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논란으로 본 스톡옵션, ‘차액 보상형’이 뭐야?
인사관리(HR) 스타트업 플렉스가 ‘스톡옵션’ 문제로 퇴사자와 분쟁을 빚고 있다. 퇴사직원이 행사하려 한 스톡옵션을 사측이 ‘차액보상형’으로 처리하면서 시가를 0원으로 평가, 결과적으로 퇴사자들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돼버린 상황이 벌어져서다.
사건 요약
플렉스에 내용증명을 보낸 퇴사자 A씨. 2022년 10월 연봉의 50%를 줄이는 대신 액면가 100원에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고, 2024년 10월 이후 퇴사하면서 스톡옵션의 절반을 행사할 권리가 생겼다. A씨 측에 따르면, 스톡옵션 행사를 요구했으나 사측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니, 정기 주주총회까지 기다려 보라”고 통보가 왔다. 주총이 지난 이후 A씨가 사측에 연락, 다시 스톡옵션 행사를 요청하니 “이사회에서 차액보상형으로 결의했고,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시가를 산정하니 0원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0원으로 보상하는 걸로 스톡옵셩 행사를 해드린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생소한 ‘차액보상형’과 ‘보충적 평가방법’
스톡옵션은 당장 현금이 많지 않아 연봉을 크게 줄 수 없는 스타트업이 주로 쓰는 인재 영입의 수단이다. 플렉스에서 벌어진 이번 분쟁은 구직자들이 취업할 때 ‘스톡옵션’을 어떻게 받기로 했는지,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먼저, 스톡옵션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행사할 수 있다. 먼저, 임직원이 약속된 현금을 내고 주식을 받는 ‘주식결제형’이다. 행사가가 100원이면, 현재의 주가가 더 높더라도 100원에 회사의 주식(신주)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흔히들 생각하는 스톡옵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 변호사는 “스타트업의 경우 비상장 회사라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식결제형을 선택하지, 차액보상형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플렉스가 퇴사자 A 씨에 대해 선택한 방식은 차액보상형이다. 행사시점의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이 만큼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회사가 현 시점의 주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 상장사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가가 투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계산이 쉽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주가는 시장에서 정확히 정해지기 어렵다.
플렉스는 시가 산정을 위해 ‘보충적 평가방식’을 택했다. 비상장 기업 등 시가가 없는 자산을 평가하거나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기 어려울 경우 사용하는 형태인데, 이때는 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른 기준을 활용하거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한다.
플렉스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들어 회사의 시가를 0원으로 평가했다. 회사가 자산이 없고,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그렇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통상 스타트업이 초기에 영업익을 보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다. 플렉스가 중소벤처기업 벤처확인시스템에 공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회사는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플렉스가 영업손실을 본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논란은 있다. 플렉스는 지난 6월 주당 15만208원으로 계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5000억원으로 ‘예비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회사의 자산가치가 과연 0원일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퇴사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임팩터스 이성필 변호사는 “A씨는 사측으로부터 ‘계약서 상에 차액보상을 택할지, 신주고부를 할지는 근로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선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제일 유리한 걸 선택한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면서 “대기업에서 근무할 만큼 역량 있는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약속받고 회사에서 근무했고, 기간을 채워 일했음에도 꼼수를 부려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차액보상을 시행할 때 보충적 평가방법으로는 시가가 매우 적은데 투자를 받았을 때의 시가는 매우 커지는 차이를 인정, 보충적 평가방법을 보완하는 다른 여러 시장 가치 평가 방안들도 쓸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공정한 가액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도 말했다.
차액보상형 외에 플렉스에서 일어난 갈등
퇴사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더 있다. 퇴사자와 재직자 간 차별이다. 퇴사자들은 “재직중인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신주를 발행해서 주는데, 퇴사자들에게만 차액보상형으로 지급해 실질적으로 보상을 아예 안 하는 차별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즉, 회사가 퇴사한 직원들에 대해 보복성으로 스톡옵션 보상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A씨 외에도 플렉스로부터 제대로 된 스톡옵션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들은 더 있다. 그중에는 경쟁사로 이직하는 행위로 스톡옵션이 무효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이도 있다. 이성필 변호사는 “플렉스가 경쟁사의 범위를 너무 넓게 보고 있다. SaaS 기업을 모두 경쟁사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플렉스 측에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첫 보도(머니투데이)가 나간 이후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플렉스 측은 “보도 이후 최초로 자사에 컨택하여 자사의 입장에 주목하신 한 곳 외에는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