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당신은 왜 네이버를 나왔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새로운 서비스로  다시 도전했다

‘내 비서가 해주듯, AI가 다 해주겠다’고 느낀 게 거의 1년 반 정도 됐다. 챗GPT 3.5가 나오면서, (츄릅같은 앱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 (사람인) 비서가 미팅 일정을 조율해주듯, AI 비서가 친구들끼리 만남 조율을 해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나중엔 이 모임 약속 공간에서 사진을 다 정리하고 각자의 앨범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추가하면서 츄룹의 콘셉트를 완성했다.

왜 또 소셜인가

히트작이 나올 수 있는 장르라는 이유가 제일 크다. 한국에서도 1000만명 이상  쓰는 앱이 아니면 별로 관심을 못 받지 않나. 소셜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비스로 키우기 좋다고 본다.

내가 사람들을 만나 같이 밥먹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앱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재미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네이버밴드는 이제 나이가 좀 많은 분들이 주로 쓰는데, 내 주변 나이때 사람들보다는 1995년에서 2000년 생 사이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소셜앱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을 기준으로 10년을 되돌아보면, 당근 외에는 새롭게 나온 소셜 서비스가 잘 눈에 띄지 않기도 하다. 새로운 도전이 그간 별로 안 나왔는데,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박수만 대표가 창업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아니 네이버에서 왜 나왔다고 하더냐”고들 묻더라. 사실 나도 그게 제일 궁금했고

네이버에선 지난해 12월 말에 나왔다. 네이버 나우를 한창 재미있게 했는데, 그러면서도 머릿속에 ‘AI’라는 화두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모바일로의 전환(미투데이에서 네이버 밴드로)은 내가 어쨌든 해봤는데, 그리고 나서 이후로는 똑 같은 일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AI로 뭐 좀 해봐야 하는데’라는 스트레스를 가진 지 2년이 됐고, ‘AI 비서로 뭘 해볼 수 있겠다, 모바일에서 AI로 바뀌는 환경에서 내가 뭔갈 남기고 싶다’라고 생각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그 시도를 네이버 안에서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네이버 안에는 이미 AI 조직이 있지 않나. 그런데 (큰 조직에서) 나와서 젊은 친구들과 모여 이렇게 제품을 만들다 보니까 기존과는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 달라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은 한다.

물론, 당장 받는 돈(월급, 보상)은 비교가 안 되지만, 그것보다는 내 시간을 투자하면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뿌듯함이 크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은 것을 고루 경험해볼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사업 기획을 하는 친구를 IR 현장에 데려가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 친구가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도 하고(웃음).

젊은 친구들이 많겠다.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되나

2001년생부터 나까지, 다양하게 있다. 아직 조직원이 많지 않은데 웬만큼 매출이 나오더라도, 20명이 안 넘는 회사가 되도록 해보고 싶다. 지금 우리 개발팀 친구들이 너무 좋다. 보통의 개발자들이 코드를 하루에 많이 짜면 500줄을 짜는데,  지금 우리팀 개발자들은 일주일만에 1만줄 이상 짠다. 대부분의 기능을 거의 100% 클로드 코드(코드를 자동으로 짜주는 AI 도구)가 짜게끔 하니까 같은 시간 내에 몇 배의 일을 하는 것 같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게 다 올해의 일이다. 작년에는 AI 기술 수준이 이만큼 안 올라와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우리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아니지 않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이렇게 (작은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규모가 작으니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어서 생산성 측면에서도 좋다. 이런 게 요즘 (조직)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행위”

왜 ‘모임’이고 ‘약속’인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 같은 행위 아닌가. 그런데, 그 만남을 만들고 약속을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의도를 갖고 총대를 매야 조정이 일어난다. 그리고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모두가 되는 일정을 맞추는 데는 거의 사흘은 걸리는 것 같다.

