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도전하는 15개팀, 각 컨소시엄과 특징은?
우리나라 대표 AI 모델을 구축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모집이 지난 21일 끝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총 예산 2136억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낼 수 있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체 AI 모델 구축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등을 종합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선발된 정예팀은 ‘한국형 인공지능 모형(K-AI 모델)’ 혹은 ‘한국형 인공지능(K-AI) 기업’ 등의 명칭을 쓸 수 있다. 참여를 확정 지은 컨소시엄은 주관기관 가나다순으로 ▲네이버클라우드 ▲루닛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AI ▲업스테이지 ▲SKT ▲NC AI ▲LG AI연구원 ▲정션메드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파이온코퍼레이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총 15개팀이다.
과기정통부는 서면 평가를 통해 이달 말 15개팀에서 10개팀으로 압축하고, 발표 평가를 통해 오는 8월 초까지 최종 5개 정예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6개월마다 평가해 참여 팀을 하나씩 줄여 최종 2개팀을 선발한다.
국가적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K-AI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모두의 AI’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라 많은 기업이 뛰어들었다.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들은 전략 노출 등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거나, 사업 마감일에 자신 있게 구성한 컨소시엄을 공개하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한 곳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KT, 코난테크놀로지 등이다. 그밖에 컨소시엄 대다수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AI ▲업스테이지 ▲SKT ▲NC AI ▲정션메드 ▲카카오 ▲파이온코퍼레이션 ▲KAIST 등은 상세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는 몇몇 컨소시엄의 정보가 외부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모기업 모레를 비롯한 삼일회계법인, 서울대, KAIST 외에 기업 및 공공기관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AMD 기반으로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1020억 파라미터 규모 한국어 특화 고성능 LLM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모레 AI 사업부 핵심 인력을 주축으로 올해 2월 출범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AI 인프라 SW 기업인 모레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모티프테코놀로지스는 ‘모두를 위한 AI’를 비전으로, 누구나 쉽게 적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 있다.
KT는 이번 컨소시엄을 총 18개 기관으로 구성했다. 컨소시엄에는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학교 의료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외에 공개하지 않은 법률 기관, 로펌, 반도체 및 산업 AI 수요 기업 등이 포함됐다.
KT는 ‘한국적 AI’라는 철학을 담은 LLM 믿:음 2.0을 최근 공개했다.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사전 학습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한국적 독자 AI 모델로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저작권을 확보해 신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해당 모델은 믿:음 2.0 베이스(파라미터 115억)와 믿:음 2.0 미니(파라미터 23억)로 두 가지다.
솔트룩스는 지난 5월 LLM 루시아3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KT와 협력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학습과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솔트룩스는 루시아의 추론 특화 기술과 KT 서비스 인프라 결합으로 빠른 상용화와 사회적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 AI 데이터 구축 전문 기업인 크라우드웍스, 글로벌 AI 학습 플랫폼인 매스 프레소, 휴머노이드 AI 로봇 기업인 투모로 로보틱스, 대국민 안전 서비스 분야에서 경찰청, 의료 분야에서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육 분야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등 다양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역량을 채웠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접수 마감일인 지난 21일 컨소시엄을 공개하며 사업계획서 제출을 완료했다. 컨소시엄에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페블러스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총 8개 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김영섬 코난테크놀로지 대표 이사는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며, “실제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개발한 현장 적용 경험과 추진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해당 프로젝트에 4개 대학 연구실에서 12명의 AI 전공 교수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 교수진은 모두 국가 AI 연구 거점 프로젝트(총괄책임자 김기응 교수)에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교수진이 최근 5년간 발표한 논문 중 AI 분야 SCI 논문은 180건 이상, TOP AI 컨퍼런스에서는 210건 이상으로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이론적 기반이 탄탄하다.
코난테크놀로지 컨소시엄은 과제명을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및 학습 효율화 기술 개발’로 제출했다. 제조업 인공지능전환(AX) 플랫폼을 산업단지를 주축으로 확산하고, 학교 AI 플랫폼을 통해 전국 초중고교로 AI 접근성을 증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소버린 AI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국내 AI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이번 사업 컨소시엄에 트릴리온랩스, 카카오헬스케어 등으로 구성했다고 알려졌다.
트릴리온랩스는 한국어 기반 LLM인 트릴리온-7B(파라미터 70억개)와 최근 공개한 트리-21B(파라미터 210억개) 모델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로 언어 간 상호학습 시스템(XLDA)을 보유하고 있다. XLDA는 한국어나 일본어 같은 데이터가 적은 언어를 효과적으로 전이할 수 있게 설계한 데이터 학습 방법론으로, 기존 대비 1/12 수준으로 학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병원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루닛이 AI로 의료를 융합해 비전을 실현하는 기업인 만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헬스케어와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NC AI는 엔씨소프트의 14년 AI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2월 분사했다. NC AI는 게임, 패션,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군에 AI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 바르코 LLM이 기반이다. 작년 9월 공개한 바르코 모델은 로직코리아 벤치마크에서 파라미터 100억개 이하 동급 모델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NC AI 관계자는 “3D, 사운드, 패션 등 버티컬 AI 역량과 조직규모, 자체 개발 및 파인튜닝 역량, 오픈소스 공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역량이 있는 기업 중 하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텔레콤은 포티투닷, 크래프톤, 라이너,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등으로 컨소시엄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그룹사인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과 게임 특화 AI 기술력을 갖춘 크래프톤, 반도체기업 리벨리온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기업과 손잡았다. SK텔레콤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초기 단계부터 모두 직접 구축한 경량 모델인 에이닷 엑스 3.1 라이트(파라미터 70억)로 사업에 참여했다.
LG AI연구원은 공식적 컨소시엄 구성을 밝히지 않았는데, 최근 엑사원 기반 AI 생태계를 공개하는 행사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업한 사례를 공유했다.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 생성형 AI 추론 가속화 플랫폼 프렌들리AI,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다.
LG AI연구원은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 ▲정밀 의료 AI 모델 엑사원 패스 2.0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 4.0 VL 등을 보유하고 있다. LG계열사인 LG유플러스나 LG CNS 등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스테이지는 컨소시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체 개발 LLM 솔라로 승부를 건다. 최근 솔라 프로2를 공개하면서 파라미터 수를 기존 220억개에서 310억개로 확장했다. 작지만 강력한 소형언어모델(sLLM)이 특징으로, 오픈AI의 챗GPT가 파라미터 1000억개 규모를 넘어가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파라미터를 갖고 있다. 금융, 보험, 법률, 의료 등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sLLM을 지향하는 만큼,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