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쿼바디스 한국 AI] 한재권 한양대 교수 “소버린 AI, 기술력 아닌 의지의 문제”

바이라인네트워크 기획, <한국 AI의 길을 묻다> 인터뷰 시리즈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⑪ 한재권 한양대 교수(에이로봇 CTO)
인터뷰 시리즈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⑨ 신정환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좀 착각을 많이들 하시는데, 이거(AI)는 투자하면 그만큼 나오는 영역이에요. 지금은 투자를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앞서가는 걸 보고 ‘우리가 되겠어?’ 이러고 있는 거거든요.”

“소버린 AI에서 그치면 안 되고요. 우리가 일단은 지키고 방어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AI에 집중하는 거 응원하고요. 그 AI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로봇으로 꽃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이제는 빨리 뛰어야 할 때죠.”

한재권 한양대 교수(에이로봇 CTO)는 현 정부가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인터넷 초창기 정부가 전국에 초고속망을 깔아준 과감한 결정을 예로 들며, 지금 한국이 직면한 AI 격차 또한 대규모 국가적 투자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적 생존과 직결된 기반 산업으로 규정한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 망이 필요했듯,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와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민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겉으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DARPA 같은 국가 기관의 기획과 투자가 뒷받침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에 대해 “국가적 방어 개념”이라며 “우리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지 못하면 안보 등 핵심 영역에서 해외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소버린 AI를 토대로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로 확장해야 부가가치와 산업적 성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AI가 컴퓨터 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몸을 얻어 현실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로봇이고, 제조업 국가인 한국에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길입니다.” 

현 정부가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봅니다. 2020년대 들어선 이후 혁명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해서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산업 구조 전반의 개편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자칫 실기하는 거 아닌가라는 두려움까지 느끼는 상황이었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뭔가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여서 다행입니다. 이제 빨리 격차를 줄여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빨리 뛰어야 되는 때죠.

AI가 중요하다, 이런 인식은 이전 정부에서도 쭉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전전 정부에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있었고, 전 정부도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이런 거 만들었었는데요. 그런 것들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고 보시나요?

네. 역량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처음 나오던 시기와 비슷해요. 아니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기존 산업은 바뀔 거예요. 그냥 하던 거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국가적 역량을 지금 집중시켜야 해요. 인터넷 시대에 정부가 나서서 초고속인터넷 깔았듯이 데이터센터도 짓고 인력도 양성하고 새로운 기업에 인센티브도 주고… 다각적인 일들이 벌어져야 돼요. 인터넷 초기에 막 투자 붐이 일고 이랬잖아요. 거품이 있을지언정,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건데, 지금은 그 정도의 느낌은 없어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사회적인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행동들을 했는가? 안 했죠. 

변혁을 일으킬 정도로 시도한 건 아니다

그냥 생색만 냈다는 정도죠. 안 한 것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닌, 생색내기 정도.

인터넷 초기와 비교를 하면 그때는 정부의 의지 문제였던 거 같거든요. 초고속인터넷 기술을 우리가 새로 만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과감하게 투자해서 전국에 망을 깐 거잖아요. 그거는 의지와 돈으로 가능했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당시와 같은 전략으로 돈과 의지를 넣으면 가능한 건가요?

네, 맞습니다. 똑같다고 보고 있어요.

의지와 돈이 있으면 가능하다고요? 기술력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좀 착각을 많이들 하시는데, 이거(AI)는 투자하면 그만큼 나오는 영역이에요. 지금은 투자를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앞서가는 걸 보고 ‘우리가 되겠어?’ 이러고 있는 거거든요.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준조차 안 되는 작은 투자, 미미한 투자로 어마어마한 결과를 계속 만들어내 왔어요. 

인터넷 초창기와 비슷한 게 뭐냐면 당시에는 인터넷망이 필요했어요. 기업이나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죠. 그걸 정부가 해준 거죠. 그런 걸 다시 한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망이 필요했듯이 AI가 잘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해요. 개인이나 기업이 할 수 없는 규모가 됐어요. 몇몇 대기업이 데이터센터 짓기도 했지만, 그거 갖고는 택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전 정부들이 했다고 하는 건 생색내기라는 느낌이라는 거예요. 경부고속도로 깔듯이, 초고속 인터넷망 깔듯이 과감하게 막대하게 투자하면 결과는 그만큼 나옵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못 합니다. 그냥 데이터센터 하나 짓는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문제,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발전까지 종합적으로 기획해서 끌고 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못 합니다.

