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여름 표고 맛 없다고요? 기술 쓰면 달라요”

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스마트팜’에 갖고 있는 환상이 있다. 센서와 장비만 넣으면 알아서 작물의 상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그 데이터를 통해 균질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면 하나부터 열까지, 해결 안 되는 일 투성이다. 일단 스마트팜을 구축하려면 돈이 든다. 어찌어찌 스마트팜을 위한 장비들을 갖췄다고 해도, 각 장비의 제조사마다 데이터를 개별 회사의 홈페이지나 API에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농가에서 인터넷 설치, 센서 설치, 센서 데이터 취합 장비 설치까지 다 따로 해야 한다면, 그거 비싸고 불편한 데다 어려워서 누가 쓰겠나.

꽤 많은 스마트팜 회사가 이런 문제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닥터애그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농가를 인수, 그간의 스마트팜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것을 하나씩 제거해보기로 했다. 10년 간, 맨땅에 헤딩하면서 표고버섯으로 자리잡아온 군자농원이 닥터애그의 일원이 됐다. 버섯은 환경 통제가 가능한 시설재배 작물이고, 단위 당 객단가가 좋은 편이며, 건강에 좋은 영양분 높은 음식으로 여겨진다. 버섯을 키우면서, 더 쉽게 스마트팜을 구현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낸다면, 여러 장비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 군데 뽑아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 솔루션을 다른 농가들에게도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농업도 현장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현장의 재배사와 경영진이 같은 정보를 듣고 의견을 나눠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계획하는지를 물었다. 화면 너머로 만난 이들의 이름은 김영일 닥터애그 CTO, 윤용식 군자농원 대표, 최세훈 닥터애그 스마트팜TF팀 차장이다.

닥터애그는?
버섯 종균 생산에서 배지 제조·재배·유통의 전 과정을 직접 통합 관리한다. 동시에 스마트팜 솔루션을 독자적으로 기획·개발·운영한다. 현재는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등 4가지 품종의 버섯을 재배하고 있으며, 향후 다루는 버섯의 종류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앵커에퀴티파트너스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왼쪽부터) 윤용식 군자농원 대표, 최세훈 닥터애그 스마트팜TF팀 차장, 김영일 닥터애그 CTO

일단, 닥터애그와 군자농원은 어떤 관계인가?

김영일 닥터애그 CTO(이하 김영일): 닥터애그는 지금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주주사다. 닥터애그가 표고 농장을 가진 군자농원을 인수했다. 군자농원이 가진 생산 시설의 확충이나 여건 개선 등에서 뜻이 맞았다. 이런 부분을 스마트팜으로 연결해보자고 했다. 군자농원에 공급되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닥터애그의 스마트 본부다.

윤용식 군자농원 대표이사(이하 윤용식): 군자농원을 만들어 운영하다 닥터애그에 합류했다. 2012년에 창업했을 때만 해도 연매출 3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규모가 작았다. 농업인 2세도 아니었는데, 운좋게 ‘표고’라는 작물을 만났고 10년 간 생산과 영업에 자신이 붙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그사이 스무번 정도는 “그만둘까” 고민했다(웃음).

CJ프레시웨이 같은 곳과 거래하면서 어느정도 규모가 올라오다보니, 생산단지를 좀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농업에는 국가의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 민간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진 않는다. “차라리 그돈으로 부동산을 사지”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런 때,운 좋게 프로젝트 제안이 왔다. 버섯에 자본을 투자해서 같이 크게 해보자는 프로포즈가 들어와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버섯 전문 회사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수많은 작물 중에 왜 버섯이었나

김영일: 기후 위기는 계속 찾아오기 때문에 환경 통재가 가능한 시설 재배를 택했다. 시설 재배 중에서도 고부가 가치 사업이 과연 몇 개나 존재하겠나. 이 관점에서 카테고리가 좀 좁혀졌다. 또, 사람들이 점점 더 건강을 생각하고 양질의 영양분을 원하고 있다. 시설재배에서는 단위 원가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엽채류는 킬로 그램당 객단가가 낮다. 그런 면에서 버섯을 주목했다.

