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상용화는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짚은 한국형 자율주행의 현재
“저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상용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율주행산업대전’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장성욱 미래사업총괄 부사장은 한국형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해 이같이 짚었다.
장 부사장은 “2018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실증과 협업을 지속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술 성숙도·운영 효율성·규제 환경·소비자 수요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상용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현황에 대해서도 굉장히 빠른 변화가 포착된다는 게 장 부사장의 입장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이드 헤일링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인 우버와 리프트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까지만 해도 각각 65%, 35%였다. 그러나 웨이모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웨이모의 점유율은 22%까지 증가했다.
장 부사장은 업계 전반에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버는 미국, 중국, 유럽의 자율주행 업체와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리프트도 동일하다. 장 부사장은 “지금의 자율주행 시대에는 기존의 적도 친구도 없다”며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고 봤다.
그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주행 기술 ▲운영 관제 ▲플릿(기초 차량)을 제시했다. 장 부사장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E2E(End-to-End) 기반 자율주행 아키텍처에 대해 “국내외 모두 룰 기반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학습 기반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막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연산 자원, 검증 체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운영 관제 측면에서 “자율주행차의 실제 상황 대응은 아직 원격 관제사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며, 점차 AI가 이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측면에서는 “중국과 미국은 OEM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최적화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차량 시스템과 기술 지원 면에서 격차가 크다”고 우려했다.
장 부사장이 “뼈아프다”고 말한 건 기초 차량 영역이다. 그는 “미국 (기업)은 워낙 큰 자본력이 있어 확보하고 있다면, 중국은 국가 주도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지금 미국과 중국에서 가지고 나오는 차는 이미 자율주행에 최적화가 된 차량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여러 주행 알고리즘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차량 시스템이 개발되었느냐에 대해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간의 격차가 굉장히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장 부사장은 유의미한 ‘엣지 케이스’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기존 공공 주도로 데이터를 양적으로 많이 확보해 공용화하자는 기조였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의미있는 엣지 케이스를 가질 수 있는 건 이들이 수천대의 차량을 수백제곱키로미터 지역에서 운영하면서 매일 엣지케이스와 시나리오를 얻기 때문에 가능하다. 업체마다 센서와 알고리즘도 다 달라 국가 주도로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서 많은 차량을 운영하면서 안전관리를 통해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차량 OEM이 아니라 자율주행 전용 차량 개발에서도 앞서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선도 기업을 본받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장 부사장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기술 주도권을 위해서는 국산 기술을 키워야 하지만, 타임투마켓을 고려하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도 필수”라며 “현대차가 과거 미쓰비시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내재화했듯, 자율주행 분야도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미 시장에서 우버가 해외 협력사와 함께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지원과 유의미한 데이터 확보, 그리고 데이터 주권 보호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국내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동남아·중동 등에서 실적을 쌓고 있다”며, “미국·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성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가 보안 구역 운행 데이터의 반출을 제한해 사업을 포기한 경험을 소개하며,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가공 주체와 데이터 처리 경로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단장 또한 장 부사장과 동일하게 유의미한 ‘엣지케이스’ 수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실차 테스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가상 검증 시뮬레이션 기술이 필수”라며, “국내에서도 포토리얼리스틱(현실 유사도 높은)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해 고위험 시나리오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AI 학습에 적합한 질 높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단순한 주행 거리보다는 의미 있는 애지 케이스 수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