미국은 기업이 하는데 우리는 왜 국민의 혈세로 하야 하나, 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도 정부가 합니다. 정부가 뒤에 숨어서 안 보일 뿐이에요. 정부가 간접적으로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기업들이 놀고 있는 거지, 기업들이 스스로 기획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성 산하 기관에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서 기획하는 게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이 모든 판은 모두 DARPA의 기획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미 국방성의 기획이에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산업을 일으키는 어떤 공식 같은 거예요. 이건 안 보이고 앞에 있는 기업들만 보이니까 기업들이 다 한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일단 오픈 AI만 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의 거대 자본을 활용해서 이루어 놓은 결과로 보이는데요. 이 뒤에도 DARPA가 있는 건가요?

DARPA도 있고 NRL(미국 해군 연구소)도 있고, 여러 가지 국가 기관이 뒤에서 기반을 깔아주는 겁니다.

이들이 일단 ‘이런 거 해볼까’하고 마중물을 넣어요. AI 같은 기술도 연구자들이 알아서 만든 게 아니고, 이런 곳에서 연구자금 받아서 시작한 거예요. 기획하는 조직이 있고 그 기획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붙는 거죠. 연구자를 키워주고 거기서 나온 기술과 인력들이 기업으로 가도록 하는 거죠. 정부와 기업의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한데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DARPA처럼 기획과 초기 연구를 리딩하는 게 아니라 수십, 수백 조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투자거든요

이 부분도 할 말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정부한테 요구하는 이 부분(막대한 인프라 투자)은 미국 같은 경우는 국민이 해요. 

국민 전체가 한다는 건 어떤 의미죠?

미국 국부의 70%, 즉 3분의 2는 주식에 들어가 있어요.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주식에다 넣어주는 거죠. 기업들은 그 투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국부를 다 땅(부동산)에 넣고 있어요. 땅은 뭔가를 만들어 내지 않아요. 그냥 가만히 있죠.

미국 같은 경우는 그 주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일으켜서 기업 활동을 하죠. 그 돈이 GPU를 살 수 있는 돈이 돼요. 빅테크 2개~3개 정도가 일으키는 투자금의 액수가 우리나라 예산에 맞먹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안 돼서 국가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자본력을 갖고 있는 곳은 국가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국가적으로 다 힘을 모아서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결국 세금이든 주식이든 국가의 부를 이용해 한다는 건 같다는 거군요

네. 국가적인 역량을 총 집중해야 되는 게 맞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주식으로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국가적인 역량을 세금의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럼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이런 움직임에는 동의하시겠네요?

네, 다만 소버린 AI에서 그치면 안 되고요. 우리가 일단은 지키고 방어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들이 우리를 침공해 들어오고 있으니까 일단 방어를 하고 수성을 한 다음에 공세를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일단 방어가 먼저입니다. 그런 방어를 ‘소버린 AI’라고 표현을 하는 거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소버린 AI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일단은 우리 것, 우리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는 겁니다. 기초가 되는 모델 없이 어디로든 뻗어 나가기가 힘듭니다. 기초가 되는 모델을 바탕으로 조미료를 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죠. 파운데이션 모델은 요리로 치면 쌀 같은 식재료예요. 쌀 같은 걸 만들자는 거죠. 그 쌀로 비빔밥을 만들든, 볶음밥을 만들든, 쌀과자들 만들든 할 수가 있겠죠. 소버린 AI 핵심은 이런 근본적인 자원부터 만들어내자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이걸 바탕으로 여러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기대하는 거죠.

오픈소스 등 남이 만든 걸 가져다 해도 되지 않나요?