언제 되느냐 물으려고 해도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간은 피해야 하고, 누가 되는 날엔 내가 안 되기도 하고, 모두가 있는 방에서 “나는 안 돼” 말하기 부담스러워서 안 읽은 척 피하다 나중에 답하기도 하고. 언제 되는지 투표하고, 사진 찍은거 각자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이런 것들이 좋아야 하는 모임을 괴롭게 하더라. 나중에는 단톡방에서 어떻게 하면 티 안나게 조용히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을 겪어서 공감이 간다. 약속을 조율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렇다. 일반인들이 뭐 그렇게 바쁘다고 일정 조율해 주는 비서가 필요하느냐고 하는데, 관계에 대한 부담이 있다. 일 대 일로 대화하는 개인 AI 비서가 커뮤니케이션을 대신 해줄 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AI 비서가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네다섯명 사이에서 약속을 조율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런  거를 지금의 AI가 능력이 안 돼서 못할리도 없다고 본다. 츄룹의 AI 비서에게 “누구랑 약속을 잡아줘”라고 하면,  이 비서가 상대편에게 일 대 일로 말을 걸어서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모임원들과의 약속을 잡아준다. 약속이 성사되고 나면 츄룹 안에 모임방이 하나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서로 사진도 공유하고, 다음 약속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잘 안 올린다. 요즘엔 그냥 인스타  스토리에 하나 정도 올리는 것 외에는, 모임에서 먹고 놀고 한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근거가 있나?

마크  저커버그의 발표 중에 인스타에서 친구의  사진을 보는 비중이 2년 단위로 17%에서 11%로, 다시 7%로 크게 줄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럼 또 다시 2년 후에는  얼마나 줄어들겠나?

왜 그렇다고 보나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틱톡의 성공 이후 인스타그램이 ‘릴스’를 크게 밀었고, 성공했다. 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늘면서 자연스레 친구의  포스팅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사진을 안 올리면서 이런 경향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도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들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더 이상 사진을 잘 올리지 않게 된다”고 말하더라.

그런다고 이 친구들이 사진을 안 찍느냐.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찍는다. 한  번 모이면 서른장, 마흔장씩 찍는다. 그리고는 사진을  에어드롭으로 나눠 갖고, 그중 서로 잘 나온 사진을 골라 갖는다. 그리고 인스타 스토리엔 올리지만 더 이상 포스팅을 하진 않는다. 이 영역이 나는 기회라고 봤다.

거기서 포착한 기회가 무엇인가

편하게 모임 하는 사람끼리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앱이다. 빠르고 편리하게, 우리끼리만. 우리끼리 모임에서 찍은 사진을 AI 로 정리하고 ‘나’가 중심이 되는 앨범으로 만들고, 이 사진들을 우리끼리 공유하는.

이게 1단계 네트워크의  확장이고, 그  다음 단계로 유저들이 많아지고 사진 앨범 같은 것이 쌓이면 타인(지인)에게도 이  앨범을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아, 얘는 이런 델 갔네 나도 저기 가봐야지”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지막에는 몇백만명이 볼만한 빅셀럽의 앨범도 공개하는 거다. BTS가 저녁 먹은 모습 같은 것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공유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유에서 ‘나’에 대한 집중으로

그간의 소셜 서비스가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츄룹은 ‘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초개인화’라는 말이 마음에  들더라. 츄룹도 초개인화의  일환 같다. 모임 내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완결되어 모이지만, 나한테 보여질때는 내가 중심이 되도록 했다. 모임의 막내는 내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내 사진을  표지로 쓰기 어렵지 않나. (모임 구성원의) 공유 앨범이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또, 에피소드가 있다.

무엇인가?

처음에는 모임의 커버 사진은 당연히 단체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체 사진 없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직원이 묻더라. “AI로 만들면 되지, 각자 잘 나온 사진을 하나로 만들어서”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회의 시간에 멤버가 “그게 아닌 것 같다. 각자 표지가 되면 어떨까요?”라는 얘기를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못들어본 얘기였다. 너무 좋았다. 공유 앨범이지만 각자가 표지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그게 되게 마음에 들었다.