버섯 재배를 위한 스마트팜은 어떻게 운영하나

윤용식: 예전에는 비닐하우스에 배지를 넣고 간단한 온도 제어만을 통해서 버섯들을 재배를 했다. 그러다보니 통제도 모바일 원격제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담당자가 농장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온도를 느껴 환경을 조절했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팜 구조에서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판넬 구조로 재배를 한다. 판넬 구조에 배지를 넣어놓고 온도, 습도, CO2 등의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버섯을 키운다. 이 얘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버섯 생산 레시피가 있다는 뜻이다. 온도, 습도, CO2 등을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유지해야 한다는 레시피를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데, 그 레시피를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정확하게 버섯에 주입 시켜 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레시피의 요소가 우리가 원하는 셋팅값을 벗어났을 경우, 농장에 있는 이에게 알람이 가 즉시 조치를 취하는, 적극적 형태로 환경을 제어하는 구조로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환경을 완벽히 통제하는 스마트팜에서 농작물의 상태나 생산량은 얼마나 개선이 되었나?

윤용식: 스마트팜을 도입, 테스트한지 반년 정도 됐다. 일반적으로 외부에 계시는 분들은 스마트팜을 도입 하면 생산성이 두배, 세배 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비용도 엄청나게 낮아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고. 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생산량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거다.

아직 테스트 기간이 짧아 구체적 수치를 말하기 살짝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품질 같은 경우, 특히 버섯은 (기존과 같은 비닐하우스 재배 시)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므로 사계절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 특히 습도에 민감하므로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팜을 통해 습도를 조절하므로 여름에도 봄이나 가을과 비슷한 상태의 품질이 나오고 있다.

생산성도, 과거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50% 이상의 추가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버섯을 잘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환경 데이터 확보가 되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환경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 했나

최세훈 닥터애그 스마트팜TF팀 차장(이하 최세훈): 버섯은 이전부터 설비 작물이었다. 따라서, 이미 구축되어 있는 설비도 있고 우리가 추가로 넣고자 하는 설비도 있다. 그 종류가 우리 회사만 해도 한 서너가지 정도 된다. 그런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프로토콜, 공통적인 하나의 시스템이 각각의 디바이스 장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끔 구성하는 데 가장 핵심을 뒀다.

환경 데이터 한 군데로 수집하기 위해 일단 아마존웹서비스(AWS)의 IoT 코어(IoT Core)를 썼다. 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각각의 장비를 업데이트 하고 개발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AWS 통해서 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가 정형화돼 우리 데이터베이스(DB)에 꽂히게끔 했다. 이 작업을 AWS랑 같이 해서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다. 전체 시스템을 모두 구현하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기술 환경을 구현했나?

최세훈: 예전부터 사용되어오던 ‘모드버스(Modbus, 제조공장 등에서 기계를 자동화하고 제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리얼 통신 프로토콜)’라는 장비 제어 프로토콜이 있다. 일단, 모드버스를 활용한 모든 장비는 우리가 제어하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구성했다.

추가적으로, AWS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부각되고 있는 통신 프로토콜 중에 ‘로라’가 있다. 저전력이라, 센서의 배터리 수명이 길다. 그 기간, 원하는 환경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AWS IoT 코어 포 로라웬(AWS IoT Core for LoRaWAN)이라는 서비스가 있어서 이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AI 기술도 활용하나?

최세훈: 아주 기본적인 챗봇을 만들었다. 제너럴한 AI 모델을 사용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기존 생육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넣어 AWS 베드록을 통해서 구축을 했다. 베드록으로 구축한 지식정보 베이스를 통해서 챗봇이 답변을 해주는 시스템까지는 구현을 해서 현장에서 테스트 중이다.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AI 기능들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레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든가, 아니면 재배를할 때 필요한 데이터와 지식을 조언한다든가 등이다.