됩니다. 지금도 많은 AI 기업이 메타의 라마(Llama)에 덧붙여서 하고 있죠.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파운데이션 모델을 우리가 만들 재간이 없으니까, 결국에는 AI 서비스를 하려면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갖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이걸 타개해 보자는 거죠. 외부의 것을 갖다 쓰는 게 효율적인 영역이 있을 수 있고, 그 정도로 해도 서비스를 해도 충분하다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생명줄과 연관된 부분에까지 의존할 위험성이 있다는 거예요. AI는 스며드는 기술이에요. 곳곳에 스며들기 마련인데, 그 안에 뭐가 있을지 몰라요. 데이터가 그냥 줄줄 빠져나가는 백도어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기술이기도 하거든요.

의료처럼 개인 정보가 민감한 분야, 안보나 국방처럼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믿을 수 있는 AI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지키는 개념, 방어부터 해야 하는 거죠.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국가냐 아니냐에 따라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되느냐 안 되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겁니다.

소프트웨어 운영 체제 이런 것도 모든 시스템의 근간이잖아요. 우리나라도 시스템의 근간인 운영체제를 보유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많았어요. 무기체계나 국방시스템에 외산 운영체제 쓰면 백도어로 정보 빠져나가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 보면 우리 무기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어요. 그렇다면 AI도 괜찮지 않아?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AI도 리눅스 같은 정신이 있으면 좋겠어요. 리눅스는 굉장히 투명해요. 모든 개발자 연구자들이 다 같이 감시하면서 투명하게 만들어 놓았죠. 리눅스는 수만 명이 업데이트를 하면서 같이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낸 OS예요. 그런 게 있으면 저도 마음 편안하게 소버린 AI 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AI 중에는 리눅스 같은 정신으로 만들어낸 AI가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다르고 위기다,라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만약에 진짜 투명한 AI가 존재했다면 저는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일부 소버린 AI 회의론자들은 “빅테크는 이미 수백조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되겠냐, 파운데이션 모델은 늦었고 산업별 솔루션 같은 걸 제대로 만드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버티컬 분야, 우리가 제일 잘 하는 부분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갖자는 주장은 동의할 만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런 의견의 기저에는 뭔가 ‘사대주의’적이거나 ‘패배 의식’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우리는 안 될 거야, 미국이나 중국 같은 거대한 자본과 거대한 국력이 있는 나라만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런 면이 있죠

저는 거꾸로 묻고 싶어요. 된다면 어쩔 건데?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어쩔 건데? 할 수 있음에도 안 한 거라면 어쩔 건데? 라는 거죠.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라고 결정을 내버리나요?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다른 나라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떤 나라들은 ‘건강하게나 살자’ 이런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럴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일을 해왔잖아요. 자동차도 만들고, 반도체도 만들고, 휴대폰 스마트폰도 만들고, 배도 만들고, 남들 못하는 거 다 하고 있는 이런 나라에서, 선배들은 불가능한 걸 가능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인데, 왜 우리 세대에 와서는 우리는 안 된다고 그러냐고요.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사대주의나 패배주의 아니면 설명이 안 됩니다. 본인이 못한다고 남들도 못하나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데요.

워낙 큰돈이 들긴 하잖아요.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의 20% 가까이 들어가는데

그 돈으로 딴 거 하자고 말할 정도의 파괴력이 아닙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파괴력은 진짜 경부고속도로에 맞먹을 겁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할 때도 필요 없다고 반대 많았다면서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이걸 안 하고 다른 거 하자는 건은 경부고속도로 하지 말고 농업에 투자하자고 하는 거랑 비슷해요. 심지어 우리는 할 줄 알고, 이미 시작했어요. 이제는 응원을 해줘야 할 때입니다. 

정부 과제로 진행되는 국가대표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시나요? 비판적인 시각도 좀 있더라고

이 과제는 옛날에 하던 방식이 전혀 아닙니다. 이전의 R&D 과제는 정부 지원금 얼마, 민간부담금 얼마 해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정부가 과제로 기업 연명시켜 준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건 전혀 그런 방식이 아니고, 참여사들이 핫 플레이어들이에요. 세계 랭킹 20위 안에 오르는 기업들이죠. 그들이 현금으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데 지금 하겠다고 손들고 사활을 걸고 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GPU만 주겠다. 심지어 귀속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얼마 동안 쓰게 해줄 테니 해볼래? 하는데 하겠다고 나서서 경쟁하는 겁니다. 그들에게 응원을 해줘야 할 때죠.

