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고양이-여성’ 게임 IP 확장, 고민 뜨겁네
“글로벌 게임 팬분들은 나전칠기 이런 거 본 적이 없으시거든요. 우리 것을 보고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 IP로서 알리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데브시스터즈)”
“지금 제일 잘 되고 있는 게 사실 출판물 쪽입니다. 게임과 도서는 굉장히 다른 분야인데, 요즘 서점에 가보시면 베스트셀러로 저희 ‘고양이와 스프’ 동화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서 시장 불황에도 1권은 13쇄 넘게 나왔고, 2권도 8쇄가 넘었습니다.(네오위즈)”
“쿠킹 게임을 라이브하면서 85% 이상 유저가 여성입니다. 12년간 숨어있는 여성 유저를 찾아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여성 유저가 많은 회사이다 보니, 게임을 미디어 속성으로 해석하고 6주마다 (광고) 캠페인을 돌리면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그램퍼스)”
게임 지식재산(IP)의 확장과 컬래버레이션(콜라보·제휴)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코엑스에서 개최된 ‘라이선싱콘 2025’ 현장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게임 IP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꺼내 놨다.
<대표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BKU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이형원 게임 파트너십 총괄, 김지인 그램퍼스 공동설립자 및 대표, 이민정 네오위즈 하이디어(HIDEA) 사업실장, 강석곤 데브시스터즈 IP브랜딩 그룹, 남주연 틸팅포인트코리아 대표다.

쿠키런의 무한 확장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2023년부터 IP 사업을 본격 진행했다. 강석곤 IP브랜드 그룹장은 “쿠키런은 국내보다 글로벌 포션이 훨씬 높아 글로벌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굿즈, 쿠키, 트레이딩 카드 게임, 글로벌 라이선싱 항목으로 IP 사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기억에 남는 제휴 사례로는 ‘크록스’와 ‘베스킨라빈스’를 꼽았다.
“저희 게임으로 글로벌 콜라보레이션은 처음이었습니다. 작년에는 크록스 본사랑 면밀하게 논의를 한 끝에 전 세계 론칭을 진행을 했었고요. 베스킨라빈스와는 5번 정도의 구애와 어필에도 반려를 당하다가 재작년 론칭했습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 기획을 거의 1년 했고요. 이벤트 다운로드 500만, 중복을 포함한 참가 유저 수가 1100만 이상이었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트레이딩카드게임(TCG) 시장에도 도전했다. 현재 10개국 수출 중이다. 지난주 북미에 론칭했다. 소매점까지 전체 완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트레이딩카드게임으로 성공했던 사례도 없고 출시는 많이 했었죠. 살아남는 게 거의 1%에 가까운 확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과감하게 도전을 했던 거 같습니다. 아직 초기단계이고요. 연매출 100억원 규모를 조금 넘겼습니다.”

강 그룹장은 전통 무형 유산과 콘텐츠 제휴했던 사례도 힘줘 짚었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업 중으로 국가 유산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연말 대형 전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전통과 어떤 캐릭터를 조합하는 게 아니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이 있거든요. 우리 전통 탈 장인들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원칙이 있다보니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고유 속성을 나전칠기나 분청사기, 공예, 탈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1인 개발 게임서 대성공 ‘고양이와 스프’
네오위즈는 자회사 하이디어가 개발한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로 IP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인디 게임으로 출발해 현재 전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 게임으로도 출시됐다.

이민정 네오위즈 하이디어(HIDEA) 사업실장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한국의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을 전 세게 유저들이 해주고 계시다”면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을 유저들이 좋아해주시고, 게임을 넘어 유튜브와 인스타 팔로우 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알렸다.
“유튜브의 경우 프로모션 비디오를 올리면 100만, 1000만씩 조회수가 나올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계세요. 게임으로만 두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해서 더 많은 사업을, IP 사업을 시도하는 그런 단계입니다. 넷플릭스가 최초로 러브콜을 보낸 한국 게임이기도 합니다. SNG(소셜) 게임으로 ‘고양이와 스프 말라타운’으로도 활용되고 있고요. 다양한 플랫폼으로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고양이와 스프는 남녀노소 좋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범용적으로 IP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매틱 뷰티와 사례도 있고요. 의류 브랜드와도 콜라보를 하면서 게임 IP가 잘 먹힐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회사 측이 예상 못한 출판 시장에서도 고양이와 스프가 인기를 끄는 중에 이제 애니메이션 제작을 내부 논의하는 단계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 IP로 영화화된 앵그리버드나 마인크래프트처럼 OTT 시장이나 영화관에서 유저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여성 유저 모았더니…브랜드들 반색
그램퍼스는 ‘쿠킹 어드벤처’와 ‘마이리틀셰프’ 등 캐주얼 요리 게임을 서비스 중인 기업이다. 전체 이용자 중 85% 가량이 여성이다. 타사에 없는 게임 서비스 경험을 축적했다. 최근엔 방탄소년단(BTS)를 앞세운 ‘BTS쿠킹온’ 게임을 선보이고 마케팅 본격화를 앞뒀다.

김지인 그램퍼스 공동설립자 및 대표는 “12년차 회사이고 글로벌과 국내 매출 비중이 3대 1 정도”라며 “여성 유저에 대한 고마움이 많은 회사”라로 소개했다.
“여성 유저는 남성 유저와는 달리 한 번 리스트된 앱에 대해서 쉽게 지우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현상을 많이 겪게 됐고 그런 여성 유저를 바탕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숨어 있는 여성 유저를 찾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 포커스그룹에 대한 얘기입니다. 여성 유저들은 하루에 8~9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본인이 게이머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숨기면서 하는 경향도 세고요. 그런 유저들의 데이터를 찾기 위해서 IP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해왔습니다.”
“주로 먹거리 게임이기 때문에 F&B(식음료) 파트너들이 많았고 코스매틱 패션 쪽과도 콜라보를 굉장히 강화하면서 그렇게 얻게 된 유저 데이터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램퍼스는 5년간 200여곳과 왕성한 콜라브를 진행했다. 지금은 게임의 덩치가 커졌고 여성 이용자가 모여있는 미디어 속성으로 인해 6주마다 교체하는 캠페인에 광고주들이 연간 고정으로도 들어가는 상황이다.
“단발 광고부터 연간 광고주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인스톨부터 엔딩까지 (중략) 게임 안에서 (브랜드에 대해) 충분히 학습을 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같이 PR을 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면 협력도 하고, 게임과 하나의 브랜딩이 돼 콜라보레이션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TV 광고 이상의 비용을 게임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나 개선이 필요했던 작업이 있는데, 저희가 수치 데이터나 서베이를 통해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연간 광고주까지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램퍼스는 IP 확장을 위해 숏드라마에도 도전한다.
“쿠킹어드벤처나 마이리틀셰프 같은 IP로 몇몇 스튜디오와 함께 손을 잡고 올해 연말가지 숏드라마를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숏드라마를 바탕으로 마이리틀셰프 IP가 노출이 되고 유저들이 또 게임으로 들어와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지금 캐주얼 게임 쪽은 시간을 빼앗아간 OTT, 숏폼 등 매체들이 굉장히 많아 어려운 시기입니다. IP를 확장할 수 있는 미디어적인 생각을 많이 펼쳐 나가면서 다양한 접점에서 활동하는 한 해를 준비할 것 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t.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