가장 얘기 드리고 싶은 것은, 결국에는 이 모든 것들이 작물에 대한 데이터, 작물 운영에 대한 지식이 모두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라는 거다.  ‘현장에서 어떻게 키웠냐’ ‘왜 이렇게 키웠냐’ ‘어떻게 이런 환경을 설정했냐’ 이런 정보들이 다 구두로 되어 있어 비정형화된 데이터로만 우리가 알 수 있다. 그런 것을 정형화하고 데이터로 만들어 분석해 현장의 재배사부터 기업 경영자까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핵심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활용한 버섯 생육 진단 기술이 강점이라고 들었다.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와있나

최세훈: 현재는 범용적인 AI 모델을 활용해서 버섯 표면에 푸른색이 보이면 곰팡이 감염을 의심하는 등 단순 시각적 지표 판단에 사용되는 수준이다. 수확 후 생산된 버섯의 분류에는 이미지 기반 기술이 유의미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도입도 진행 중이다.

군자농원 말고 일반적으로 농가에서는 스마트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영일: 좀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여유가 없다. 모두가 원하지만 여유가 없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사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매일 작물을 보고 있기 어렵다. 그러니, 좀 더 편하게 잘 키울 수 있는 기술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아직 만족도가 있는 기술도 없는 데다, 비용이 비싸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의미가 없다. 다들 원하고 있지만 누가 해주길 바라는 그런 상태랄까.

돈과 시간과 검증의 문제다. 기후 환경 변화는 더 심해지니까 예전처럼 감으로 농사짓기도 어려워진다. 사람들도 스마트팜을 점점 원하고 있는데, (효용성이) 검증이 된 솔루션을 누군가 (값싸게) 보급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단계다.

외부 확산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나?

김영일: 아직 본격적인 기술 확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주력 사업인 배지 생산 및 판매 확대를 위해, 외부 농가와의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에 따른 기술 제공도 고려 중이다.

기술을 현장에 결합을 한다는 참 좋기는 한데 막상 현장에서는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겪은 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영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중에 하나는, 작물을 자주 보고 컴퓨터에 세심하게 기록하는 것을, 현장에서는 (추가된) ‘일’로 느끼는 거였다. 이전에는 감으로 조절해왔는데 지금은 기록하고 증거를 남겨야 하니까 감시 당하는 느낌도 들고, 그런 식으로 말이다. 괴리감이 살짝 존재하더라.

원래는 시험만 보면 되는데 오답노트까지 만들라는 것처럼?

김영일: 그런 괴리를 지금은 줄이고 있다. 표현을 간단하게, 기록 작업을 쉽게 하는 식으로. 자꾸 쉽게 바꿔서 현장에 가져가 뭐가 더 낫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현장쪽에서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런 작업들을 거치면서 서로 간의 괴리를 좁히고 있다.

최세훈: 우리가 만약 외부 솔루션을 썼고, 외부 업체를 통해 개발을 해왔다면 그렇게 하긴 어려웠을 거다. 왜냐면, 자꾸 써보고 피드백을 받아서 고치고 써보고를 반복해야 하니까. 내부적으로 개발팀이 있으니 UI, UX 파트에서 계속해서 현장에서 어려워하는 입력이나 데이터 확인의 편의성을 체크하고, 개선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윤용식: 지금 군자농원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품질과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하고 있다. 다음 스텝은 팽이, 새송이 외에 느타리 버섯에도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하려 한다.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버섯 생산 공정에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아울러, 지금까지 버섯의 품질과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환경 레시피를 만들어 왔는데, 이를 더욱 정밀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만든 스마트팜 기술을 외부에 확산시키는 일도 올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는 진행하려 한다.

최세훈: 현장의 판단력을 높일 수 있는 AI 기술과 데이터 분석툴을 지속해 만들어 나가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첫번째 생산 결과물이 다음 결과물에 영향을 주고, 또 이 결과물이 그 다음 생산물에 영향을 준다. 그렇게 데이터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작물 생산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 현장의 재배사부터 회사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경영진까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끊기지 않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흘러야 제품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이 부분도 지속해 나가는 걸 목표로 한다.

김영일: 문제는, 기대한 만큼 생산이 안 됐을 때다. 그때부터 생산적 측면에서 개선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기대치의 생산량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양질의 버섯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다른 농가에 우리 기술이 보급이 될 거라고 본다. 결국 이게 농업이 가야 하는 길 아니겠나. 농사도 결국 제조다. 결과물을 좋게 뽑아내지 못하면 결국엔 침체되고 시장이 흔들린다. 훌륭한 팀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서, 기후 변화와 같은 위기를 다 뛰어 넘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어 가려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