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미국 ‘지니어스법’ 통과 의미

미국 하원은 최근 ‘크립토 3법’으로 불리는 세 가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미국 스테이블 코인 국가 혁신 지침법(지니어스법)’, ‘가상자산 명확화 법안(클래리티 법안)’,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CBDC 법안)’이 포함됐다.

이번 법안 통과로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디지털 자산의 감독 주체를 명확히 한다. 또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 법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와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된다.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가 구축되면, 미국은 디지털 자산과 금융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니어스법은 지난달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최종 제정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상자산과 디지털자산 시장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변화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니어스법, 어떤 내용이 담겼나

지니어스법에는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의 정의, 이자 지급 금지, 규제기관 구조, 발행인 자격 조건 등이 담겼다.

우선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 코인(결제용)을 결제나 지급 수단으로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정의한다. 이 자산은 미리 정해진 금전적 가치(예시 1달러)에 따라 상환되거나 환매 또는 재매입이 가능해야 한다. 법정화폐, 예금, 증권은 스테이블 코인 범위에서 제외된다.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에는 보유나 사용에 따른 이자 지급이 금지된다. 이는 무허가 예금업을 방지하고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투자 상품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규제 기관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로 나뉜다. 각 주정부는 연방 지니어스법과 유사한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스테이블 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로부터 매년 연방 규제 충족 여부를 인증 받아야 한다. SCRC는 이번 법안으로 새롭게 구성된 기구다. 위원장은 미국 재무부 장관이 맡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함께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된 발행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부보(예금자 보호) 예금기관(은행, 신용조합 등)의 자회사 ▲연방정부가 인가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인(비부보 예금기관, 외국은행 미국 지점, 비은행 금융기관) ▲주정부 가 인가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인 등이다. 비금융기관, 즉 일반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SCRC의 만장일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지니어스법, 미국에 미칠 영향은

지니어스법으로 핀테크, 빅테크, 상거래 업체 등 비금융사 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권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처도 디지털자산 시장뿐 아니라 국내외 결제, 송금, 상거래 등 실물 경제 전반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소수의 대형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자본력과 브랜드, 기술력, 마케팅 역량을 갖춘 미국 대형 은행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자 지급이 금지된 만큼 결제 속도와 수수료, 인프라 품질, 브랜드 신뢰도, 네트워크 효과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대응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미국형과 비(非) 미국형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사업 중인 일부 외국 기업은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해야 할 수도 잇다. 반대로 미국 시장에 남으려면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미국 내 라이선스를 직접 확보하는 방식의 현지화 전략이 늘어날 전망이다.

클래리티 법안과 CBDC 법안도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 환경은 더욱 명확하고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은 디지털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과 글로벌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식 규제가 글로벌 표준으로 퍼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편, 유럽과 중국 등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위한 규제 조정이 검토될 전망이다.

지니어스법, 한국에 미칠 영향은

지니어스법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갖춘 나라와 상호 협정을 맺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지니어스법의 규제 체계를 참고해 스테이블 코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지니어스법을 참고하되 한국의 규제 환경을 고려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을 가상자산으로 분류할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분류할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금융사로 제한할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세 가지다.

우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정의와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업권별 진입 규제, 행위 규제, 발행과 유통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율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을 국가 통화 질서와 혁신 금융체계의 일부로 보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포괄적 법안이다.

김은혜 국민의 힘 의원은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 명확화, 이용자 보호, 지급 혁신 등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상자산 공개(ICO)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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