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로봇이랑 오목 둬 봤다”

여러분은 체스나 바둑 같은 보드게임을 즐기시나요? 저는 가끔 할 게 없을 때, 컴퓨터와 체스를 두거나 인터넷에서 바둑을 둔 경험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컴퓨터와 대결에서 늘 지곤 했는데요. 그나마 오목은 컴퓨터와 겨뤄서 이긴 경험이 몇 번 있기도 합니다.

왜 오목 이야기를 했냐면요, 제가 오늘 인공지능(AI) 로봇과 오목 대결을 펼치고 왔습니다. 어제 다녀온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와 함께 여러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요. 바로 옆 부스에 ‘바둑, 오목으로 AI를 이기자’라는 문구와 작은 로봇이 눈길을 끌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AI 로봇과 바둑이나 오목을 두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한 판 두고 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AI 로봇과 오목 대결 후기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과연 제가 오목 대결에서 이겼을까요?

그 녀석의 첫인상 “작고, 귀엽다!”
작고 귀여운 AI 바둑로봇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처음 본 그 녀석(AI 로봇)은 매우 작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책상 위에 있던 로봇은 크게 머리, 몸통, 팔 부분으로 나뉩니다.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에는 화면이 있고, 오른쪽에는 ‘ㄱ’ 자로 굽어지는 팔 하나가 길게 달려 있습니다. 팔 끝에는 손이 아니라 바둑알을 잘 집을 수 있게 둥그런 빨판이 있고요. 빨판으로 바둑알을 쏙 빨아들여서 내려놓더라고요. 가로등처럼 생긴 것이 머리 뒷부분부터 이어져 달려 있는데요. 바둑판을 인식하는 센서입니다.

전반적으로 크기는 작고, 디자인은 깔끔하고, 모습은 귀여웠습니다.

로봇 바로 앞에 있는 바둑판은 오른쪽에 버튼이 달린 패널이 붙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면 조작이 가능합니다. 위, 아래 등 조작이 가능한 화살표 버튼과 확인 버튼 등이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해볼까
난이도 선택창.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있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로봇 외관은 충분히 살펴봤으니,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해야겠죠. 먼저 난이도 선택을 할 수 있더라고요. 1단계 초보자부터 7단계 전설까지 있습니다. 알고 보니 로봇과 대결해서 이기면 사은품을 준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오목은 첫날 사은품이 모두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무려 7단계 전설로 이겨야 준다는데, 세상에 오목 고수가 이렇게 많았군요. 관계자에 따르면, 오목은 필승법이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필승법 같은 편법(?)을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절대 몰라서가 아닙니다. 정정당당하게 AI와 승부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난이도인 3단계 상급자를 골랐습니다. 저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바로 ‘질 자신’이요… 사실 이기고는 싶지만, 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 중급자를 고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쉽게 이기기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재밌잖아요.

오목은 두 명이 번갈아서 돌을 놓으면서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돌 다섯개가 이어지게 먼저 놓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저는 게임에서 중요한 ‘3·3 규칙’이 적용되는지 물어봤는데요. 모두 적용된다고 합니다. 33 규칙은 돌을 놓았을 때 3이 두 번 만들어지는 지점이라면 그 자리에 둘 수 없습니다. 3·3 규칙이 가능하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먼저 수를 두는 흑이 너무 유리해집니다. 같은 이유로 적용되는 4·4 규칙 등이 더 있고요. 바둑과 마찬가지로 오목도 먼저 돌을 두는 흑이 게임에서 조금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다행히 흑과 백을 선택하지 않고, 흑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승리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데요? 어쩌면 AI 로봇을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이겼냐면…

신중하게 수를 두는 AI 로봇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첫수는 흑인 제가 먼저 뒀습니다. 그리고 AI 로봇이 팔을 움직여서 첫수를 뒀는데요. AI 로봇은 망설임 없이 제 돌 바로 옆에 두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대각선 전략을 선택해서 다음 수를 뒀습니다. 근데 AI 로봇이 제가 생각할 때는 조금 뜬금없는 위치에 두는 겁니다. 돌 두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요.

‘상급자 모드라 조금 쉽게 해주려고 이런 위치에 두는 걸까?’ 생각을 하면서 저는 기존 전략대로 꿋꿋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점점 말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 수를 두려니 활로가 막힌 느낌이 들고, 판이 AI 로봇에게 점점 유리하게 흘러가는 느낌. 그래도 저는 꽤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한 수, 한 수를 뒀습니다.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어느새 시간은 흘러 9수째… 아, 둘 곳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백을 저지하기 바빠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정신을 놓고, 이상한 곳을 막는 바람에 지고 말았습니다. 체감은 2분이나 3분 정도 한 것 같은데, 5분이나 했더라고요. ‘그래도 5분이나 버텼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게임 결과는 패배입니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혼자서도 재밌게 놀만한, AI 바둑로봇

제가 대결을 펼친 이 로봇의 공식 이름은 ‘센스로봇 고’입니다. 중국 AI 기업 센스타임이 개발했고, 재단법인 한국기원과 공식 협력해 성능을 검증받은 제품이라고 합니다. 씨넥스존이 국내 공식수입원이네요.

저는 로봇과 오목을 두긴 했지만, 바둑이 메인으로 총 23단계 기력 조절이 가능합니다. 설명을 보니 18급부터 프로9단까지 실력을 맞춤 설정할 수 있습니다. 체험 부스에서 바둑을 두시는 분들도 꽤 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바둑을 둘 줄 모르기에 오목을 했지만,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집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반대로 바둑을 몰라도 대신 오목을 즐길 수도 있구요.

다만, 바둑과 오목에 진심이신 분이 아니라면, 가격은 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닌텐도 같은 게임기보다 훨씬 비싼, 15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꽤 작고 귀여운데, 가격은 만만치 않네요.

이상, AI 로봇과 오목 둔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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