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유통·물류도 기술 없으면 안 되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제5회 이커머스 피칭페스타’를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벌써 다섯번째 열리는 축제입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유통·물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행사를 지난 2021년부터 열어 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데요, 현장에서 올해 본선에 오른 팀들의 전시 부스를 돌아봤습니다.

“‘유통 산업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이 됐어요. 그동안 유통 기업을 정부가 직접 지원했다면, 이제는 유통과 관련한 기술 기업의 생태계를 성장시켜서 간접적으로 유통 기업을 성장시키자, 그런 방향성을 갖고, 2021년도에 처음으로 ‘이커머스 피칭페스타’라는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홍요섭 KEA 센터장은 유통·물류에 특화한 행사를 기획한 계기를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피칭페스타를 통해 300여 개 기업을 발굴했다는데요. 피칭페스타를 통해서 많은 유통과 물류 기업이 조명을 받고, 투자를 유치했으며, 정부 지원을  받도록 연계하고 있습니다.

홍요섭 KEA 센터장

홍요섭 센터장은 “전체적으로 ‘유통 산업은 기술 기업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유통 산업이라는 건 물류 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을 모두 연결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유통 산업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정영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 대표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첫 번째로 찾은 부스는 ‘씨라이프사이언스랩’입니다. 정영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 대표는 “수산물 거래에 있는 문제점을 AI 기반 공급망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수산물 공급망 예측과 유통 최적화에 AI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씨차트(SeaChart)’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주변에서 써본 사람들이 수입 수산물의 가격을 확인하곤 이렇게 싸냐고 놀란다”면서 투명한 가격 데이터 공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영인 대표가 말하는 국내 수산물 유통 시장의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정보의 비대칭성’ 입니다. 국내 수산물 수입 업체들이 수산물 데이터를 확인할 곳이 없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수입 의사결정을 하고, 식당은 적합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송용호 센디 전략기획팀장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다음으로는 화물 운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센디’의 부스도 찾았습니다. 송용호 센디 전략기획팀장은 “센디는 화물 운송 분야에서 DX(디지털 전환)를 여러 가지 시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며 “화물 운송 시장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필요한 영역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와 머신러닝을 통해서 물건을 보내는 화주와, 차량을 운송하는 기사인 차주를 직접 매칭해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화주와 차주 모두 물류, 업무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네요.

송용호 팀장은 “1만7000명의 기사님들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고객들에게 어떤 이점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업데이트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당한 수의 기사들이 센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네요. 송 팀장은 “현재 시리즈 B 투자를 마무리했고, 2027년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며 소개를 마쳤습니다.

본선에 진출한 또 다른 기업들의 부스도 돌아볼까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심병찬 꾼 대표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먼저 전기차 모빌리티 스타트업 ‘’을 이끄는 심병찬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꾼은 전기차를 활용한 화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심병찬 대표는 “전기차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움직일 건지, 충전은 어떻게 할 건지, 화물 운송을 위한 최적의 구역화는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꾼이 현재 운영하는 시스템의 이름은 ‘돌돌’입니다. 당일배송 시스템이고요. 지금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물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혹시라도 개인이 보낼 것이 있다면 퀵처럼 써도 무방하다고 하네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다음은 “요즘 역직구가 대세, K-뷰티가 대박 난 건 역직구가 시발점”이라고 말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의 부스에 가봤습니다. ‘팝인보더(PopinBorder)’라는 서비스는 상품 정보와 상세 페이지 내 문자 정보를 AI를 통해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고, 해외 사이트에 정보 등록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최근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에 합류한 나영호 공동대표는 “상품을 온라인으로 해외에 팔아보면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 많다”며, “아마존, 이베이에 판다면 다 영어로 번역해야 할 테고, 일본, 동남아에 팔아도 상품 번역을 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고 판매자들의 고충을 설명했습니다. 해외 플랫폼은 사이트마다 요구하는 정보가 다 다른 것도 물론이고요.

팝인보더는 OCR(광학문자인식)과 AI 기술을 활용해서 상품 정보를 추출합니다. 데이터를 추출해서 사이트마다 필요한 값을 채워주고, 상세 페이지에 있는 이미지 자체도 그냥 번역해 줍니다. 해외 판매에서는 환율도 중요할텐데요. 설정한 값 이상으로 환율이 바뀌면 가격 조정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네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과 연동해서 상품 정보를 가져올 수 있어, 상품 정보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마켓, 이베이를 거쳐 롯데온 대표를 역임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형님 격인 나 대표는 지금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가 하는 일을 보고는 “옛날에 내가 하고 싶었던 건데… 그때는 AI가 없었거든”이라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AI가 없어서 못 했던 걸 이제 많이 해결했다”고 소감을 밝히네요. AI 기술이 발전해서, K-뷰티를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군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핵클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다음은 2020년도에 쿠팡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10명 이상 모여서 만든 ‘핵클’입니다. 선우창학 핵클 대표가 설명을 했는데요. 핵클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혹시 배달앱에서 햄버거를 검색하다가 껐는데, ‘방금 보던 OOO 할인 쿠폰 드릴게요. 주문하세요.’라는 알람이 온 적 있나요? 핵클은 사용자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어떤 걸 클릭하고, 어떤 걸 보다가 나갔는지 등 실시간 행동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내가 뭘 했는지를 기반으로 푸시 알람을 보내주거나 팝업을 띄우거나, 문자를 보내는 등 모든 행동을 측정하는 거죠. 핵클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AI로 활용해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플랫폼입니다.

옴니채널 라이프 플랫폼 올리브영, 레스토랑 예약 앱 캐치테이블, 주유소 가격 비교 앱 오일나우 등 여러 기업들이 핵클을 활용하고 있다네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 강우성 트위니 팀장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마지막으로 만나본 기업은 지난해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서 대상을 받은 ‘트위니’입니다. 트위니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으로 물류센터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강우성 트위니 팀장은 대상 수상 후 국내 많은 물류 기업과 유통 리테일 기업에게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올해 미국과 일본 파트너를 확보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반기에 해외 수출 실적도 나올 걸로 기대하고 있다네요.

본선에 오른 기업을 모두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13일 오전에 모든 팀이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총 10개의 스타트업(▲꾼 ▲라라스테이션 ▲센디 ▲씨라이프사이언스랩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 ▲아웃컴 ▲위레이저 ▲이노프렌즈 ▲플랜비 ▲핵클, 가나다순)이 무대에 올라 10분씩 자사 서비스와 핵심 기술 경쟁력을 설명하고 심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총상금 900만원인데요, 올해는 어떤 기업이 대상을 받을지 기대되네요.

같은기간, 행사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2025 디지털 유통·물류 대전’도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입구부터 강아지같이 생긴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고요, 행사장 내부 곳곳에서 돌아다니는 로봇들이 많습니다. 참가기업이 500개사에 1600부스나 있다고 하니, 시간 되시면 같이 둘러봐도 재밌을 듯합니다. 저는 옆에 AI 로봇이 바둑과 오목을 두는 체험 부스가 있어서, 다음 기사는 이를 체험해 본 후기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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