소버린 AI를 만든다는 건, 그런 회사에 더 많은 GPU를 주는 일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렇죠. 지금은 축구를 하고 싶은데 동네 야산밖에 없는 느낌이거든요. 동네 축구장이라도 만들어줘야 된다고요. 그 축구장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거기서 실력을 키워라, 그면 나중에는 세계대회 나가서 경기할 수 있겠죠. 지금은 그런 느낌이라고 봐주세요.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어쩌면 사실입니다. 국부가 엔비디아로 나갈 수밖에 없죠. 지금은 엔비디아에 구걸이라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그럴 거냐?’ 라는 질문을 해야겠죠. 언제까지 우리가 엔비디아에 손 벌리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나요. 그러면 또 ‘우리가 어떻게 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데 하는 사람이 있어요. 지금 반도체 스타트업 중에 주목받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이런 데 보면 성능 좋아요. 할 만해요. 그런 데를 좀 주목해 줘야죠.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로 100% 도배를 하지 말고, 엔비디아도 쓰고 우리 스타트업도 일부 넣는 식으로 효율적인 전략을 짤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엔비디아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게 아니게 만들어야죠. 전략적으로 키워줘야 합니다.

물론 정부가 나서면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긴 해요. 하지만 지금은 특혜고 뭐고, 비난을 무릅쓰고 갈 용기 있는 사람이 좀 필요해요. 국민적인 감시를 하면서 잘하면 응원하고 못하면 그때 가서 비난하고 해야 합니다. 물론 이미 성능이 괜찮아서 국내 스타트업 반도체 써도 뭐 그렇게 손해는 아닙니다.

로봇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로봇과 같은 물리적 세계의 AI를 ‘피지컬 AI’라고 하는데요. 피지컬 AI도 소버린 AI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요?

경부 고속도로 비유를 계속해 보면, 고속도로를 깔고 나면 뭐 해야 할까요? 부가가치를 만들어야죠. SOC(사회간접자본) 자체는 부가가치가 아니에요. 차를 만들어야죠.
소버린 AI를 만들면 이걸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지,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어서 수출을 할지, 소버린 AI로 국부를 어떻게 늘릴지 얘기해야죠. 그게 로봇입니다. AI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로봇입니다.

지금은 아직 AI가 컴퓨터 안에 갇혀 있는데, 스크린 밖으로 나오도록 만드는 게 로봇이에요. AI가 몸을 얻는 거죠. 물리적인 공간에서 일을 하고 부가가치를 만드는 거죠. 로봇은 AI가 진화된 하나의 형태에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통해 물류나 운송도 하고, 사람도 이동하면서 선순환 과정이 벌어지듯이 현실의 물리적 세계에서 AI(로봇)이 각종 서비스를 하고 무너져 가는 제조업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이런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고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거는 기본적으로 언어모델이잖아요. 말을 만드는 모델이 물리적 움직임을 관리하는 피지컬 AI와 직접적 관계가 있나요? 별도의 것은 아닌가요?

저희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Robot Foundation Model)이라는 말을 좀 써요. 지금은 만드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진화시켜서 로봇이 쓸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로 만드는 거죠. 

RFM도 내부 구조는 LLM과 같습니다. 입력과 출력을 하는 데이터의 종류가 다를 뿐,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같습니다. 언어모델에 다른 데이터를 넣고 다른 아웃풋을 나오게 한다면 다른 모델이 되는 거예요. 데이터의 입력과 출력만 다를 뿐 내부는 같습니다. 그래서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자동차예요. 자율자동차는 이미지를 입력으로 넣어줘요.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차가 보고 있는 장면은 입력입니다. 아웃풋은 액셀을 밟을지, 브레이크를 밟을지, 핸들을 꺾을지 결정하는 게 아웃풋이에요. 이런 건 LLM으로 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결국 어떤 입력을 만들고 어떤 출력을 만들지에 대한 싸움이에요. 그런데 언어 모델보다 피지컬 쪽이 더 까다로워요. 데이터가 단순하지 않잖아요. RFM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한 얘기가 좀 더 진화된 형태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입력은 비전(시각 정보)인 경우가 많아요. 카메라로 이렇게 주변 상황을 보는 거죠. 또 언어도 들어가요. 누군가가 명령을 말로 하는 거죠. “거기 물병 좀 집어줘”라고 명령을 하면 로봇은 물병을 잡아서 가져다주는 아웃풋을 해야 돼요. 

