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웃는 네트워킹 ‘시스코, 아리스타, 브로드컴’
전세계적인 생성형 AI 인프라 구축 바람으로 엔비디아 GPU가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와중에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네트워킹 장비 공급업체가 톡톡히 수혜를 입고 있다.
올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출하량은 500만개 이상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GPU 기반의 생성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최소 3~5개의 스위치 포트가 필요하다. 스위치 공급사는 엔비디아 GPU가 팔릴 때마다 대량으로 솔루션을 공급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엔비디아 B200이나 GB200 GPU를 최대 규모 클러스터로 구축할 경우 8192개의 GPU를 묶어야 하는데, AI 네트워킹 인프라는 리프-스파인 아키텍처를 통해 최대 192개의 스위치를 요구한다. GPU 클러스터를 더 키우면 네트워킹 토폴로지가 3계층으로 늘어나 요구되는 스위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데이터 환경을 연결하는 스위치까지 포함하면 1만대 이상을 단일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
엔비디아 GPU 판매 증가로 시스코,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여기에 네트워킹 장비용 실리콘을 공급하는 브로드컴도 수혜주다.

시스코는 지난 13일 2025 회계연도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해당 기간동안 147억달러 매출, 순이익 28억달러(주당 0.7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각각 8%, 31% 증가한 것이다.
2025 회계연도 종합 실적은 연매출 567억달러, 연간 순이익 105억달러(주당 2.61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5%, 1% 증가했다.
시스코는 4분기에 서비스매출에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제품 매출이 10% 증가했다. 네트워킹 부문이 12%, 시큐리티 부문이 9%, 옵저버빌리티 부문이 4%, 협업 부문이 2% 늘었다.
AI 네트워킹 인프라가 시스코 제품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AI 인프라 매출이 연간 매출성장률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웹스케일 고객으로부터 AI 인프라 주문이 8억달러 이상이었고,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이 20억달러 이상이었다”며 “이는 2024 회계연도 4분기에 제시한 10억달러의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제품 구성을 보면 시스템 부문이 3분의2를 차지했고, 옵티컬 부문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구축에서 동축케이블과 옵티컬 연결의 혼용을 통해 트랜시버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척 로빈스 CEO는 “서비스 제공업체와 클라우드 고객의 제품 주문이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며 “웹스케일 주문이 세자릴수를 기록했고, 상위 6개 웹스케일 고객 중 4개사가 각각 세자릿수 주문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시장에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 주문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런 고객이 AI 시대에 맞춰 간단하고 확장가능하며 안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코에 기대를 걸면서 수억건의 파이프라인이 확대되고 있다”며 “소버린 AI 사업 기회가 2026 회계연도 하반기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AI 인프라 주력 제품은 넥서스 9000 시리즈와 시스코 8000 시리즈다. DPU를 탑재한 스마트 스위치도 있다.
하이엔드 제품인 시스코 넥서스 9000시리즈는 800G 포트를 제공한다. 넥서스 9300 스위치 제품군은 리프-스파인이나 톱오브랙(TOR)에서 하이퍼쉴드 보안 아키텍처도 함께 탑재했다. 시스코의 최신 칩인 실리콘원을 탑재한 시스코 8000 스위치는 클라우드 기반 오픈 네트워킹 소프트웨어(SONiC)를 실행한다. 시스코는 엔비디아와 협업해 엔비디아 스펙트럼-X 이더넷 네트워킹에 시스코 실리콘원을 제공하는 등 AI 인프라 통합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있다.

아리스타네트웍스도 AI 데이터센터 구축 바람 속에 AI 스위치 부문에서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리스타는 지난 5일 2025 회계연도 2분기동안 22억500만달러 매출, 8억8880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와 34% 증가한 것이다.
제이슈리 울랄 아리스타네트웍스 CEO는 “클라이언트에서 클라우드까지 데이터 기반 AI 네트워킹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고객은 아리스타의 최고 플랫폼으로 표준화를 단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리스타는 올해 성장률을 17%로 예상했지만, 이를 25%로 상향 조정해 87억5000만달러의 연매출을 목표로 했다. 아리스타는 2026년이면 연매출 1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목표 달성 시점을 2년 앞당긴 것이다.
울랄 CEO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분산 학습과 추론 사용 사례로 계속 확장되면서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융합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5년 AI 네트워킹 총 매출은 1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아리스타의 AI 네트워킹 주력 제품은 7060X6 시리즈, 7060X 시리즈 및 7388X5 시리즈, 7800R4 시리즈, 7700R4 시리즈 등이다.
아리스타는 울트라이더넷컨소시엄(UEC)의 AI 네트워킹용 이더넷 표준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울트라이더넷 기반의 아리스타 엘더링크에서 울트라이더넷 기반 제품을 제공해 엔비디아의 인피니밴드 시장도 잠식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인프라 네트워킹의 수혜를 더 근본적으로 얻어내려는 기업은 네트워킹 칩 생산업체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지난 5월 마감한 2025 회계연도 2분기에 15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200% 증가한 것이다. 특히 AI 관련 반도체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브로드컴의 2분기 칩 사업 매출은 84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6.7% 증가했다. 그중에서 AI 칩 매출은 46.7% 증가한 4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AI 칩은 스위치 ASIC, XPU ASIC 설계, 패키징, 셰퍼링 등을 포함한다. 브로드컴은 스위치 제조사에게 칩을 공급할 뿐 아니라 구글, 메타, 오픈AI, 애플, 바이트댄스 등의 맞춤형 스위치에도 반도체를 공급한다.
AI 네트워킹 매출은 전년보다 67.7% 증가해 1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제리코-3AI, 토마호크6 등의 스위치 ASIC이 이 사업의 주력이다.
이달 마감되는 3분기에 브로드컴은 158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네트워킹 칩은 2배 증가해 2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지난 4일 AI 네트워킹을 위한 차세대 ASIC 제리코4를 발표했다. 제리코4는 100km 떨어진 멀티 데이터센터의 GPU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을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스위치 및 패브릭 포트에서 51.2Tbps의 총 대역폭을 제공하며, 토마호크6나 울트라 가속기를 활용하면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제리코4는 하이퍼포트라 불리는 포트를 최대 8개까지 구성할 수 있는데, 하이퍼포트는 4개의 800기가비트이더넷(GbE) 링크로 단일 3.2Tbps 포트처럼 작동한다.
브로드컴에 따르면, 사용자는 제리코4를 최대 3만6000개의 하이퍼포트 구성으로 확장할 수 있고, 초당 115.2페타비트 속도로 2개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할 수 있다. 800Gbps의 GPU 14만4000개를 단일 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것과 맞먹는 대역폭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