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스테이블 코인, 기회와 위협 사이

스테이블 코인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이 국경을 초월해 빠르고 저렴하게 작동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통화나 자산에 연동되어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은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결제 등 거래를 화폐로 부적합하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같은 법정화폐나 금 같은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국제 송금을 빠르고 적은 수수료로 할 수 있거나 실물 경제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각국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거나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이 원활하게 유통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해당 자산의 ‘가치 안정성’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결제나 자산 저장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 내 유통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준거·담보형’으로, 미 국채 등 실물자산을 준비금으로 비축해 발행한 금액만큼 가치를 보장한다. 보통 1달러=1코인 같은 고정 비율을 지킨다.

또 다른 방식은 ‘알고리즘형’으로, 자동 프로그램이 토큰 수를 조절해 가격을 맞춘다. 사람 대신 코드가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이다.

자산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많을수록, 스테이블 코인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힘을 얻는다. 달러가 이미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달러를 바탕으로 만든 스테이블 코인도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안전한 자산을 담보로 만들어진다. 전체 스테이블 코인의 99%가 달러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CBDC·예금토큰과 무엇이 다를까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나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과도 비교된다. 이들 모두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발행 주체와 작동 방식은 다르다.

CBDC는 국가가 발행하며, 법정통화와 통화 정책의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다. 반면, 예금토큰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토큰화(실물 자산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은행 시스템과 금융 규제를 기반으로 신뢰를 확보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진행한 ‘한강 프로젝트’는 은행과 협력해 예금토큰을 실제 거래에 사용한 대표 사례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한계

국내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원화를 해외에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기반으로 해 글로벌 수요가 낮다. 그만큼 국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구조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확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수익성은 ‘순발행 잔액×이자 수익률’로 결정된다. 많은 유통량을 확보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그러나 원화는 달러처럼 글로벌 수요가 없어 대규모 유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예금 이탈에도 글로벌 수요가 있어 발행 잔액을 유지할 수 있지만, 원화는 국내 중심 전략에 머물 수밖에 없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처럼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쓰이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쓰임새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포인트나 리워드처럼 투자 성격을 더하거나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쉽게 쓸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국가 간 돈을 주고받을 때 정산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기존 결제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식 등이 활용 방안으로 꼽힌다.

스테이블 코인, 미래 먹거리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의 주요 수익 모델은 고객 예치금 투자 수익, 수수료 수익, 대출 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시중은행의 구조와 유사하다. 현재는 대출 기능이 미미한 편이지만, 앞으로 대출 부문이 확대될 경우 시중은행에 강력한 신규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을 위협할 수 있어 예금, 대출, 투자 전반에서 은행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예금주로부터 받은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진행하며, 대출 이자 수익의 일부를 예금주에게 이자로 지급한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조달 금리, 즉 예금 이자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아니더라도 유통 플랫폼은 수익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따라 발행사와 유통이 분리돼 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아도 결제 연동, 리워드 설계, 실물자산 투자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 빅테크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간편 결제 기업(카카오페이, 토스페이),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테크 기업(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이 해당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과 리스크

스테이블 코인은 기본적으로 민간에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주체가 통화 발행 권한의 일부를 갖게 된다. 이는 기존 통화 시스템과는 다른 구조로, 중앙은행과 민간 발행자 간 이윤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통화량이 과도하게 증가할 가능성이다. 통화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부채 위기가 촉발될 우려가 크다. 이는 금융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집행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스테이블 코인의 민간 발행 확대는 중앙은행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통화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적 운영과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존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가격이 급락할 경우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이 커진 상태에서 대규모 매도(환매)가 일어날 경우, 코인 발행사는 미 국채 등 보유 자산을 급히 매각해야 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대부분의 코인 발행사는 발행량 100%에 해당하는 준비 자산을 보유하는 등 신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테이블 코인은 자금세탁, 범죄, 사기 등에도 악용될 수 있어,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요구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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