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수 막아라” 美, 말레이·태국도 AI 반도체 수출제한 검토
미국이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밀수를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태국까지 수출 제한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국가의 업체가 중국 기업에 AI 칩을 몰래 수출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가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의 초안을 수립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규정은 허가 없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고성능 AI 칩을 수출할 수 없게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미 상무부는 이번 규정을 발표할 때 ‘AI 확산 규칙(Diffusion Rule)’을 공식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바이든 전 정부 말기에 시행했던 AI 확산 규칙은 미국 기술이 세계에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로 기획했다. 세계 각국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고성능 AI 칩 수출량을 제한하거나 수출 자체를 금지한다.
[참고 기사: 美, AI 반도체 수출 규제 폐지…엔비디아 ‘활짝’]
상무부는 지난 5월 이 규칙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을 비롯한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이 “막상 중국에는 큰 영향이 없고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제약이 걸릴 뿐”이라며 강력히 항의한 데다, “자칫 중국 기업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업계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준비 중인 규정은 AI 확산 규칙보다 한층 강화된 조건을 내걸 전망이다. 지난달 5일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은 “허가받은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맹국에만 AI 칩 구매를 허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히 우방국이라고 해서 AI 칩을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국 기업과 서비스를 이용해야 칩 구매를 허용한다는 이야기다.
새로 수립한 규정은 아직 초안 단계로, 세부 내용은 바뀔 수 있다. 규정이 현재 알려진 대로 발효될 경우 오라클처럼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둔 기업은 서버용 AI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며, 수출 제한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세운 기업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블룸버그는 제보를 인용, “해당 국가(말레이시아·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여럿 포함될 것”이라며 “규정 발표 후 몇 달 동안은 허가 없이 두 국가에 AI 칩을 계속 수출할 수 있다”고 알렸다. 기업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유예 기간을 두자는 취지다. 또한 두 국가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세운 기업들이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특례 조항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