그래서 일단 파운데이션 모델(LLM)을 한 다음에 이걸 해야 된다, 이런 거군요. 그럼 교수님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하고 계신데, 지금 당장은 무슨 모델(RFM)을 이용하고 계신가요?

없어서 고생하고 있어요. 몇십 명 되는 스타트업이 그걸 RFM을 만들 능력은 없습니다. GPU도 한 장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저희는 하드웨어를 뚝딱뚝딱 만드는 거는 자신 있어요. 로봇 만들고 제어하는 건 자신이 있는데, AI가 자신이 없는 거예요. 너무나 방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죠. 그래서 좀 비관적으로 계속 사업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에 게임이 바뀌었어요. 2025년 1월 전까지는 AI 회사에 엄청 많이 요청했죠. “제발 (RFM) 좀 해주세요.” 여기저기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그분들도 제 코가 석 자라, 오픈 AI 따라가기도 벅차요. 그들에게 로봇은 너무나 먼 얘기죠.

근데 올해 초에 엔비디아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짜로 준다고 발표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엔비디아 솔루션을 좀 쓰고 있습니다.

그냥, 간단히 설치해서 이용만 하면 되는 거예요?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쓰기가 되게 까다롭고 데이터는 또 저희가 만들어내야 돼요. 기본만 준 거고 입출력은 AI를 잘 다루는 저희 같은 회사들이 해야 됩니다.
로봇과 AI를 잘 접목시키는 기술이 필요해요. 그런데 어쨌든 판을 깔아줘서 그 위에서 뛰고 있어요. 

그거 이용해 본 소감 한말씀 해주세요

지금 꽤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테슬라나 피규어AI에서나 하던 것들을 저희가 합니다. 다행인 거죠.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고, 두 번째는 두려워요. ‘종속되겠구나’ 그런 거죠. ‘완전히 코 꿰겠다, 언젠가는 벗어나야 된다’라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버린 AI가 잘 돼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RFM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소버린 RFM이 나오면 엔비디아 모델에서 교체는 가능한가요? 계속 의존하면 락인(Lock-In)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건 저희가 잘할 수 있어요. 저희 기술력입니다. 그건 자신 있어요.

우리나라 로봇 쪽 기술력은 세계적 기준으로 어느 수준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물어요. 미국이나 중국은 막 마라톤을 한다고 하고 복싱도 한다고 하는데, “게임 끝난 거 아니야”라고 물어요. 

그러면 역으로 질문을 합니다. “우리가 미국하고 중국에 뒤졌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말고 또 누가 있죠?”

이건 1등만 살아남는 게임이 아닌 것 같아요. 산업 규모가 너무 커서 1등만 살아남는 그런 곳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는 독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미국 일본 독일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있고 사람들 취향도 다 다르죠. 로봇 산업이 커진다면 미국 중국 로봇만 있을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도 로봇을 완성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국가 중의 하나가 된다면 국력의 수준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산업적인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지금 좀 미약하다고 해서 포기할 그럴 만한 산업이 아닙니다. 부지런히 따라가요. 우리가 또 따라가는 건 잘해요.

로봇은 대표 선수만 있는 게 아니고 생태계가 중요해요. 필요한 부품 종류만 수천 가지입니다. 이걸 어디서 조달할지 봐야 돼요.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는지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잘 돼 있어요.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부품들을 우리가 너무 잘 만들고 있어요. 우리만 몰라요. 세계 톱이에요.  

게다가 우리는 로봇을 쓸 수 있는 시장도 있어요. 우리는 제조업 국가거든요. 로봇은 공장에 많이 들어가는데 어디보다 공장이 많아요.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단위 인구당 로봇 수가 엄청 많더라고요

압도적인 1등입니다. 중국하고도 몇 배 차이 나요. 제조업 국가인데 인건비도 비싸니까 거기서 어떻게든 경쟁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의존했던 게 로봇이에요. 그러면 이제 이런 얘기를 해요. “지금 로봇 잘 돼 있으면 된 거 아니야?” 

