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렌딧, 온투업 접나…대출 잔액 불과 427만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스타트업 렌딧이 사실상 온투업 사업을 중단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며 신규 대출을 중단한 뒤, 뚜렷한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렌딧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개인신용 연계대출 잔액은 427만원으로 집계됐다. 잔액은 2020년 192억원, 2021년 289억원, 2022년 252억원, 2023년 82억원, 2024년 9억9000만원으로 매년 급감해 왔다.

렌딧이 제공하는 상품 대부분은 개인 신용 연계 대출이다. 연계대출이란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와 연결해 주는 구조를 말한다.

연계대출 잔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신규 영업을 멈추고 기존 대출의 상환과 정리만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온투업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만큼, 사실상 사업 정리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정우 율성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올해 7월 말 기준 남은 연계대출 잔액 427만원에 법정 최고 이자율 20%를 적용해도 매출액은 85만원 수준에 그친다”며 “이를 감안하면 사업이 사실상 거의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렌딧은 인터넷은행 출범을 준비하는 동안은 신규 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대출과 투자는 계속 운영 중이지만, 신규 대출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다시 도전할 때까지 대출을 중단하는 전략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렌딧이 이끌었던 유뱅크컨소시엄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렌딧 측은 올해 하반기 안에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렌딧이 사실상 사업 방향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에는 렌딧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를 온투업 기업 에잇퍼센트의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렌딧이 온투업 사업 정리를 염두에 두고 고객 정보를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포인트 전환이나 소멸이 곧 사업 중단의 절차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사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공한 포인트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의 서비스로 전환해 주는 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렌딧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 준비 과정에서 신규 대출을 잠시 중단한 것일 뿐, 사업 방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인트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고객의 개인정보나 계정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