보다 보니까 여행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과정에서 예약할 일도 많고, 또 먹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식당 예약을 통한 수수료보단 숙소의 수수료는 훨씬 많기도 하고. 유저들이 쌓이면 예약이 많이 생길 터고, 예약을 많이 만들어내는 곳이 ‘갑’이 되는 거니까, 우선은 모임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여행, 레저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기능이 없는데, 나중에는 ‘만남’의 현재와 관련한 기능도 넣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지금 배민에서 음식을 시키면 ’32분 후 도착’ 이런 것이 뜨지 않나? 마찬가지로, 앱 안에서 ‘누구 도착’ 이라든가, ‘누구 10분 늦음’ 이런 것도 알려주고. 또 모여서 퀴즈를 한다거나, 등으로 유저들에게 뭘 제공하면 좋을까의 관점에서 로드맵을 짜가려 한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 창업을 한다는 것

지금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정식 출시를 오늘(인터뷰 당일인 8월 27일) 했다. 그래서 초기에 들어오는 유저들이 안착하는 지표를 만드는 것, 그게 첫 번째 과제일 것 같다. 처음 들어온 유저들이 8주 후에 얼마만큼 살아남는지 보는 거다. 밴드 때도, 비트 때도 해봤던 거라, 이걸 해낸다면 엄청 든든하게 운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간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지금에 와서 어떤 도움이 되나. 그런 경험들이 든든한 배경이 되는지, 아니면 부담이 되는지 궁금하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남은 것 같다. 핵심 성장 지표라는 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걸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 지금도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를 잘 아는 분들이 ‘가설과 전제, 설계를 잘 만들고 가지 않을까’하는 신뢰를 한다. 그런 것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에 의한 신뢰를 쌓았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하고, 어느정도 퀄리티를 만들어 시장에 가져오는 것에 대한 의심은 없다. 약속한 시간에 결과물을 가져오고,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다시 잡아갈 수 있다고 믿어주는 분들이 있고.

지금까지 커리어가 좋지 않았나. 그런데 다시 창업을 한다는 것이 무섭진 않았나. 이거 했다가 망하면 어떡해,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도 같은데

무서운 거야 매일 무섭다. 그런데 그건 비트를 시작할 때가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마흔을 조금 넘겼을 때인데, ‘이 나이에 창업한다고?’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심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런 생각이 훨씬 덜하다.

지금은 망해도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당시에 나이 42세가 얼마나 젊은 거였는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내 나이가 물론 많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마흔살에 봤던 55세와 지금의 55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지금의 40세가 55세가 될 때는 지금보다 더 에너지틱 할 것 같고. 내가 나이와 상관없이, 이 연세에도 불구하고(웃음),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장성이 있을 것 같다. 비전은 어디까지 보고 있나?

아까 말한 것처럼 네트워크 관점에서의 확장이 있다. 그리고, 식당을 넘어서 레저나 여행 등으로의 확장도 있다. 이정도만 해도 지금은 아주 크게 느껴진다.

5월에 미국 법인을 만들어 놓았다. 1억명이 쓰는 서비스로 만들려면 미국 유저를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회사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네이버 밴드가 7개월 만에 1000만명이 가입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이건 진짜 너무 끝내준다’고 말했었는데, 그래도 국내 시장에선 최대 한계가 3000만이라는 이 있다. 우리는 1억명이 넘을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서 해보자고 생각했다. 일단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가 지원되게 앱을 만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김형일 전 웹툰 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미국 총괄 대표를 CBO(최고 비즈니스 책임자)로 영입했나

그렇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콘텐츠만 있었던  웹툰을 가지고 미국에 가서 시장을 개발했다. 작가와 파트너도 개발했고. 그 경험이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츄룹의 경우 콘텐츠는 아니고, 어느 이용자에 전달이 되어야 이 앱이 퍼져 나가느냐를 발견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것을 형일님이 잘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