지금 그 투입한 거는 진짜 조족지혈이에요. 지금 우리나라에 인구 만 명당 천 대의 로봇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인구 1만 명당 만 대는 돼야 될 거예요.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시장이고 어마어마하게 파급력이 있고 강력한 시장이라서 우리가 기회로 봐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하시는 건 휴머노이드 로봇이죠? 휴머노이드여야 되는 이유가 있나요?

네, 범용이라서요. 범용 로봇이 파급력이 셉니다. 범용성이라는 건 혁명하고 같은 동의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계는 특정 목적을 수행하려고 만들어요. 그런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는 기계가 나타나고 성공하게 되면 그냥 산업이 바뀌어버립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런 기기예요. 

스마트폰을 보세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죠. 그런데 전에 다 있는 기술이었어요. 따로따로 분산돼 있었죠. 그걸 다 합친 게 스마트폰이잖아요. 하나로 뭉쳐버리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사람들이 할 수가 있는 게 많아졌고,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죠. 

지금까지 로봇은 하나의 목적을 띠고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성이 없어요. 목적을 하나 수행하고 나면 일이 끝나요. 부가가치가 안 만들어져요. 

지금 성공한 로봇을 보면 공장의 로봇처럼 하루 종일 일하는 로봇이죠.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로봇만 살아남아요. 창고에서 쉬면 안 됩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일할 게 별로 없어요. 쉬면 ROI(투자대비성과)가 안 나와요. 

하나의 목적을 수행하고 끝났을 때 그냥 쉬지 않고 다른 걸 할 수 있다면 게임이 달라지는 거예요. 계속 일거리를 바꿔가면서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유튜브에서 보스톤 다이내믹스나 이런 영상을 보면 엄청나거든요. 로봇이 덤블링하고, 파쿠르하고… 로봇이 이제 정말 사람처럼 움직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그런가요?

뜀뛰고, 덤블링하고, 복싱하고 이런 게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일하는 게 필요해요.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손에 집중을 많이 해요. 실질적인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손을 어떻게 잘 만들지, 팔을 어떻게 잘 움직일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근데 이전 보스턴 다이내믹스 영상을 보면 손은 그냥 동그라미 고무를 달아놓고 덤블링하고 합니다. 지금은 보스턴 다이믹스도 좀 각성을 했는지 손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닐까 합니다. 테슬라는 몇만불짜리 로봇을 내놓겠다고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와서 파운데이션 모델 만들고 그다음 스텝으로 피지컬 AI까지 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아닐까요?

맞아요. 늦으면 실기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정말 핵심이죠. 그런데 순차적으로 하는 거 아니에요. 병렬형으로 하고 있어요. AI 하시는 분 중에서도 RFM 하겠다는 분들도 나타나고, AI 최고 권위자들도 팀으로 나뉘어서 너희들은 LLM, 우리는 RFM 하자, 이런 식으로 병렬로 가고 있어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완성되어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언제쯤이 될 것 같아요?

2030년은 넘지는 않을 것 같아요.

5년 이내에 된다?

네, 그땐 게임 다 끝날 겁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요. 이렇게 빨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상이 잘 안돼요. 5년 후엔 사람같이 생긴 로봇이 실제로 주변에서 돌아다닌다는 게…

2009년을 생각해 보죠. 스티브 잡스가 2007년에 아이폰을 들고나왔어요. 그땐 ‘저런 게 있구나. 미국에서는 잘 쓰고 쓰나 보네’ 했죠. 우리는 2010년에나 쓰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2015년엔 어떻게 됐죠? 이미 다 게임 끝났죠. 카카오 같은 회사는 시가총액이 어마어마해졌고요. 이런 상황이 다시 한번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봇을 하는 입장에서 정부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AI에 집중하는 거 응원하고요. 그 AI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로봇으로 꽃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AI는 기본이고 그 뒤 응용으로는 로봇이다, 라고 정리하면 되겠네요. 지금까지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